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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이한열 쓰러진 날엔 비겁했지만... 1년 반 동안 울면서 쓴 글
[새 책] 우리가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을 쓴 이유


▲ "한열이를 살려내라" 이한열 열사 추모식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부근 한열동산에 1987년 6월 9일 고인이 경찰 직격최루탄에 피격된 직후 모습을 취재한 정태원 기자(당시 로이터 사진기자)의 사진을 본딴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그날 나는 그의 뒤로 10m 남짓 떨어진 지점에서 학교 정문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예상한 시각에 페퍼포그에서 일제히 지랄탄이 발사되었고 정문에서 대학생들과 대치중이던 전투경찰이 SY-44를 쏘며 시위진압을 위해 학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1987년 6월 9일, 그날 대학생 이한열이 쓰러졌다. 나는 그의 뒤에 있었다.

굉음과 함께 지랄탄·최루탄이 사방으로 터지고 백골단으로 불리던 날렵한 경찰 체포조가 시위 학생들에게 뛰어들면, 우리는 육식동물의 습격을 받은 초식동물 무리의 행태와 흡사하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한열 쓰러지던 그날

그때 저 앞쪽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걸 보았다. 경찰이 덤벼들어 대열이 막 붕괴할 즈음엔 전방을 주시하며 서서히 뒷걸음치기 때문에, 뒤돌아서 전력으로 도망치기 전에 아마 보았을 것이다. 정확하진 않다. 나중에 새로 구성된 기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그 대열에 서서 같은 구호를 외치며 같은 최루탄 냄새를 맡은 건 분명하다.

그게 지금 무슨 의미인지 말하기 힘들지만, 그날 그는 저쪽 앞에, 나는 조금 떨어진 뒤에 있었다. 그때 쓰러져 한국 민주주의의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된 이한열은 영원한 청년으로 남았고, 그가 쓰러질 때 뒷걸음질 친 나는 중년의 남자로 가끔 그날을 떠올리며 늙어간다.


▲ 시위 당시 이한열이 입은 옷 ⓒ 지속가능바람

이한열과 친분은 없었다. 물리적 인연을 찾자면 그의 동아리와 나의 동아리가 학생회관의 같은 층에 있었다는 정도. 학생회관이나 집회현장에서 수없이 옷깃을 스치지 않았을까. 이한열은 그해 7월 5일 숨졌다. 경찰의 병원 진입에 대비해 학생들이 돌아가며 이한열이 있는 병동을 지켰는데, 나도 어쭙잖은 각목 하나 들고 또래 학생들과 병원 진입로 부근을 지킨 기억이 난다. 그 장례식도. 저 멀리 연단에서 누군가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열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고, 그때마다 통곡이 터졌다. 마지막에 부른 열사 이름이 이한열이었을까.

이한열이 죽고 얼마 뒤 같은 동아리의 한 친구가 이한열처럼 SY-44 직격탄에 얼굴을 맞았다. 다행히 불발탄이 되어 목숨을 구한 그는 지금 세 딸의 아버지로 열심히 살고 있다. 당시 병문안 간 우리는 "너 열사 될 뻔했다"고 청년다운 호기를 부렸으나 병실을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2020년 6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의 죽음 조명한 청년들

<청년의 죽음, 시대의 고발>(안치용 노수빈 신다임 외, 내일을여는책)은 청년의 죽음을 통해서 대한민국 현대사를 통찰한 기록물이다. 14명의 청년과 유일한 기성세대인 나까지 15명이 윤동주부터 변희수까지 국가나 자본의 횡포 아래 희생된 청년의 죽음과 그 의미를 조명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오마이뉴스>에 매주 연재한 기획시리즈를 손봐서 묶어낸 게 이 책이다. 14명 청년과 나는, 2007년 설립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의 울타리 안에서 만나서 함께 이 작업을 수행했다.

준비기간까지 합하면 1년 반이 걸린 기획물을 진행하며 우리는 많이 울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들. 청년의 죽음을 응시한 같은 청년이 그 죽음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겠지만, 7개월을 매주 죽음 이야기를 정리한 나의 고충이 내가 청년이 아니라고 하여서 적은 것은 아니었다.

그 눈물과 발화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폭력과 체계에 희생된 부당한 죽음에 대한 애도이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실천이라고 믿는다. 그때 그곳에서 그들은 그렇게 죽어갔고, 지금 우리는 이곳에서 그들의 삶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며 그 죽음을 기억했다.

이한열이 쓰러진 곳을 비롯하여 죽음의 현장은 더러 내 삶의 장이었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연결하는 성수대교의 상부 트러스 48m가 붕괴했을 때 나는 그곳에 있었다. 성수대교 북단으로 이어지는 도로 위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을 때 라디오 방송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믿기 힘든 소식을 전했고 삐삐가 연이어 울렸다.


▲ 이한열의 장례 행렬 ⓒ 이한열 기념사업회 제공

1995년 6월 29일 오후에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그날 붕괴 두어 시간 전에 업무차 그곳을 방문한 나는 뉴스를 듣고 놀라며 동시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청년이 죽어간 자리는 무엇보다 청년의 자리였다. 세월호라는 공통의 트라우마, '강남역'이란 공통의 분노, 구의역 김군과 황승원이란 공통의 억울함을 가진 청년 세대 필자들은 고통의 양이 아니라 고통의 질에 눌려 더 많이 울었다. 이 세월이 그렇게 더 많은 고통을 축적한 모양이다.

이한열과 나는 한 살 차이가 난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다음 달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걱정을 하며 이 책 청년 필자들 나이 또래의 자녀에게, 내가 내 아들에게 그러하듯 엄살을 떨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그는 갔고, 그가 쓰러질 때 뒤에 머물다 달아난 나는, 내 비겁을 기꺼이 포용한 청년들과 함께 다시금 그를 기억하며 그 기억을 책으로 묶어냈다. 30여 년이 지난 6월 9일에 나는 대학생 필자들과 함께 연대 교정을 찾아 그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의 나이로 돌아간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6월 14일, 월 7:0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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