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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통일
 
이러다 한국은 미국의 '태평양사령부 GOP'가 된다(하)
[주장] 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 개정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드리는 고언③-하

(서울=오마이뉴스) 고영대 기자

3.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헌법 위배

주한미군의 한반도 역외 기동군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연방 법전 10편(군대법)에 근거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준통합사령부로서 존재한다"(2021.1.5., 한미연구소와의 화상회의)며 주한미군 주둔과 자신의 임무의 근거로 미 연방 법전을 내세웠다. 이는 주한미군의 인도·태평양 기동군으로서의 성격과 법적 근거를 밝힌 것이자 미국과 주한미군의 한국 방어 의무를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구속을 최소화하고 비켜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의 적용 범위를 '미국 유사'로까지 확장해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인도·태평양과 중동에 파병하고 태평양 미군과 미 본토 방어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동원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와 3조 양해사항(교환 의정서) 위배다.


▲ 작전통제권 반환하라, "Return OPCON Now" 지난 2월 3일, 미대사관 앞에서 평통사 회원들이 작전통제권 즉각 환수, 한미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 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라고 명시함으로써 한미 양국의 영토에 대한 무력공격을 조약 발동의 근거로 규정하고 있다. 방어가 아닌 역내·외 공격에도 조약은 발동되지 않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제3조 양해사항은 또한 "조약 제3조에 의거해 일방국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를 제외하고 타방국을 원조할 의무가 없으며 또한 현 조약에 있어 대한민국의 행정지배 하에 합법적으로 인도될 것으로서 미국이 시인한 영토에 대하여 무력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 대하여 미국이 원조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하한 것도 있을 수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지역을 한미 영토로 한정하고 있다.

이렇듯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와 3조 양해사항에 따르면 한미 영토가 아닌 중국, 인도·태평양, 중동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중국, 인도·태평양, 중동지역에 동원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와 3조 양해사항 위반이다.

그런데도 일부 국내외 전문가들이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이라는 표현을 들어 한미상호방위조약 적용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해석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로 삼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우리의 주권과 국익에 반하는 주장이다.

태평양 지역은 무력공격의 발원지로서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상정할 뿐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지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한미 당국이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규정과 어긋나게 양안분쟁, 인도·태평양, 중동지역에 동원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이에 미국은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규정을 피해가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군이 미국 영토인 괌이나 하와이, 미 본토 방어에 동원되는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한국 방어에 대한 책임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반면 한국의 미국 방어에 대한 책임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또한 제3국의 미국에 대한 선제 무력공격을 상정하기 어렵고, 조약 체결 당시 배경과 한국이 처한 조건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미국의 한국 방어 의무를 일방적으로 규정한 편무조약적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편무조약이 아닌 쌍무조약이라고 해도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3조에서 조약의 적용범위를 양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어 쌍무조약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합치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제3조에서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명시함으로써 한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절차에 따른 조약 발동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즉 타 당사국에 위협이 발생했다고 해서 한 당사국이 무조건 자동 개입하는 것이 아니며, 자국의 주권, 영토,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고자 해도 미 의회가 미국의 이익 등을 고려해 행정부의 개입을 저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동맹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를 포함시키고 이를 근거로 한국군을 미 본토 방어에 동원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발동 요건인 헌법상의 절차를 한미군간 또는 국방당국간 약정으로 무력화하거나 대체시킴으로써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를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통수권을 부정하고 국가주권과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군 및 국방 당국 간 약정은 소속 정부를 구속할 수 있는 조약(국제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유사'가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을 선제공격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라면 '미국 유사'를 근거로 미국 방어에 한국군을 동원하는 것은 선제공격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는 것임은 물론 방어만으로 발동 요건을 엄격히 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 2, 3조와 "침략전쟁을 부인"한 헌법 5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보다 심각한 것은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전시 이전부터, 곧 대미 무력공격이 발생하기도 전부터, 한국군이 모든 대미 위협 징후나 위협에 대해서 대처해야 하므로 대미 무력공격이 발생한 후에 발동하도록 돼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발동 요건을 크게 확장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위기가 무한대로 확대됨으로써 이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하는 한국의 국력과 한국군의 전력이 낭비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아예 형해화하고 한반도와 동북아를 상시적으로 위기와 일촉즉발의 전쟁 상태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4.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위기관리권과 전작권)은 미국 대통령이 행사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결심만 하면 한국군을 동원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힐 수 있으나 이를 최종적으로는 막지 못한다.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자산이 미국의 이익과 미국 대통령에게 저당 잡혀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위기관리 합의각서'에 '미국 유사'가 포함되면 남한은 국토 전체가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미국을 지켜주는 태평양사령부의 GOP(General Outpost, 일반전초)-"적의 접근을 지연, 와해시키고 적에게 최대한 희생을 주기 위해 주력 전방에 배치되는 부대"(합참 군사용어사전, 2003)-로 전락한다.

북한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기 위한 휴전선 아래의 GOP에 더해 중국으로부터 미국을 지켜주기 위한 GOP 역할까지. 더구나 대중 GOP는 대북 GOP보다 공격과 방어를 위해 사거리가 긴 최첨단 고성능의 무기체계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그만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질식시키고 남한 안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된다. 2개의 GOP로 상징되는 북한·중국 위협과의 극한 대결은 언제라도 국가와 민족의 삶을 송두리째 도륙낼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 유사'가 포함되는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미국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동맹 요구 및 '힘에 의한 평화' 논리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군이 한국 방어에는 별 소요가 없는 대형 구축함과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고 나아가 항공모함이나 핵추진 잠수함까지 도입하려는 것 모두 한미동맹의 요구와 왜곡된 '힘에 의한 평화' 논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면 잠재적 전쟁 공동체로서의 동맹의 본성과 한미동맹의 힘(군사력)이야말로 북중에게는 감당하기 버거운 위협이며, 그 대가는 핵무기를 포함한 북중의 보다 강력한 위협으로 되돌아온다. 이른바 안보 딜레마의 사슬이다.

1957년 주한미군사령부가 창설되고 주한미군에 대한 작전지휘가 유엔군사령관에서 미 태평양사령관에게 넘어간 이래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보다는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수행을 위한 부대로 성격이 바뀌었으며, '미국 유사'가 포함되는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정으로 그 본성을 전면화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을 수행하는 주한미군의 성격이 전면화될수록, 한국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에 깊이 끌려 들어가면 갈수록 국가와 민족이 더 빈번하게, 더 큰 위기에 노출된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를 되레 위태롭게 하고 안보 위협을 가중시키는 존재가 된 지 오래다. 한미동맹에 매달리는 한 한반도 평화와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자산을 지킬 수 없다. 한미동맹 해체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군축으로 안보 딜레마의 사슬을 끊어내야만 평화, 번영,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실현을 위해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하라 2020년 7월 27일, 평통사 회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북한이 북미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은 동북아와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위한 연착륙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남한도 판문점·평양선언 등을 채택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길을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가담해 미국의 현상유지에 힘을 싣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현상변경과 분단과 대결이라는 현상유지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판문점·평양선언을 사문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노력을 자승자박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촛불시위의 와중에서도 미일의 뜻을 좇아 미일을 지켜주기 위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해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배반했듯이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기에 미국의 뜻을 좇아 미국과 미군을 지켜주기 위해 '위기관리 합의각서' 개악으로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나락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판문점·평양선언을 사장시키고 국민과 민족, 역사의 지탄을 받는 정권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6월 11일, 금 3:0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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