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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눈물 흘리며 먹는 빵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눈물을 흘리며 빵을 먹어본 적이 결코 없는 사람은, 자기 잠자리에서 근심에 찬 밤을 눈물로 지새며 앉아 있지 않는 사람은, 결코 그대를, 그대 천상의 힘들을 알지 못하리!”(요한 볼프강 폰 괴테,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곽복록 역, 동서문화사, p.136)

나는 처절한 가난을 지났다. 하지만 병원을 못 간 적은 있지만 눈물을 흘리며 빵을 먹어본 적은 없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뜨와네뜨처럼 나는 눈물을 흘리며 빵을 먹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 물론 굶어본 적은 있다. 내가 살던 어린 시절은 누구나 굶는 것이 당연한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니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전형적인 책상물림이다. 어렸을 적 교장 선생님이 내 손을 보고 선비의 손이라고 하셨다. 고생을 안 할 손이라고도 했다. 육성회장이었던 아버지 덕이지만 나는 그것이 좋았다. 나는 고생을 안 하고 살 것이라 믿기도 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책상물림이라는 것이 참 나쁜 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무위도식은 아니더라도 노동을 모르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죄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삶에 노동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십년 간 텃밭 수준 이상의 농사도 지었고,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돕기 위해 아파트 이사 청소라는 것도 해보았다. 교인들을 돕기 위해 식당에서 일도 해보고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배달도 해보았다. 특히 농사는 노동이 기도라는 말을 실감한 나의 소중한 체험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시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던 공돌이 공순이의 삶을 모르는 진짜 책상물림이었다. 돈도 너무 쉽게 벌었다. 아이들을 가르쳐 나는 정말 쉽게 돈을 많이 벌었다. 더구나 내 학비는 아주 쌌다. 그래서 그 돈으로 나는 경양식 집에서 격조 있는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청년부에서 만나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애들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애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참람한 생각인가. 그런데도 나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 거의 모든 청년들은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규모가 큰 교회에는 ‘대학생부’라는 것이 따로 있었다. 최근 들어 잘못임을 알게 된 선교단체들도 모두 대학교 안에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얼마나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거스르는 반역 행위인가. 어쨌든 우리 시대의 사고는 그랬다. 그래서 각종 대학생 선교회들뿐만 아니라 ‘코스타’라는 유학생들의 모임까지 등장했고 서울대를 마다하고 선택했다는 기독교 대학교도 등장했다.

나는 그런 나를 생각할 때마다 ‘노엘’이라는 국회의원의 아들이 생각난다. 아버지가 부자다. 그래서 그 청년은 다른 사람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부자 국회의원의 아들인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그랬다. 공순이 공돌이들만 무시한 것이 아니다. 좋은 대학을 다닌다는 우월의식으로 나만 못한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사람으로 취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교회라는 것이 제 몫을 하지 못한 것이다. 교회라는 것이 앞장 서 사람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해 온 것이다. 그런 교회에서 복음을 들을 수 있고 배울 수 있을까. 그건 그야말로 우물가에서 숭늉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공고히 하고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드는 선봉장이었다. 그것은 지금 내가 지적하는 정도가 아니라 곳곳에 내면화되어 결국 교회를 사회보다 더 경쟁적인 곳으로 만들었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으로 알고 섬겨야 하는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쓰레기로 만들었다. 쓰레기가 되어야 하는 사람은 지극히 보잘 것 없는 그 사람들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목사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힘과 돈을 숭상하는 오늘날 교회의 분위기는 결국 교회가 복음을 사장시키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며 그리스도인들을 ‘옛 사람’으로 살게 만들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그리스도인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깨끗한 부자가 되어 존경받는 일을 하는 근사한 신앙생활을 추구하게 만드는 곳이 되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을 보라. 그들 가운데 자기 재산을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이라도 제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

자신을 청지기라고 하는 이들 가운데 초기 그리스도인들처럼 살려는 사람이 있는가. 불행히도 나는 보지 못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시선으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잘못된 종말론에 경도된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다. 오늘날 그렇게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단 번에 이단판정을 받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라.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그런 삶이 잘못된 것인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초기교회의 기사가 성서에 수록되었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초기 그리스도인들과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서 부족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를 솔직히 돌아보라.

이해한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사람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공돌이 공순이들을 사람 취급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한 적이 없다. 아무리 예쁜 공순이라도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나쁜 놈이라서, 내가 나쁜 그리스도인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얼마나 많은 권사님들이 못생긴 나를 사위 삼으려 했는지 모른다. 내 또래의 딸 가진 권사님이나 집사님들 가운데 그러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모르는 곳이었다. 교회는 복음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오늘날 교회는 그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제발 목사 탓을 하지 말라. 내가 목사라서 목사들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교회 안에서 목사가 어떤 목사가 되겠는가. 어찌 세습을 안 하고, 어찌 원로목사가 되려 하지 않고, 어찌 성폭행이나 헌금유용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그곳에서 어찌 성령의 열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그래서 각종 '포비아(혐오와 차별)'라는 독버섯이 우후죽순처럼 피어나는 것이다. 맞다. 목사는 그 선봉장이다. 그래서 서울대 다니는 대학생들에게 무조건 장학금을 지급하는 교회가 되고, 돈 많이 내는 사람의 이름을 주보에 공개해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니까 코스타 관계자들이 자신들도 주의하는 부분이라는 해명의 글을 단 경우도 있다. 그러면 코스타를 해체해야지 주의하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건 깨달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설 이해한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를 망치는 주역이 된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가장 큰 반역자들이 된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는 눈물을 흘리며 먹는 빵의 의미를 배우려 한다. 눈물로 지새는 근심에 찬 밤을 배우려 한다. 그래야 나를 알 수 있다. 그래야 천상의 힘을 알 수 있다.

이런 나와 함께 교회를 이루려 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배우고 실천하려면 공동체인 교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서로의 잘못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고, 우리의 힘든 실천을 이어나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내 개인적인 노력을 경주해나갈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하게 하나님 나라의 전진기지이자 복음의 모판인 교회의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곳에서 눈물을 흘리며 빵을 먹는 사람들이 사람 演技를 하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의 근심이 해결되는 성령의 역사가 날마다 일어나기를 오늘 나는 기도한다.
 
 

올려짐: 2021년 8월 09일, 월 4:4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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