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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두 여성 평화운동가는 왜 '실미도'에 관한 책을 썼을까
[서평] 책 '실미도의 '아이히만'들'과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

(서울=오마이뉴스) 이명옥 기자 = 실미도 사건은 '1968년 1.21 사태(김신조 남파공작 사건) 후 박정희의 대북 응징 보복 지시에 따라 중정 책임하에 공군 2324정보부대 내에 만들어진 북파 특수임무부대 실미도 부대에서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1971년 8월 23일 실미도에 갇혀 살인 병기 교육을 받던 24명의 특수공작원들이 '억울함을 알리러 중앙청으로 가자'며 봉기해 인천을 통해 서울로 진입을 시도한다. 실미도 접전 과정에서 2명 사망, 상경 도중 18명이 군경과 접전 중 사망하고 4명은 비공개 군사재판 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 실미도 사건

2021년은 실미도 사건이 일어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안김정애(평화학 박사)와 고은광순(평화 어머니회 상임 대표, 옥천 거주)은 실미도 사건 50주년에 부쳐 <실미도의 아이히만>(안김정애 저)과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고은광순 저)이라는 실미도 관련 책을 펴냈다.

그들은 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 실미도에 관한 책을 쓰게 됐을까. 분단의 비극을 직·간접으로 경험했기에 분단 고착 주체가 누구인지, 허리 잘린 남북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무고한 민중의 삶이 유린되고 파괴되는지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안김정애 박사는 월남민 가족이다. 남북 분단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 또 분단을 고착화하고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주체가 누군지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떻게 전쟁의 칼춤을 멈추고, 생명과 평화를 뿌리내리게 할지 고민하며 평화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의사인 고은광순은 대학 시절 전단지를 돌렸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2번 구속되어, 두 번의 제적을 당했다. 출국 금지로 유학길마저 막혔다. 2015년 6월 25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기념할 것이 아니라 전쟁과 무기 없는 평화 세상을 만들자'며 평화 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평화어머니회를 만들어 평화협정과 가짜 유엔사 해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실미도의 '아이히만'들


▲ 실미도의 "아이히만"들 실미도 50주기에 부쳐 조사관이 기록한 실미도 사건 ⓒ 모시는사람들

<실미도의 '아이히만'들>을 펴낸 안김정애 박사는 2005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 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하며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한 바 있다.

2005년 첫 번째로 맡은 사건은 1972년 세상에 알려진 실미도 사건 피해자들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70여 년 분단 조국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뒤틀리는지, 국가라는 이름과 안보를 팔아 국민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되었는지 기록했다고 밝혔다.

첫째, 나 자신이 스스로가 '아이히만'이 되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둘째, 여성의 시각으로 한반도 근현대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셋째, 최소한 비양심적인 당대인으로 남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 <실미도의 '아이히만'들> 16~19쪽

전반부에서는 한국판 '아이히만'들의 육성 등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2부에서는 사형수 4인의 육성 기록과 형집행 관련 문서, 형장의 유언 등을 기록했다. 서문에 기록된 장면 회상은 충격적이다. 이 시대 '아이히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1972년 3월 10일 사형에 처해진 실미도 공작원 4명의 시신 매장을 현장 지휘했던 공군 2325(정보부대) 시설 대대 상사 오아무개에게 암매장지 확인 동행을 요청했을 때 "손녀딸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각이다"라며 조사관 일행에게 기다리라고 하더니 취한 행동이란다.

잠시 후 집으로 들어서는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손녀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자상한 목소리로 "할아버지 다녀오마. 집에서 잘 놀고 있어라"는 말을 건네고 우리와 동행했다.

그는 유가족과 직접 대면한 최근까지도 보안각서를 이유로 정확한 암매장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위 책 11쪽

진상조사관들에게는 가해자 처벌 권한이 없었다. 이 같은 한계로 가해자들이 비공개 재판 후 처형해 암매장한 실미도 공작원들의 유해는 아직도 발굴하지 못 했다.

무의도에서 물길이 열리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실미도에서 1968년 4월부터 1971년 8월까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책의 1부는 창설, 모집, 유린, 봉기, 덮기, 재판, 횡령, 발굴의 순서로 실미도 부대가 만들어진 배경, 모집 과정, 3년 4개월 인권유린과 가혹행위 방치와 학대·굶주림, 봉기 과정, 은폐와 축소, 생존자 비공개 군사 재판과 사형, 부대 운영비와 월급 횡령, 발굴 과정을 다뤘다. 모두 조사 자료에 의거 기술하고 있다. 2부 사형수 4인의 육성 기록 파트에서는 피의자 신문조서, 사형집행 관련 문서, 4인의 형장의 유언을 기술했다.

실미도 공작원 31명을 모집하는 과정은 쉽지 않아서, 일제의 강제 징용이나 소녀 납치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6개월만 훈련 받고 북에 한번 다녀오면 장교로 임관시켜 주고 원한다면 원하는 곳에 취직을 시켜줄 수 있다며 일자리가 필요하거나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을 거짓말로 꾀었다. 그들의 신분은 깡패나 범죄자로 조작했다. 전쟁 고아 등 무연고자를 겨냥했다.

