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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한국교회에 버젓이 살아 작동하는 '유령'의 역사
[종교와 사회] 교회의 극단적 신앙화·극우화를 추동하는 힘

('진보적 복음주의 시리즈' 3부작을 쓴 '두크나이트'가 <뉴스앤조이>에 '종교와 사회'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시민종교 △종교를 이용한 경제적·정치적 이익 추구 비판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오해 등을 주제로 총 4회 글을 게재합니다. 연재를 통해 종교와 사회를 사회과학적 시선으로 보다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서울=뉴스앤조이) 두크나이트

중세 교회와 유령의 역사1)

프랑스의 역사학자 장클로드 슈미트2)는 <유령의 역사>(오롯)를 통해 중세 기독교 시대 성행했던 유령의 역사 이면을 조명한다. 초기 기독교는 유령의 존재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기독교가 로마제국하에 공인되고 유럽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외연을 확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상이한 환경에 있는 다양한 사람의 체험을 종교적으로 처리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기독교는 다른 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의 '유령'에 대한 의견·경험도 기독교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중세 기독교는 유령에 관한 종래의 입장을 선회한다. 그들은 이교도적으로 치부해 온 유령의 출현을 인정하게 되고, 심지어 종교 지도자도 유령을 목격했다고 기술하기 시작한다.

이후 유령은 더는 이교도나 변방의 존재가 아닌 중세 기독교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 중세 기독교는 유령의 존재를 전략적으로 적극 사용해 죽은 자를 위한 종교 의례를 강화하고, 교회에 대한 신자들의 헌신과 물질적 기부를 종용한다. 유령을 통해 사후 세계에 관한 새로운 서사를 갖게 된 기독교는 중세 사회를 비교적 손쉽게 교화할 수 있게 됐다.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도 커져 갔다. 교리에 따라 사후 세계에서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 중세 교회의 지옥도. 사진 출처 플리커

유령, 사후 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살아 있는 자'를 통해 만들어진다. 지식사회학적으로3)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인식은 인간이 처한 사회적 배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발화자가 생산하는 담론은 사회적 배경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실·물리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유령)에 대한 이야기는, 실증되지 않기 때문에 발화자의 이해관계를 암묵적이면서도 더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유령 담론이 중세 말기 교회를 지탱하는 경제구조의 핵심 장치로 작용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본래 기독교 교리에 없었던 연옥 교리, 면죄부 등은 하나의 종교 의례·서사로 포섭돼 중세 유럽인의 사회적 행위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중세 기독교는 유령과 사후 세계 담론을 통해 대중들이 교회에 충성하도록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중세 교회가 만든 이 유령의 역사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 교회에서도 살아 작동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근본주의 개신교의 천국·지옥 체험담

개신교 교리 중에서도 특히 사후 세계를 다루는 종말론은 대중들의 사회적 행위를 조정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인간은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상을 통해 현실을 조정해 나간다. 일례로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천년왕국을 '전前천년설'로 해석하면 인류 역사의 진보는 곧 마지막 날 환난에 다가서는 것이며, 신에 대항하는 역사가 된다. 이런 입장을 '전천년설 비관주의'라고 평가하기도 한다.4) 성서에는 사후 세계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이 빈 공간에 어떤 서사가 부여되는지를 파악하면 근본주의 개신교가 사후 세계 즉, 천국·지옥을 통해 대중에게 주입하고자 하는 이념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이해관계를 읽어 낼 수 있다. 근본주의 개신교의 사후 체험, 사후 세계의 서사를 파악하기 위해 조용기 목사가 번역한 토마스 주 남의 <천국은 확실히 있다!>(서울말씀사)와 메리 K. 백스터의 <정말 천국은 있습니다!>·<정말 지옥은 있습니다!>(은혜출판사)를 분석했다.5) 두 저자는 모두 사후 세계를 체험했다고 주장하면서 그곳에서의 경험담을 책으로 출간했다.


▲ 조용기 목사가 번역한 토마스 주 남의 <천국은 확실히 있다>. 사진 출처 두크나이트

근본주의 개신교는 중세 교회와 마찬가지로 사후 세계 서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중세 유령의 역사가 '신의 존재 여부'보다는 '어떤 신을 믿느냐'의 문제였다면, 세속화가 진행된 근대 이후 사회에서 종교, 사후 세계 담론은 근대성이라는 견고한 성벽을 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득력을 잃고 대중을 교화·추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히려 중세적인 종교의 권위를 회복하는 데 힘쓰는 전략을 취한다. <천국은 확실히 있다!> 서문에서 조용기는 "한국의 성도들이 꼭 읽고 새롭게 변화"돼야 하고, 저자의 체험을 "사실 그대로 담긴 기록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조한다. 조용기, 토마스 주 남, 메리 K. 백스터는 책 제목에서부터 천국·지옥이 실제적 진실이라는 단순한 주장을 힘주어 강조하며 이에 종교적 권위를 부여한다.

