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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법조계 민낯" 어느 초임 변호사의 '미투'
서초동 로펌에서 벌어진 성폭력 고소 사건... 업무상위력 간음 등 '세 달 간 10차례' 피해 호소

(서울=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 2019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A 변호사(여·20대·미혼)는 서초동의 한 로펌에서 수습기간을 거쳐 그해 말 같은 곳에서 정식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A 변호사는 평생 꿈꿔왔던 변호사로서의 첫 직장에서 6개월 만에 뛰쳐나왔다(수습 기간까지 포함하면 1년 2개월).

이후 고민을 이어가던 A 변호사는 2020년 12월 로펌의 대표변호사인 B 변호사(남·40대·기혼)를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엔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형법 제303조 제1항) ▲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0조) 혐의가 담겼다.

A 변호사의 증언


▲ 귀가 중이던 A 변호사는 B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고 그로부터 "술을 더 마시게 사무실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A 변호사는 "대표변호사의 말이라 거절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았고, 사무실에 가면 당연히 다른 변호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 pixabay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 변호사는 "날짜가 특정되는 피해에 한정했다"는 전제 하에 2020년 3월 31일~6월 2일 총 10차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 4차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4월 2·3·26일, 6월 2일) ▲ 2차례 강제추행(3월 31일, 4월 2일) ▲ 4차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4월 3·9[2회]·17일) 사례가 고소장에 담겼다.

A 변호사와의 인터뷰 및 고소장 내용에 따르면 첫 사건은 2020년 3월 31일 발생했다. 오후 10시께 교대역 인근 식당에서 회식을 마친 후 귀가 중이던 A 변호사는 B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고 그로부터 '술을 더 마시게 사무실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A 변호사는 "대표변호사의 말이라 거절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았고, 사무실에 가면 당연히 다른 변호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사무실엔 B 변호사만 있었어요. 소회의실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처음엔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B 변호사가 갑자기 '이렇게 온 거 보니 ◯변(A 변호사)도 (내게) 마음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고요. '그런 것 아니다', '취하신 것 같다'고 답했지만 '◯변은 손도 예쁘네'라며 손을 만지기 시작했죠. 그 뒤에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소회의실의 불을 끄고 키스를 하며 제 옷을 벗기기 시작했어요.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하며 거부했으나 계속해서 옷을 벗기고 제 가슴과 성기를 만졌죠. 제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콘돔도 없지 않느냐'고 말하자 그제야 상황이 끝났어요."

A 변호사는 이틀 후 결국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했다.

"4월 2일이었어요. B 변호사가 저와 □□□에게 돼지껍데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이틀 전 피해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대표변호사의 말을 거스르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단둘이 가는 상황이 아니어서 응하게 됐죠. 이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방을 챙겨 퇴근하려고 사무실로 돌아왔어요. 평소 그 시간엔 다른 변호사들이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날은 아무도 없더라고요. 따라 들어온 B 변호사가 '마침 아무도 없네'라고 말하며 소회의실로 저를 끌고 갔어요. 휴대폰이 제 변호사실에 있던 가방에 들어있었고 같은 층엔 저희 로펌 외엔 다른 사무실이 없어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이외에도 A 변호사는 ▲ 업무공간인 사무실에서 거듭 성폭행·추행을 당한 점 ▲ 재판을 오가는 차 안에서 거듭 성추행을 당한 점 ▲ 법원 인근 어린이집 주차장이나 사람들이 지나는 길거리에서까지 차를 세워 성추행을 당한 점 ▲ 홀로 산부인과를 찾아 사후 피임약을 처방받은 상황에서 성추행을 당한 점 ▲ 콘돔이 찢어진 상황에서도 '내 정자는 운동성이 없어 괜찮다'는 말을 들은 점 ▲ 남자친구를 거론하며 '결혼해도 계속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점 등을 거론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러한 일이 거듭되자 A 변호사는 2020년 5월 3일 B 변호사에게 전화해 퇴직 의사를 전했고 5월 6일을 끝으로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A 변호사는 "이후에도 B 변호사로부터 계속 연락이 왔고 사과를 한다고 만난 자리에서까지 성폭행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 다음에도 매달 2~3회씩 전화가 왔고 2020년 9월 출장에서 돌아오는 제게 '역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해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5월 6일 업무를 마무리했지만 B 변호사가 '구직할 때의 평판' 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해 우선 무급휴직 상태로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B 변호사로부터 업무 전화가 오기도 하고, 송별회에 나오라는 연락도 왔죠. 모두 거절했는데도 거듭 점심을 먹자고 해 6월 2일 강남역 인근에서 만났습니다. 법조계에선 평판 조회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직 전이었던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응했던 겁니다.