생존자 4명의 재판은 가족에게까지 비밀로 한 군사 재판이었으며 '잘 협조해 베트남에 가자'는 등 거짓말로 일관한 뒤 결과적으로 4명 모두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고 한다. 이들을 모두 처형한 후, 암매장 했다. 암매장을 현장 지휘한 가해자는 보안각서를 핑계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때문에 아직 유해 발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다. 실미도의 '아이히만'들은 왜 침묵, 방관, 변명으로 일관하며 사죄조차 하지 않는가. 피해자인 우리 모두는 왜 분노하지 않는가. '오늘의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면 내일 더 큰 범죄에 용기를 줄 뿐'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


▲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 고운광순 실록 다큐소설 ⓒ 모시는사람들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은 옥천에서 실미도로 갔던 7명의 옥천 청년 사건을 다룬 실록 다큐 소설이다. 7명이 옥천에서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엮었다. 국내외 역사를 배경 지식으로 넣어 박정희의 실체를 알게 했다.

1968년 4월 옥천 청년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 무려 7명씩이나. 모두 삼양초등학교 동창들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살던 21~23세 청년들이다. 3년 4개월이 지난 1971년, 옥천 청년 일곱 명은 속임수에 넘어가 희생된 실미도 북파 공작원이었음이 밝혀진다.

21~23세(호적 나이 만 18세~19세)였던 김봉용, 박기수, 장명기, 정기성, 이광용, 김병염, 김기정은 모두 삼양초등학교 동창생들로 700미터 안팎에 살던 청년들이다. 농사일을 돕거나 만화방을 경영하거나 양복 기술을 배우며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청년도 있었다.

영화 <실미도>에서 북파 공작 훈련을 받던 이들이 모두 사형수거나 흉악범이라고 했지만, 이 일곱 명의 경우 모두 전과 사실이 없다. 순진한 시골 청년들에게 깡패라는 오명이 씌워졌고 무술을 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1969년 닉슨이 승리하자 닉슨은 닉슨 독트린을 발표한다. 아시아 방위책임을 아시아 국가들 스스로 지게 하고,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하는 대소봉쇄 전략을 추구한다. 닉슨은 거센 반전 분위기, 그리고 경제적 손실 만회를 위해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이어 한국에서도 미군 2만 명 철수를 실행한다. 냉전 체제 대신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 평화공존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이어 한반도에서도 이후락의 비밀 방북 이후 7.4 남북 성명이 발표된다. 이 과정에서 실미도 부대가 방치된다.

6개월의 훈련 과정을 마치고 북에 다녀오면 장교로 임관시켜주고 원하는 곳에 취직시켜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겠다던 말은 거짓이었다. 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고 이틀에 한 갑 값비싼 신탄진 담배를 지급하겠다던 약속도 두 달만에 물거품이 됐다. 보리밥과 수제비마저 부족해 굶주려야 했고 돼지 먹이를 걷어 먹거나 뱀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용도 폐기된 그들에게 미래는 없었다.

그러던 중, 1971년 8월 20일 저녁 공작원들이 몰래 소주를 나눠 마시다가 발각된다. 이후 무차별 구타가 시작됐고 A조 조장이 허리를 심하게 맞아 동료들에게 들려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없이 이어진 가혹행위에 분노한 그들은 중앙청 앞으로 가서 사실을 알리고 여의치 않으면 모두 자폭하자고 결의한다. 그리고 이들은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진입을 시도한다.

실미도 부대원과 군경의 접전으로 민간인이 희생된다. 오토바이를 타고 추적하던 군인에게 총을 쏘았지만, 민간인에게 직접 해를 가한 적은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에서 아기를 안은 채 공포에 떠는 엄마에게 다리에 부상을 당한 옥천 청년 박기수가 말한다.

"저는 옥천 사람 박기수입니다. 열아홉 살에 집에서 나왔어요. 집에선 제 소식도 몰라요. 이 주소로 편지 좀 보내주세요. 상황이 나빠지면 얼른 의자 밑으로 숨으세요."- <실미도로 떠난 7인의 옥천 청년들> 235쪽

이들이 탄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바람에 누군가 안전핀을 뽑아 들고 있던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진다. 다행히 아기 엄마는 살아남았다. 이후 이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면서, '쪽지 속 옥천 박기수'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다.

옥천 7명의 청년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김병염은 다른 3명의 생존자 이서천, 임성빈, 김창구와 비공개 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언도받고 1972년 3월 10일 공군 부대에서 처형된다. 오류동 근처에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해 발굴조차 못한 상태다.

단죄되지 않은 과거의 범죄는 또 다른 미래의 범죄를 낳는다. 국가 범죄에 대한 '침묵'과 방관은 우리를 '아이히만'들로 만든다. 이것이 우리가 부당한 권력이나 범죄에 침묵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두 여성 평화운동가의 실미도에 관한 기록은 진실을 밝혀내고 처벌해 다시는 국가 이름을 도용한 추악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양심을 일깨우려는 것이리라.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올려짐: 2021년 9월 13일, 월 5:3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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