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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21년 11월 29일, 월 10:52 pm
[종교/문화] 종교
 
'철밥통' 걷어차고 사회적 약자 곁으로 간 변호사
[진격의교인]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 "이주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 옆에 있을 때 행복"

"기독교는 처음부터 평신도 운동이었다. 교회 역사에 있었던 교회 갱신이나 부흥은 성직자의 권력 독점에 대항해 평신도의 권리와 의무를 되찾으려 했던 운동이었다." - <존 스토트가 말하는 목회자와 평신도>(아바서원)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봉사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뉴스앤조이>는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진격의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합니다. 말씀대로 살기 위해 진격하는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에 보여 줘야 할 진정한 기독교의 역할과 모습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입니다. (편집자 말)

(서울=뉴스앤조이) 최승현 기자 = "내가 맡은 사건에서 상식에 맞지 않는 법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할 때가 종종 있다. 판결문을 통해 확인되는 법원의 법 해석이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눈감지 않고 싸워 왔다. 이기든 지든 그 싸움이 필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라는 다소 과분한 타이틀을 얻었다. 이제는 이 타이틀이 또 다른 싸움터로 나를 이끌어 각자의 영역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와 변호사,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축복을 누리게 됐다." [최정규, <불량 판결문>(블랙피쉬), 38쪽]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들 곁에 서서 그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일을 해 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 중에는 그의 노력과 변론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게 많다. 2014년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 법률 지원을 맡았고,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에서 풍등을 날렸다는 이유로 '중과실범'으로 몰린 스리랑카 노동자 디무두 씨의 변호를 맡았다. 정부가 지정 알선한 곳에서 3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임금 체불 사건의 대리인을 맡고, 상사의 폭언과 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홍영 검사 유족과 함께 싸우기도 했다.

최정규 변호사는 피해자 변호에 그치지 않고 부당한 재판과 수사 관행에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사법 정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에서 피고인 염전주는 의구심이 드는 피해자와의 합의서(처벌 불원서)를 내밀어 형이 감면됐다. 재판부는 정신장애인 피해자가 쓴, 이름 석 자와 지장이 찍힌 합의서의 진위를 확인도 해 보지 않고 그냥 받아줬다. 최 변호사는 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가배상 소송까지 냈다.

최 변호사는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때 경찰이 피의자 디무두 씨를 강압적으로 신문하는 과정이 담긴 녹화 영상을 언론에 제보했다. 디무두 씨가 외국인 노동자고,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고압적인 말과 비속어를 섞어 가며 신문한 경찰의 '강압 수사'를 고발한 내용이었다. 그러자 경찰은 최 변호사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고소했다. 이 사건으로 최 변호사도 피의자가 돼 1년 넘게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런 일화들을 모아 <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블랙피쉬)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고, 부당한 판결에 맞서는 배경에는 '신앙'이 있다. 최 변호사는 "네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마 25:40)라는 말씀을 믿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다. 최근에는 교회 이름으로 자행된 성소수자 혐오와 폭력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2019년 '무지개 퍼포먼스'로 부당하게 징계를 당한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의 공동 대리인을 맡아 승소를 이끌었고, 2020년부터 지금까지는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재판에 회부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의 변호를 맡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이유를 비롯해 신앙적 동기, 교회 재판 과정에서 느낀 문제점 등을 듣고자 9월 16일 원곡법률사무소에서 최정규 변호사를 만났다. 독실했던 젊은 날의 신앙을 회상할 때는 유쾌함이, 이동환 목사 재판 등 한국교회 문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최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신혼여행으로 종교개혁지 탐방하고

주 5일 교회에서 살던 독실한 청년, '고지론' 내려놓고 이주민 곁으로


▲ 최정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건에 앞장서 왔다. ⓒ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이동환 목사 성소수자 축복기도 재판 변호 과정에서 그리스도인인 것을 알게 됐다. 언제부터 신앙을 갖게 됐나.

