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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민중의 아편' 아닌 혁명적 삶을 추동하는 부활 신앙
[탐독의시간] 김근주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

(서울=뉴스앤조이) 홍순주 기자 =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

매주 예배에서 사도신경을 암송할 때마다 우리는 부활 신앙을 고백한다. 사도신경에서 부활 신앙은 삼위일체, 성도의 교제, 죄사함과 함께 기독교 신앙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활 신앙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일까? 구약학자 김근주가 쓴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뉴스앤조이)은 우리가 한 번쯤은 던져 봤을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부활 신앙의 연원을 추적하기 위해 구약과 제2성전기 문헌을 폭넓게 살핀다. 책 두께는 얇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묵직한 학문적 논증이 담겨 있는 만만치 않은 책이다.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몸의 부활에 대한 사상이 구약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약은 죽음 이후의 부활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구약은 내세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현세를 중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구약은 현재 삶에서 하나님을 신실하게 따르는 것을 귀히 여긴다.

흔히 구약에서 부활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돼 온 본문들은 대부분 민족 또는 개인의 회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구약이 신약만큼이나 분명하게 부활 신앙을 드러낸다는 생각은, 후대에 형성된 부활 신앙의 렌즈로 구약을 거꾸로 읽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약에 나타나는, 몸의 부활을 믿는 신앙은 언제 형성된 것일까? 2장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가 흔히 '신·구약 중간기'라고 부르는 제2성전기 유대교 시대 때다. 이 시기 유대인들은 헬라 제국의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치하에서 큰 핍박을 경험했다. 이에 유대인들은 '마카비 혁명'이라 불리는 격렬한 항쟁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신앙을 지키려 했던 이들은 큰 고난을 겪었고, 대규모의 순교가 일어나기도 했다.


사진1: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는 믿음> / 김근주 지음 / 뉴스앤조이 펴냄 / 196쪽 / 1만 1500원

이러한 상황에서 신정론의 문제가 강하게 대두됐다. 의인들은 이 땅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죽어 가는데, 정작 의인들을 핍박하는 악인들은 형통한 현실을 붙들고 유대인들은 치열하게 고뇌했다. 그 결과, 현재의 삶이 결코 끝이 아니며 마지막 때에 의인은 부활하여 영생을 얻고 악인은 부활하여 심판을 받는다는 사상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제2성전기 유대교에서 부활 신앙이 출현하게 된 맥락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신·구약 중간기에 구약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상이 출현했다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는 믿음'이 구약에 많이 나타나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후대에 부활 신앙으로 자라난 씨앗이었다고 말한다. 부활 신앙의 본질은 내세와 영생에 대한 믿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겪는 고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굳게 붙들고 하나님 뜻대로 살아가는 믿음이라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3장은 구약에 나타난 그러한 믿음의 사례를 보여 준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며 이 땅에서 평생을 나그네로 살았다. 이삭, 야곱, 그리고 다니엘의 세 친구를 비롯한 수많은 구약 인물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죽은 후의 부활과 영생에 대해 알지 못했으므로 그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 신실하신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돌보신다는 믿음을 품고 살아갔다. 저자는 이들은 모두 '본질적인 의미에서' 부활 신앙을 소유한 이들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시편 73편도 예로 드는데, 이에 대한 해설은 내가 꼽는 이 책의 백미다. 치밀한 주해를 바탕으로 길어 낸 "하나님의 부재 속에서 부르는 하나님 찬양"(171쪽)이라는 결론이 매우 큰 울림을 준다.

4장은 부활 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한다. 한국교회 강단에서 부활 신앙은 내세의 부귀영화를 보상으로 내세우며 신자들의 열심을 촉구하는 데 오용되고 있다. 이런 행태는 '현재의 삶이 끝이 아님'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이 말하는 부활 신앙과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세의 웰빙을 보상으로 얻으려는 인간의 '욕망'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본질상 부활 신앙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일이다.

"이러한 말들은 우리로 하여금 탐욕을 버리게 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 안에 있는 탐욕을 고상하고 그럴싸한 종교적인 용어로 포장하도록 도울 뿐이다. 오늘 우리네 교회 안에서 부활에 관해 가르치고 선포하며 강조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탐욕을 내려놓게 하는가? 천국에 대한 수많은 설교가 진정 우리의 욕망을 내려놓고 오직 주만 바라보게 하는가?"(185쪽)

부활 신앙은 다음 생의 부귀영화를 위해 이번 생을 투자하는 재테크 같은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를 지독한 율법주의·공덕주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부활 신앙의 진정성은 삶의 내용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는 이 땅에서 우리에게 갚을 것이 없는 이들을 대접하는 삶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렇게 살 때 손해를 볼 수도 있고 고난도 겪게 되겠지만,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께 찬송을 드릴 때 이 땅에서 부활을 미리 맛보며 살 수 있다.

