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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평화 빼앗긴 주민들과 연대하는 보수 교단 시골 교회 목사
[인터뷰] 소성리 사드 반대 개신교 기도회 이끄는 정수태 목사

(서울=뉴스앤조이) 나수진 기자 =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소강석 총회장) 소속 정수태 목사(46)는 사드 반대 현장이라면 가리지 않고 참석한다. 경북 성주군 소성리 사드 저지 기독교 현장 기도소를 지키는 강형구 장로와 함께 평화 기도회를 5년째 하고 있다. 기지 공사 차량 진입이 정례화된 올해 5월 14일부터 화·목요일 아침 6시마다 평화 행동을 진행 중이다. 주민들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투쟁'을 외치고, 경찰을 향해서는 "사드의 현실을 바로 알라"며 호통을 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정 목사는 2015년 소성리 인근 작은 시골 마을 교회에 부임했다. 사역을 시작한 지 2년이 흘렀을 무렵, 조용하던 소성리가 시끄러워졌다. 사드 배치 확정 소식에 주민들은 반발했다. 정부는 경찰 병력을 동원해 주민들을 진압했다. 당시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정 목사는 분노했고, 그길로 사드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다.

사드가 배치될 무렵, 다수의 한국교회는 침묵했다. 기독 단체들은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일부 진보 성향 개신교 단체와 정수태 목사를 비롯한 경북 지역 목회자들만이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보수 교단에 몸을 담고 있는 목사가 어쩌다가 사드 반대 운동에 뛰어들게 됐는지 궁금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정수태 목사는 "나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거듭된 요청 끝에 6월 30일 김천구미역 근처 한 카페에서 정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건장한 풍채의 정 목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기자를 반겼다. 그가 시무하는 교회 이름은 넣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노출을 최소화해 달라는 정수태 목사의 요청으로 사진은 블러 처리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월드컵 보러 간 광장에서 촛불 들기까지
사드 향한 이념 논리 이전에 실효성 살펴야
노동자가 일한 만큼 먹고사는 평화 세상 꿈꿔


- 보수 교단 소속 목사가 사드 반대 운동에 앞장서고 있어서 의외다. 원래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나.

원래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평범한 목사들처럼 복음 전파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2002년 낙도 선교 활동을 함께 하던 동료 목사와 월드컵을 보러 서울광장에 간 적 있는데, 거기서 주한 미군 탱크에 희생된 효순·미선 사건을 알리는 피켓 시위를 보게 됐다. 어린 학생들이 억울하게 숨졌는데, 국가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20대 중반이었는데, 비로소 '세상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세월호 집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 등에 참여했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권력에 희생되는 사람들을 목사 양심상 지켜볼 수 없었다.

- 사드 반대 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시골 마을 교회에 부임한 후에는 목회만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인근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되면서 자연스럽게 반대 운동에 뛰어들게 됐다. 사드가 반입된 2017년 4월 26일 새벽, 서울에서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연락이 왔고, 부리나케 소성리에 들어갔더니 이미 경찰 병력이 마을을 다 봉쇄했더라. 이후 5월부터 10일간 집중 투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소성리를 다시 방문했다. 그날로 평화와통일을만드는사람들(평통사)에 들어가 사드 투쟁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평통사에 가입한 이후에는 평화·통일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그저 선의로 한국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을 이용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에 수조 원대의 방위비를 분담해 왔다. 미국은 이것도 모자라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 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MD)에 편입시키려 했다. 안보와 환경에 전혀 맞지 않는 사드 무기를 왜 배치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평범하게 농사지으며 살아가던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억압을 당해 왔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목사로서 그들 곁에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만약 주님이 여기 계신다면 울고 있는 이 사람들,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시로 교회와 소성리를 오가며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 정수태 목사는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이후 5년째 주민들과 연대하고 있다. 사진 제공 소성리 종합상황실

- 올해부터 소성리 주민과 경찰 간 충돌이 잦아졌다. 국방부는 장병 생활환경 개선 공사를 위한 자재·장비를 주 2회 반입한다는 입장인데,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뭔가.

