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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아빠는 세월호 영웅, 죄인이란 생각 안 했으면 해요
[세월호 의인과 꼴통, 김동수 가족 이야기] 작은딸 김예나편 ④ 상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이들을 지키려는 가족들조차 아직도 매일 악몽을 꾸며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생존자 중 '파란바지 의인'으로 알려진 김동수씨 가족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생존자와 그 가족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생히 전해드립니다. 이번 글은 작은딸 김예나씨의 네번 째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 동수씨는 2018년 1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아이들을 구하고 훈장이 남았지만 마음엔 큰 상처가 남았다.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변상철 기자 = 세월호 사고 이후로 아빠와 지내는 것이 가끔 불안할 때가 있죠. 늘 분노가 가득 찬 사람 같거든요. 그래도 아빠가 저하고 있으면 감정을 참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와 단둘이 있을 때는 별다른 상황이 없었거든요.

저는 아빠가 화 날만한 상황이다 싶으면 제가 먼저 화를 내는 스타일이에요. 엄마나 언니는 누가 잘못해도 참는 편인데 저는 "그럴 수 있는 게 어딨어?" 하고 화를 내요. 예를 들어 종업원이 식당에서 불친절하게 하면 먼저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렇게 아빠가 터뜨리기 전에 먼저 터뜨리기 때문에 아빠가 화를 낼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어려서부터 알고 있던 아빠는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에요. 진짜 딱 배려 그 자체예요. 그런 아빠가 누군가에게 화를 냈다면 진짜 화를 낼 상황이었던 거예요. 참을 만큼 끝까지 참다가 화를 낼 때는 엄청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 평상시에는 너무나도 침착하고 어떻게 보면 무뚝뚝하다 할 정도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자해했다고 해서 아빠에게 섭섭한 말은 하지 않아요. "아빠 아파? 팔에 그을 데 없으니까 배에 그었겠지" 하고 앞에서는 농담처럼 이야기해요. 하지만 자해했다고 엄마가 전화하면 "왜? 또? 이번에는 어디?" 하면서 굉장히 걱정을 해요. 하지만 그런 감정을 아빠한테 직접 말하지는 않았어요.

엄마, 언니, 저만 참여하는 단체 카톡방이 있어요. 거기서는 아빠가 몰라야 하는 이야기를 해요. 예전에는 "이런 기자가 인터뷰하려고 한다. 아빠한테 이야기할까" 이런 내용을 의논하는 대화방이었어요. 아빠는 알면 안 되는 이야기를 나눴죠. 그런데 1년 전부터 그 방에서 대화할 일이 없더라고요. 지난 1년 동안은 별다른 사고가 없었으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자해나 다툼, 사고가 없다는 것이 아빠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좋아졌다기보다는 참고 억누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아빠의 분노는 늘 잠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도 늘 '언젠가 아빠가 터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전에도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가 터진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안심하지는 못해요.

아빠는 흉터가 남은 상처 같아요


▲ 2017년 3월 31일, 3년이 지나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려 세월호가 목포항으로 옮겨졌다. ⓒ 이희훈

아빠의 분노가 폭발할 때는 항상 어떤 계기가 있어요. 소위 말하는 트리거(사건의 도화선이 되는 부분)가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누굴 만났는데 아빠의 말이나 처지를 이해 못하거나, 억울하게 기소가 되거나, 재판을 받아야 하거나, 누가 거짓 이야기를 해서 잠재된 분노가 터지는 거죠.

저는 항상 아빠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에 터질지 모르니까 옆에서 아빠를 지키고 있는 엄마가 더 불안해한다고 생각해요. 아빠가 어딘가에 정신을 쏟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저나 언니가 결혼해서 손자를 낳으면 아빠가 그 아이에게 정신을 쏟지 않을까 하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어요. 아빠를 치료한다 해도 아빠가 세월호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걱정이 많이 되죠. 저도 제가 불안해서 대구 심리치료 병원을 막 찾아봤어요. 4월이 다가오니까 아빠가 또 불안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엄마와 언니도 아픔이 있으니 제 불안을 털어놓지도 못하고, 친구들도 힘들 텐데 거기다가 제 불안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 심리치료를 찾아봤어요. 국가가 심리치유를 하면 좋겠어요. 저도 뭔가 더 나빠지기 전에 해보고 싶어요. '소방관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더 불안이 심해져요. 나도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집을 찾게 되는데 저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이때예요.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착륙하면 그 순간부터 미친 사람처럼 행복해요. 뭔가 좋아요. 제주에 딱 오는 순간이 좋아요. 하늘 보고 바다 보고 산 보고 풀 보고 이런 것이 좋아요. 대구에는 그런 것이 없어요. 제주에 도착하면 엄마, 아빠, 언니가 있으니까 좋아요.

성격이 밝은 편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약간 '업'되게 살려고 해요. 안 그러면 우울해지니까. 뭔가 차분해진다 싶으면 우울해져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차분하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프거나 조용히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물어봐요.

정말 우울해지면 울어버리고 끝내요. 울고 나면 괜찮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 잘 안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날 때가 있죠. 제 이미지가 좀 '센' 편인데도 눈물이 많아요.

이렇게 괜찮다가도 뭔가 하나에 꽂히면 그 감정에 휘말려요. 특히 병원 일을 할 때 그래요. 죽거나 자살 시도 해서 오는 환자를 보면 감정이입이 되어버릴 때가 있어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친구들한테 말하거나 일기로 쓰거나 남자 친구에게 말하면서 풀어요. 다행히 남자 친구가 소방관이라 저의 이런 감정에 상당히 공감해 주는 편이에요.

아빠는 흉터가 남은 상처 같아요. 아물긴 했는데 흉터가 저버린 상처. 요새 아빠는 무기력해요. 그래서 걱정이에요. 전에는 아빠가 운전을 해도 불안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도 걱정, 여행 갔을 때도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무기력한 상황이 되니 그것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빠가 외롭지 않게, 가족이 더 단단히 뭉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우리 가족 같은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힘들 때 가족처럼 든든한 존재도 없었으니까요. 저 역시도 그런 가족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생존자의 말 한마디가 아빠에게 큰 힘


▲ 동수씨와 둘째딸 예나. ⓒ 이희훈

아빠와 우리 가족의 상처는 세월호 피해자로서 존중 받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아빠가 세월호에서 구한 사람들이 고맙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죠. 아빠의 트라우마는 구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심해졌는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표현하면 그 상처가 나아질 것 같아요. 전에 인천 생존자 분이 고맙다고 연락해온 적이 있었는데 아빠가 너무 행복해하셨거든요.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사람을 계속 살리지 못하다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을 때 큰 힘이 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래서 아빠에게도 생존자의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을 위기에 있던 사람을 구하는 경험을 해보면 알 수 있어요. 그 뿌듯함. 그런 감정이 아빠에게도 있을 거예요. 죽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크지만 구한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면 아빠가 조금은 뿌듯해하지 않을까요? 아빠는 진짜 영웅이잖아요. 본인이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리고 길고 긴 시간 동안 누군가가 아빠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주위에서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순간뿐인 것 같지만 훗날 아빠가 헛된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기록 같아요. 단 한 명이라도 아빠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면 아빠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7월 20일, 화 6:1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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