"이 땅에서 부활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도저히 내게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다. 그들은 내게 갚지 못하되 하나님께서 내게 갚으실 것이며, 지금 갚으시는 것이 아니라 의인으로 부활하게 될 때 갚으신다는 것이다." (187쪽)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말하는 부활 신앙에 매료돼 가슴이 뛰었다. 저자의 주장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구약에는 몸의 부활 사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부활 사상은 제2성전기에 형성됐다는 견해가 다소 낮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학계에서는 이미 많은 학자에 의해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은 주장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신앙과 별 관련 없어 보이는 이 학문적 논의가 우리 신앙에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는 점에 있다.


▲ <구약으로 읽는 부활 신앙>(뉴스앤조이) 저자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 교수.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또한 이 책이 주는 감동을 말할 때 저자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말과 삶으로 올곧은 길을 가는 신학자가 주는 깊은 울림이 있다.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좁은 길을 가는 삶, 연약한 자를 돌보며 억압받는 자와 연대하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부활 신앙은 그 어떤 논증보다도 강한 힘을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오래된 비판이 떠올랐다. 마르크스는 신을 믿는 이들이 내세에 대한 소망 때문에 이 땅에서 겪는 억압과 착취를 감내하는 것에서 종교의 역기능을 발견했다. 비단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불의한 세상을 변혁하고자 했던 많은 이가 내세를 강조하는 신앙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활 신앙이 이 해묵은 비판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부활 신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민중의 아편' 취급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부활 신앙은 혁명가들의 그 어떤 사상보다도 혁명적이다. 부활 신앙이 의인들의 순교를 배경으로 출현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마르크스의 비판과 달리, 참된 부활 신앙은 불의를 수용하게 만들지 않는다. 참된 부활 신앙은 불의와 부조리를 직면한 이에게 "참 억울하겠네. 그래도 멋진 다음 생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 생은 참고 견뎌"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난을 겪고 심지어 죽임을 당한다 해도 불의에 맞서 싸우자고 말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땅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며, 하나님이 결국 모든 것을 갚아 주시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참된 부활 신앙은 마르크스의 비판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누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 현세에 교회에 충성하면 내세에 호화롭게 살게 된다는 말로 부활 신앙을 "싸구려 보험 사기"(185쪽)로 전락시키는 일부 목회자가 이 책을 읽고 부활 신앙의 본질을 깨닫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들처럼 이 책이 정말 필요한 이들은 왠지 끝내 이 책을 읽지 않을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외려 불현듯 내 주위 몇몇 사람이 떠올랐다. 이 책이 말하는 부활 신앙을 이미 실천하며 살고 있는 이들 말이다.

온 세상이 불로소득을 좆아 부동산·주식·코인으로 달려갈 때, 여전히 노동의 가치를 믿으며 땀 흘려 일해 먹고사는 미련한 사람들. 누군가 한 해에 수억 원이 오른 아파트의 시세 차익을 계산하며 미소 짓고 있을 때, 한 해에 힘써 줄인 쓰레기의 양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 바보 같은 사람들. 이 땅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연대하고 그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 내는 사람들. 연약한 존재에 마음을 쓰다가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동물들에게까지 눈길이 가닿고 동물이 행복할 권리에 마음을 쓰게 된 사람들. 냉소와 허무를 뚫고 나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분투하는 사람들.

마치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이 세상 사람·동식물·자연을 아끼고 돌보는 내 주위 사람들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상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부활 신앙을 이미 꿋꿋이 살아 내고 있는 그들에게 이 책을 함께 읽자고 권하고 싶어졌다. 이 작은 책 안에는, 그 바보 같고 미련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사는 게 옳다" 하시며 "꼭 갚아 주리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위로와 격려가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홍순주 / IVF 간사. 유튜브 채널 '한국교회탐구센터'의 '신학 BlockBuster' 진행자.
*도서 구매 바로 가기: https://bit.ly/3eL1Y4t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7월 26일, 월 4:2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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