그 자리에서 B 변호사는 또 제 손을 만지고 키스를 하며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제가 '화장실은 진짜 아니다'라고 말하자 B 변호사가 '그럼 너희 집은 어떠냐'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거절하면 결국 화장실이나 차에서 성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겠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무기력했던 저는 '차라리 집에서 당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했고 집으로 이동해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후에도 B 변호사는 매달 2~3회씩 전화를 해왔고 저는 대부분 받지 않았습니다. 이직한 이후인 9월에도 18일 낮, 21일 밤에 전화가 왔는데 받지 않았죠. 그런데 9월 22일 지방 출장 중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아 '지방 출장이라 못 만난다'고 했음에도 B 변호사는 '용산역에서 기다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말했습니다. 저는 계속 거부하며 전화를 끊었고 '대표님이 저 강제로 하신 것 맞지 않냐. (중략) 저는 그 뒤로 상담도 받고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어 너무 힘들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너무 무서워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업무상 위력

특히 A 변호사는 "B 변호사가 지닌 업무상 위력이 상당했다"며 ▲ 초임 변호사로서 취직한 첫 직장의 대표변호사 ▲ 고용 및 업무에 대한 결정권자 ▲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형로펌 재직 경험이 있으며 법조계 두터운 인맥을 갖고 활발히 활동하는 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아주 크지 않은 로펌이었고 대표가 일의 분배, 월급, 채용 등을 모두 결정하기 때문에 그의 말을 거절하거나 피해 사실을 곧바로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또한 레퍼런스 체크, 즉 평판 조회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법조계이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 '이건 아니다', '제발 그만 하시라', '이러시면 안 된다',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으니 하지 말아 달라', '콘돔도 없지 않느냐' 등 직간접적인 표현 ▲ 변호사실로의 호출 거절 ▲ 전화통화 및 만남 거절 등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성폭력이 계속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A 변호사는 고소와 언론 인터뷰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곧장 저항하지 못했다는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지금 고소하지 않으면 10년 뒤, 20년 뒤에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여전히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법조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나도 피해를 입었다'라고 나서길 바라는 마음에 제 피해 사실을 언론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A 변호사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 즉시 반응하거나 이를 문제제기하는 데 있어 다른 사회보다 훨씬 어려운 곳이 법조계이고, 그게 이곳의 민낯"이라며 "여성 변호사들의 법조계 내 피해 사례를 여러차례 상담한 입장에서 이 사건은 A 변호사 한 사람만의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B 변호사 측 "답변 어렵다"

B 변호사 측은 취재 요청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B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수사 중인) 상황에선 어떤 말씀도 드리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어떤 이야기든 기사가 나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자이니 더 잘 알지 않나. 어떤 말씀도 드리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오마이뉴스>는 B 변호사의 법률대리인인 C 변호사에게 ▲ 성폭력 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 ▲ 업무상 위력에 대한 입장 ▲ A 변호사의 피해 호소에 대한 입장 등을 담은 질문지를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기자가 전화통화를 통해 "언제쯤 질문지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있는지" 묻자 C 변호사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재차 "답을 주기 어렵단 말인가"라는 질문에 C 변호사는 "그럴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서초경찰서는 A 변호사와 B 변호사를 불러 조사를 진행한 상황이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 특히 성폭력 사건은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현재 수사 중이라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B 변호사는 경찰 조사를 통해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A 변호사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려짐: 2021년 5월 30일, 일 7: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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