주민들은 그동안 사드 반대 운동과 별개로 물탱크 차량, 쓰레기 수거 차량, 분뇨 처리 차량 등의 출입은 허용해 왔다. 인도적 차원에서 장병들의 필수 물자는 협의 후 다 들여보내 준 것이다. 그랬더니 군 당국은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해 원래 공중으로 수송하던 기지 공사 관련 자재·장비들도 함께 들여오기 시작했다. 2020년 5월에는 사드 업그레이드를 위한 군사 장비 기습 수송 작전도 벌였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경찰을 동원한 반입 작전이 3-4개월에 한 번씩만 벌어졌다.

그런데 올해 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매주 두 번씩 경찰 수백 명을 동원한 수송 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을 진압하면서까지 들여보내는 차량들은 대부분 평소에도 문제없이 출입하던 차량들이다. 경찰이 진입로를 확보하면서 공사 자재가 실린 트럭이나, 대형 화물 차량이 추가로 들어갈 때도 있다. 대형 화물 차량은 내부가 보이지 않아서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군에 물어도 제대로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 주민들은 사드 발전기를 가동하기 위해 헬기로 조달해 오던 기름 등을 육로로 수송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드 기지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를 운용·개선하기 위한 자재나 공사 장비를 반입하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

- 경찰이 평화 행동을 강제로 진압하면서 부상자도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직접 경험한 현장은 어땠나.

평화 행동은 마을 입구 도로에서 종교 집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원불교와 개신교가 순서를 번갈아 가며 인도하는 식이다. 아침 7시 30분까지는 공사 인부 출근 차량을 비롯해 육로가 확보돼야 한다. 평화 행동은 6시부터 시작해 이어지는데, 경찰들은 해산명령 방송을 세 차례 한 다음 7시 무렵부터 진압에 들어간다. 집회 중간에 밀고 들어올 때도 있다. 참석자들이 많으면 해산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1시간 동안 서로의 팔을 굳게 잠그고 연좌 농성을 하는 주민들은 해산한 이후에도 진입하는 차량을 향해 사드 배치 반대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진압은 점점 더 과격해지는 상황이다. 여성 참석자들은 남경들이 발을 눌러 힘을 못 쓰게 한 다음 여경들이 들어낸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상자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힘들다. 나는 덩치가 있고, 힘도 있는 편이라 함께 바닥에 앉아서 싸우고 싶은데, 끝까지 기도회를 진행하기 위해 앞에 서서 항의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도 주민들은 어떻게든 연대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다하려고 한다.

- '임시 배치' 상태인 사드는 5년째 소성리 땅에 자리 잡고 있다. 촛불 정국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사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사드가 왜 한국 땅에 있어야 하나 싶다. 존재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미국의 패권·안보·돈에 도움이 되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이 중요하니까 놓칠 수 없는 거다. 하지만 그럴수록 통일은 점점 멀어지고 전쟁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국의 말을 너무 잘 들어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다음 정권에서 책임지겠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배치를 철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완전 배치하겠다는 말로 보일 정도다.

사드는 2017년 4월 1차 임시 배치됐다.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사드 배치가 철회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2017년) 9월 2차로 발사대 4개가 추가로 들어갔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성능 개량 공사가 강행됐다.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는 일주일에 두 번씩 경찰을 대동해 사드 기지 입구를 봉쇄하고 공사 자재·장비들을 들여보내고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불법 공사를 계속하고,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아직까지 실시하지 않고 있다. 민감한 문제이니까 결국 다음 정권으로 넘기려 하는 것 같다.


▲ 정수태 목사는 소성리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사역한다. 그는 12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마을을 봉쇄하고 사드를 반입하던 2017년 4월 26일 새벽 소성리의 모습을 아직도 떠올린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한국교회는 투쟁하는 소성리 주민들에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사드 배치 당시 찬성하는 입장문을 낸 교계 단체도 있었다.