일례로, 토마스 주 남은 자신의 저서에 성서와 같은 정경(canon)적 지위를 부여한다. 그는 자신이 만난 신이 책을 쓰는 데 관여했으며 그 책이 천국에서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상에 사후 세계의 존재를 알리는 일은 곧 성서에 나온 예언자들의 메시지와 동등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는 말을 신에게 직접 고지받았다고 주장한다. 또 고린도후서 12장에 나오는 바울의 삼층천 묘사를 자신이 이어감으로써 자신의 주장에 종교적 권위를 더하고자 한다.

이들이 성서 저자의 권위까지 참칭해 가면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대중의 '절대적 충성'과 '재물'이다. 이들은 천국·지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주장을 토대로 교회에 대한 헌신·헌금을 강조한다. 조용기의 설교6)와 토마스 주 남의 책은 착한 사람도 지옥에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오직 헌신적인 종교 생활로만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토마스 주 남은 지옥에서 기독교인이지만 신을 헌신적으로 믿지 않아 지옥에 온 자들을 만났고 주장하며, 전체 교인 중 20%만이 신을 제대로 섬기고 있다고 겁을 준다. 그는 시종일관 교회 생활에 대한 헌신, 종교 의례의 중요성을 설파한다.7) 이러한 주장은 교회에 대한 대중들의 절대적 충성을 추동한다.

토마스 주 남은 특별히 십일조를 강조하는데,8) 그가 천국에서의 경험한 바에 따르면 십일조야말로 신이 기뻐하는 신앙적 헌신이라면서, 십일조에 헌신한 정도에 따라 천국에서 차등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회를 향한 더 큰 헌신과 더 큰 물질적 기부는 천국에서의 더 큰 집, 더 좋은 대우로 이어진다. 이러한 주장은 메리 K. 백스터의 경험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그는 지상에서 드린 모든 헌금이 천국에 기록된다면서, 현세에서의 종교적 헌신 정도에 따라 천국에서의 특권이 차등적으로 보상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보는 사후 세계는 다분히 정치적인 천국·지옥, 구체적으로는 미국 공화당의 입장에서 본 천국·지옥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토마스 주 남과 메리 K. 백스터는 전천년설을 지지한다. 이런 까닭에 이들은 공화당, 보수·극우주의 정치 질서를 옹호하고 진보 진영의 득세를 막는 것이 성스러운 신앙의 행위라고 강변한다. 이들은 종말론적 긴박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다.




메리 K. 백스터는 환난 날에 성조기가 찢기는 환상을 봤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미국이라는 국가는 수호해야 할 성스러운 대상이 되고, 미국에 대한 비판은 곧 사탄적이라는 강한 암시를 남긴다. 토마스 주 남은 자신이 만난 신이 조지 W. 부시를 마지막 때의 대통령으로 점지했다고 주장하며, 그가 당선 과정에서 겪은 각종 스캔들·논란을 사탄의 훼방으로 치부한다. 또 신이 미국 공립·사립학교에서 기도가 허용되도록 많은 기적을 행했지만, 기독교인이 깨어 있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 학교 내에서 더는 기도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개탄한다. 이들은 신은 낙태를 싫어하며, 지옥에는 동성애자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각종 보수·극우 정치 의제에 종교적 권위를 덧입혀 독자들을 추동하기도 한다.

토마스 주 남, 메리 K. 백스터의 사후 체험을 역추적해 보자면, 근본주의 개신교가 생각하는 올바른 교회의 모습은 이렇다. 신자들이 교회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신앙생활에 오롯이 함몰돼야 하고, 목사의 말에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한다. 교회를 위한 극단적인 헌신과 헌금을 통해서만 천국에 갈 수 있고, 이 공과를 토대로 천국에서의 위계가 형성된다. 신은 자본주의와 국가주의를 긍정하고 공화당을 지지하며, 동성애자와 낙태를 싫어한다(그러므로 개신교인들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이것이 그들이 만나고 체험한 신과 사후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여전한 유령의 역사: 어느 교회의 사례