나는 '아무것도 못해 못해' 하는 모태신앙이다(웃음). 주일학교 교사, 청년부 등을 거치며 전형적인 모습으로 교회를 다녔다. 모태신앙일 때는 억지로 다녔는데, 청년이 되고 나서 '내 신앙'을 갖게 됐다. 교회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다.

2000년대 청년 시절의 교회 생활이 너무 강렬하다. 그때는 신앙에 굉장히 심취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웬만한 신앙·신학 서적은 다 읽었다. 심지어 걸어 다니면서도 신앙 서적을 읽었다. 주석서도 재밌던 시절이었다.

- 주석서가 재밌다니… 그 정도면 교회에서 살다시피한 것 아닌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 교회를 다녔다. 그때는 교회에서 시작해 교회에서 끝나는 게 일상이었다. 새벽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5시 반에 시작해서 6시에 끝나면, 청년들끼리 6시 10분부터 7시 15분까지 중보 기도를 또 했다. 교역자들은 안 나와도 청년들끼리 2명이든 3명이든 매일 기도했다. 저녁에는 선교 준비 모임 가고, 주말엔 당연히 교회에서 살고… 2년간 거의 빠지지 않고 그렇게 살았다.

몇 년간 '3관왕'을 했다. 수련회, 농촌 선교, 해외 선교 이걸 다 해야 3관왕이 된다.(웃음) 그때는 선교 준비 모임에 못 오는 친구들이 패배자처럼 느껴졌다. 직장인이니까 못 오는 게 당연한데도, 회사를 뿌리치고 교회에 온 사람이 뭔가 승리자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우스꽝스럽지만….

- 교회에 헌신하면 세상에서는 '예수쟁이'라고 싫어했을 것 같은데.

맞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교회에 가장 헌신했던 시기였지만 정작 세상에서는 (교회만 신경 쓴다고) 가장 욕먹던 시기였다.

- 신혼여행으로 종교개혁 탐방지를 갔다는 소리를 듣고 경악(?)했다.

완전 미쳤었다.(웃음) 2007년에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독일에 갔다. 그때만 해도 신앙심이 투철할 때였다. 독일에 가서 루터의 종교개혁지를 둘러봤다. 프랑스도 있고 이탈리아도 있는데 독일만 갔다. 그것도 자유 여행으로. 보통 신혼여행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곳을 많이 가지 않나. 우리는 베를린, 비텐베르크, 라이프치히 등 남들이 잘 안 가는 데만 골라 갔다.

한 가지 다른 이유도 있었다. 결혼 전, 남북 교류가 활성화할 때와 맞물려서 2006년 평양을 다녀왔다. 남북나눔운동본부에서 황해도 지역에 살림집 몇 채를 지어 줬는데 북한에서 초대를 해 줘서 교회 청년 몇 명과 함께 다녀왔다. 법률가로서 통일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활동을 했다.

독일은 종교개혁 발상지이기도 하지만,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가 독일 통일의 불씨를 당긴 성지이기도 하지 않나. 그래서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독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갔는데, 가 보니까 그냥 텅 빈 교회들 뿐이더라.(웃음)

2017년엔 결혼 10주년을 맞아 장인·장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또 비텐베르크를 갔다. 그때가 종교개혁 500주년이어서.(웃음) 나중에 비텐베르크 한번 가 봐라. 조용한 소도시인데 2~3일 정도 머무르기에 정말 좋다.

- 2012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그만두고 원곡법률사무소를 열었다. 그만둔 자리가 굉장히 좋은 자리라고 들었다.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을 텐데, 이유가 있나.