우리가 당장 교계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피커를 쥐고 있는 리더들이 자연스럽게 물러나고, 다음 세대가 그 자리에 올라선다면 조금은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사드 반대 운동이 여전히 이념적으로만 해석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사드 문제를 '좌익/우익', '친미/반미' 같은 이분법적 틀로만 보는 태도가 기독교 내에도 있다. 사드를 찬성하면 미국을 찬성하는 것이고, 반대하면 반미론자가 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 이전에 사드가 정말 이 땅에 필요한 것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드가 한반도 안보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지, 만약 북한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정말 요격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실효성이 없다면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 한미 동맹만 줄기차게 외치면서 사드 반대 운동가들에게 공산주의자·반미주의자라고 낙인찍는 패러다임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 조금 더 앞당겨질 거라고 생각한다.

- 목사님 이야기대로 사드 반대 운동을 이념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들은 진보 시민단체 등 외지인이 들어와 소성리 주민들을 선동해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알고 있다. 저들이 이야기하는 외부 세력은, 정부가 사드를 성주 성산포대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연대해 왔다. 현재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 연대하는 시민사회 단체는 70여 곳이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학생진보연합·예수살기·민주노총·참여연대·원불교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참여하는데, 모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곳이다.

안보를 흔든다는 주장에는 외부 세력을 떠나 정말 사드가 이 땅에 필요한가를 따져 묻고 싶다. 사드가 정말 안보에 필요하다면, 우리가 피해를 보더라도 배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드는 수도권으로 날아드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없고, 미국 육군 사드 배치 교범에 나와 있듯이 한반도 환경에는 맞지 않는 무기다.

사드 배치를 옹호하는 이들은 '안보'의 중요성을 내세운다. 하지만 소성리 주민들은 사드가 들어온 이후 일상이 파괴됐다. 사드가 배치되면서 마을에 병력들이 돌아다니고, 가축들이 유산하고, 농작물 수익도 감소했다. 사드가 정말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는 따져 보지도 않고, 주민들과 시민단체에 프레임을 씌우고 비난하고 있는 형국이다.


▲ 매주 화·목요일 오전 진행되는 평화 행동에서 설교하는 모습. 사진 제공 소성리 종합상황실

- 대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교단의 압박을 받은 적은 없나.

아직은 없다. 그렇지만 교단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인터뷰가 나가면) 완전 '빨갱이' 취급을 받을 거다. 나를 포함해 몇몇 목사는 음지에서만 움직이고 있는데, 떳떳하게 나와서 이야기할 수 없는 답답함, 혹시 걸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성리 주민들의 현실을 목격한 이후, 이들의 손을 붙잡고 도움을 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소성리 사드 저지 기독교 기도소를 지키고 있던 강형구 장로와 함께 기도회를 인도해 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수 교단 목사로서 사회운동을 하며 얻는 유익도 있다. 모든 사회문제를 볼 때 중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예전에는 사회문제를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봤는데, 이제는 사회운동가적인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 목사님이 생각하는 평화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그 일상을 평범하게 영위할 수 있는 것이 평화다. 내가 목회자라면 굳이 소성리에 오지 않고 지역에서 목회만 하는 것이 평화이고, 농사짓는 사람들은 농사만 지을 수 있는 것이 평화이며, 더 나아가 일하는 사람이 땀 흘려 일한 만큼 먹고살 수 있는 게 평화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에 진정한 평화가 다다르기에는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소성리 주민은 일생 동안 농사를 짓고 살아왔는데 난데없이 들어온 무기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평화를 빼앗겼다. 그래서 나도 일상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주민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투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지만, 남북 관계가 활발해지면 사드 배치가 철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사드가 배치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반대를 외치고 있다. 우리가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해야 한다는 게 내가 지닌 신념이다. 목회자는 지금 가장 억울하고, 힘들고, 억압받는 자들이 누구인지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억압받고 힘들어하는 소성리 주민들 곁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도울 생각이다.


▲ 여전히 소성리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염원하며 투쟁하는 이들이 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7월 12일, 월 11:5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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