국내 지방 대도시 대학가에 자리한 어느 교회가 있다. 이미 자명한 현실이 돼 버린 한국 개신교 쇠퇴 담론은 이 교회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 교회엔 매주 수백 명의 청년이 모이고, 지역 내에서도 청년의 역동적인 신앙 활동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 강렬한 추동력은 이 교회가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임박한 종말의 긴박성에 있다. 이 교회는 전천년설적 종말 이해를 기반으로, 청년 중심의 교회임에도 정치적 보수 성향이 강하다. 보수 정당 관계자나 사회에서 극우로 분류되는 연사들이 초청돼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교회는 장로교단 소속인데도 성령 운동을 강조하며 목사의 카리스마적인 설교로 유명하다. 한때 교인이었던 어떤 이의 증언에 의하면, 설교 시간에 "아무개는 선교를 안 가서 취업에 실패했다", "새벽기도에 안 나오면 아무개처럼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다"는 등 특정 인물을 저격해 면박하는 이야기가 서슴없이 설파된다고 한다. 청년들에게 취직이나 공시 합격은 절박한 문제다. 목사는 이런 절박함을 이용해 청년들을 신앙적으로 압박하고 주술적인 해답을 내려 극단적인 신앙생활을 강요한다.

성령 운동, 종말에 대한 전천년적 해석, 카리스마적 목사의 전횡, 정치적 보수·극우화라는 자연스러운 의미 다발의 연계가 독특하게도 '청년'과 이어지는 이 교회의 모습에서, 오늘날에도 한국교회 내에 버젓이 살아 있는 '유령'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각종 신화적·주술적 교리를 주입하고 종말의 긴박성을 강조해, 청년들의 역동적인 신앙 행위를 추동하고, 극우에 가까운 정치 지향을 만들어 낸다. 유령을 이용하는 목사, 그런 목사가 매개하는 '신의 뜻'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유령의 정치, 굴절되는 신앙: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사람들은 죽은 자와 사후 세계에 대해 말하곤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정작 죽은 자는 죽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음에 관한 담론은 언제나 '살아 있는 자'를 통해 구성된다. 살아 있는 자는 현실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살아 있는 자는 비현실적이고 이해와 무관한 '유령'의 세계를 통해, 겉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령 이야기 이면에는 발화자의 감춰진 욕망이 존재한다.

중세 교회의 유령이 교회에 대한 대중의 헌신과 물질적 기부를 종용했듯, 수 세기가 지난 한국 땅의 신, 천국·지옥은 오늘날 교인들을 예배당에 함몰시키고, 십일조에 목숨 걸게 하며, 보수 정치의 가치를 떠받들게 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근본주의 개신교에서 작동하는 유령의 역사다. 이들이 이 땅을 지배하는 한, 한국교회가 섬기는 신은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의 신, 성공주의의 신, 보수·극우 정당의 신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두크나이트 / 대학에서 사회학·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현재 사회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인스타그램 계정 '북큐레이터 아틀라스'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블로그 '사회과학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1) 장클로드 슈미트, <유령의 역사>, 주나미 역, 오롯, 2015.
2) 장클로드 슈미트는 아날학파 전통의 역사학자로, 중세사 권위자이자 <연옥의 탄생>으로 유명한 자크 르 고프의 제자다. 아날학파는 역사학을 인문학과 분리하고 과학화하고자 했으며, '역사학의 사회과학화'로 특징지어진다. 김응종, <아날학파의 역사 세계>, 아르케, 2001.
3) 지식사회학이란 관념의 배후에 존재하는 사회적 배경의 영향, 관념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사회학의 분과다. 이것은 신학에도 적용이 가능한데, 특정 교리가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사회적 배경, 과학의 발전, 발화자의 위치 등을 통해 변용되는 양상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작업에 관해서는 로빈 길, <신학과 사회구조>, 김승호 역, 살림, 2009.를 참조할 수 있다.
4) 스탠리 그렌츠, <조직신학>, 신옥수 역, 크리스찬다이제스트, 2003.
5) 출판사에 직접 문의한 결과, 토마스 주 남의 저서는 86쇄, 약 28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메리 K. 백스터의 저서 두 권은 각각 20쇄 이상 인쇄돼 두 권 모두 10만 부 정도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메리 K. 백스터의 책은 어린이를 위한 만화판으로도 출간돼 실제 판매고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측된다. 다른 종교 서적의 판매량과 비교했을 때, 간접적으로 이 책들이 가진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6) 조용기 설교, '천국과 지옥' https://www.youtube.com/watch?v=laH2prvwVyI
7) 대표적으로 <천국은 확실히 있다!>109, 115, 265, 339, 353, 377, 386-387쪽.
8) <천국은 확실히 있다!> 69, 265, 280, 420, 478쪽.
 
 

올려짐: 2021년 9월 20일, 월 2: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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