생각해 보면 교회에서 훈련의 시간을 보냈지만, 교회 분위기가 사회에 너무 닫혀 있고 내 스스로도 (교회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고민하던 차에 2007년 안산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안산출장소에서 일하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오더라. 그래서 안산에서 이주민을 오래 섬겨 오신 목사님의 교회를 출석하게 됐다. 박천응 목사님과 김영임 사모님이 있는 안산다문화교회다. 그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만났다. 정말 변호사가 필요한데 선임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정년 65세까지 보장되는 '철밥통' 자리를 정년 30년 남기고 박차고 나왔다.(웃음) 그리고 2012년에 안산 원곡동에 원곡법률사무소를 차렸다. 지금은 안산지원 앞 고잔동에 사무실이 있지만, 처음 4년은 외국인이 밀집된 원곡동에 있었다. 그 당시에는 원곡동이 '세상의 끝' 같은 느낌이어서, 땅끝에 간다는 마음으로 갔다. 교회에서 항상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고 훈련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교육을 잘못 받았다.(웃음)

- 지금 출석하는 안산다문화교회는 어떤 교회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외국인 교인 중 80%는 이주민이다. 계속 구성원이 바뀐다. 떠나는 교인이 많다. 그렇지만 삶이 너무 고단하니 서로서로 멤버십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되게 끈끈하다. 어떤 면에서는 초대교회 같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다가 떠나게 되고… 예전에 다녔던 교회는 '어디 가서 누굴 돕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교회는 옆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아프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도울 수 있다. 한 명 한 명이 가족인 거다. 이런 면에서 교회에 자부심을 느낀다. 함께하는 목사님, 사모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신앙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더 높아지는 것보다 누군가 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


▲ p2020년 8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 첫 재판이 끝난 후, 최정규 변호사가 이동환 목사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스앤조이 최승현

- 한때 교회에서는 고지론이 유행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는데, 이러한 영향은 받지 않았나.

내가 청년부 다닐 때도, 고지론과 미답지론이 유행이었다. 세상의 고지를 정복해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된다는 고지론과, 아무도 가지 않는 낮은 곳으로 가서 바닥부터 다져야 된다는 미답지론. 공익법무관 시절까지 포함해서 법률구조공단에서 9년 정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지론으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법률구조공단 안산출장소장, 그다음에는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부 개인회생파산센터장이 됐다. 고지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가 엄청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현장과 멀어지게 되니 행복하지 못하더라.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법률가이자 신앙인으로서,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 옆에 서 있는 게, 꼭 그 사람의 행복만이 아니라 내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고지로 올라가는 게 비신앙적이라고 느껴서 그만둔 건가.

꼭 신앙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인간적으로도 행복하지 못했다. 일단 내가 행복해야 고지를 점령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경력이 쌓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삶이 더 피폐해지고 불행해지는데 고지론은 무슨 고지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딜까 고민했다. 법률가로서가 아니라 정말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옆에 서서 경찰서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동행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이들이 있었다. 그냥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는 사람들. 혼자 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고 행정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을 보면서, 이곳이 나를 가장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행복 여부를 떠나, 우선 내가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이주 노동자, 장애인, 성소수자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된 분들 옆에 있는 게 행복하다. 누군가 필요한 자리에 그냥 같이 있는 거다. 포지션을 잘 잡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아내가 흔쾌히 동의해 줘서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경제적으로 아주 여력이 없다거나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거나 하는 부담이 있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거다. 신혼여행 계획에 동의해 주고, 법률구조공단을 그만둔다고 할 때 흔쾌히 동의해 준… 그런 좋은 반려자다.(웃음)

-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그 외에도 장애인과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 국가 폭력 문제 등 다양한 사건을 맡아 왔다.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신앙적 동기 또는 맡았을 때 그리스도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있나.

우선 그런 일을 맡을 때 신앙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이 정말 맞다고 생각한다.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저버릴 수 없다. 곁에 있는 그들을 저버리면서까지 이곳저곳 밖에 나가 무슨 일을 하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위에 있는 한 분 한 분을 돕다 보니, 어려운 일을 겪은 분들을 위해 내가 변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 사건을 맡아 변론할 때, 예수님 마음을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잘 안 돼서 문제지만.(웃음) 그렇다고 타인에게 그걸 막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어제도 밤 9시 넘어서 공익 신고를 하겠다고 다섯 분이 찾아오셨다. 나도 피곤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하는 분들인데 너무 소중하지 않나. 그런 분들과 함께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힘을 신앙에서 얻었고 또 얻고 있는 것 같다. 내 철학이라든지 생각이 다 신앙으로만 해석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신앙이 이런 활동의 시작이자 기초인 것은 분명하다.

한때 세상을 선도하던 교회, 지금은 변화 앞에 경직된 모습만


▲ 최정규 변호사는 교회가 경직되고 뒤쳐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감리회 교리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맞으라고 하지 않느냐며, 교회가 열린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다고 했다. ⓒ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불량 판결문>을 보면 사회 법정에서도 비상식적이고 무례한 재판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사실 사회 법정이 그나마 낫다고 할 정도로 교회의 모습은 더 낙후된 것 같다. 장신대 징계 무효 소송, 이동환 목사 성소수자 축복기도 재판 등을 경험하면서 신앙인으로서 교회의 모습에 실망도 했을 것 같다.

내가 교회 생활을 열심히 했던 그 시기는 교회가 세상보다 앞서 있었다. 어렸을 때 애들이 교회 다녀오면 어른들이 '왜 교회 갔느냐'고 물었다. 애들은 '뭐 줘서 갔다'고 답했다. 먹을 거 주니까, 아니면 문화적인 혜택이 있으니까 교회를 갔다. 교회가 세상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가 뒤쳐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경직돼 있고, 교회에 반하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면 경청하기보다는 음해하려는 세력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런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동성애 때문에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두려워한다. 그런데 원래 세상이 뭘 두려워해도 교회는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위기라고 하더라도 교회는 의연해야 한다. 세상은 의연한데 교회만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큰일 난다고 호들갑이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 한국교회를 걱정할 게 아니라 내 인생을 먼저 걱정해야겠지만… 한때 교회 생활을 가장 열심히 했던 사람으로서 지금 교회를 보면 되게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 이동환 목사 사건을 맡고 나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회의감을 느꼈다고 들었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에 공개재판을 요구할 때도 그랬다. 사실 재판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당시 몰려든 취재진을 보면서 총회 재판위원장이 "왜 세상 언론이 이렇게 관심을 갖느냐"면서 불쾌감을 표현하는데 황당하더라. 세상이, 세계가 왜 이 재판을 주목하는지 교회가 한 번 더 곱씹는다면, 이 재판을 통해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것 아닐까. 근데 오히려 재판위원장이 우리한테 물어본다. 마치 우리가 기자들을 선동한 것처럼…. 세상에 뉴스가 얼마나 많은데 언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겠나. 그만큼 이 사건 기소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말이 안 돼서 뉴스거리가 된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

평소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면서 세상만사에 다 관여하고 이래라저래라하더니, 어떤 관심은 너무 부담스럽다고 세상을 불편해한다. 이런 마인드로 교회가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건강한 교회의 모습,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은 무엇인가.

'삐거덕삐거덕' 소리가 나는 교회다. 이번 이동환 목사 재판을 보면서도 그랬다. 더 좋은 교회의 모습을 갖추려면 삐거덕해야 한다. 그런데 그거 안 하고 도망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필요한 논의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데,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모르겠다.

이동환 목사 재판 과정에서 교단 목사들이 동성애가 왜 문제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 목사보다 연배가 훨씬 높은 목사·신학자들이 어떤 논리로 동성애를 정죄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어떤 신학자가 "교회는 기본적으로 비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더라. 멤버십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헌신하고 내주는 것이 올바른 교회의 모습인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교회가 그런 일을 해 왔다. 그래서 아직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바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 비조합원에는 당연히 성소수자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맞으라는 감리회 교리에는 이들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들었다. 교회가 '차별'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더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어정쩡한 태도만 취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oto: 최정규 변호사는 재판하면서 겪은 '불친절하고 비상식적이며 무례한' 판결을 모아 <불량 판결문>을 펴냈다. ⓒ 뉴스앤조이 최승현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9월 27일, 월 3: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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