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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홍준표가 옳다
[조성식의 통찰] '조국 과잉수사' 발언에 담긴 3가지 의미


▲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경선 예비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2차 경선 제2차 방송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서울=오마이뉴스) 조성식 기자 = 홍준표를 지지(?)하는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외치는 '추미애가 옳았다'와는 다른 맥락이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홍준표의 '조국 과잉수사' 발언을 두고 당내 경쟁 후보들과 많은 당원이 비난하고, 보수언론에서 거칠게 시비 걸고, 결국 홍준표가 '소신'을 굽히는 걸 지켜보면서 정권교체가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 예감의 근거가 뭐냐고?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까.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 맹렬히 공격받는 데서 국민의힘이라는 당의 한계를 엿보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확장성의 한계다. 아울러 잘못된 언론 프레임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느꼈다.

그 프레임은 부분적으로 사실 위에 터를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진실과 부합하지는 않는다. 사실이니 진실이니 따질 것도 없다. 조국과 윤석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100여 회 압수수색이 말해주듯, 과잉수사였다는 건 상식이다. 오죽하면 검사 출신인 홍준표가 그리 말하겠는가? 과거 그의 발언과 배치되는 면이 있더라도, 또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 하더라도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왜 그런지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

오죽하면

첫째, 수사 당위성과 별개로 수사 방식과 수사 결과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 수사 초기에는 많은 사람이 그저 조국을 비난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진보 진영에서도 '배신감'에 사로잡혀 전후 사정을 차분히 살펴보기보다는 기울어진 여론에 편승해 성토하고 매도하기에 바빴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살권수)' 프레임을 짠 언론의 일방적 논조에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깊숙이 파묻혔다. 하지만 짜맞추기 수사와 먼지떨이식 저인망 수사, 별건수사 등이 뒤범벅된 수사 방식과 빈약한 수사 결과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뭔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 챘을 거다. 왜? 상식을 벗어난 수사였으니까. 그건 조국으로 대표되는 강남좌파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다.

둘째, 대선 후보가 표를 의식해 정략적으로 발언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허위나 왜곡이 아닌 다음에야 욕할 일이 아니다. 지지층 입맛에 맞는 발언만 하는 후보는 한 치 앞만 보는 하수다. 반대층 또는 중도층 정서를 헤아리고 그쪽 표도 끌어오려는 후보야말로 고수다. 그 점에서 홍준표의 발언은 사실관계에 비춰 틀린 말도 아니거니와 전략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민심 화합' 의미가 담겼다면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홍준표가 조국을 거칠게 비판해온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홍준표의 발언에는 일말의 진심이 담겼다. 말에는, 특히 어떤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에는 설사 진정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그 사람의 본심이나 가치관이 어느 정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마음에 없는 소리처럼 들려도, 아주 생각이 다르면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가까운 예로, 윤석열이 박근혜 구속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다분히 그쪽 지지층을 의식해서이겠지만 실제로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쪽 정서와 통하기에 그런 말을 한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과잉수사니 불공정한 수사니 하는 비판이 제기되는 근원은, 홍준표가 지적한 대로 '정치수사'였기 때문이다. 죄가 아닌, 사람을 겨냥한 표적수사였기 때문이다.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었기 때문이다. 온 가족과 일가친척을 털어대고 심지어 죽은 부친까지 부관참시하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건 다 끌어 모으려 했다. 아들의 미국 대학 온라인시험을 도운 것까지 업무방해죄로 걸고, 입시 현실을 무시한 채 봉사활동과 체험활동, 인턴업무의 실제 시간을 문제 삼아 허위라고 기소한 데서 알 수 있듯 과잉수사의 전형이었다.

그런 자잘한 혐의를 잔뜩 긁어모은 것은, 뒤집어 말하면 권력형 비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애초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결과이기도 하다. 대체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개인 비리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근접한 것이 딸의 장학금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부터 대학원에서 매 학기 받아온 장학금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뇌물로 둔갑했다는 '가설'은 근거가 약하고 억지스럽다.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말라고 했거늘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력하게 만든 그 수사의 목표는 명확했다. 윤석열의 언행을 비롯한 여러 정황에서 드러났듯이, 검찰개혁 관련법의 국회통과를 앞둔 시점에 이를 설계하고 주도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의 낙마였다.

한껏 파헤쳐봐서 권력형 비리가 나오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이 얼마나 '부도덕'한지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수사 목적의 절반은 달성했다. 어차피 판은 그렇게 짜였다. 특수통 심재륜 전 검사는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말라"고 했거늘, 조국을 겨눈 칼은 좌우로 비틀리고 위아래로 요동치고 360도 회전했다. 그러기를 100여 차례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숨이 끊어졌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유성호

이 잔인한 수사를 두고 아들딸을 공범으로 잡아들이지 않았으니 봐주기 수사였다는 투로 말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혹시 톨스토이 소설 <바보 이반>에 나오는 반목과 증오의 도깨비가 튀어나오지는 않을지... 조국 부부의 법정 태도를 두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반성과 변론은 별개다. 도덕적 비난과 사법적 단죄를 구별해야 하듯이. 가슴에 '주홍글씨'가 새겨졌으니 법적 방어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반인권적 폭력이다. 더욱이 관행적/잠재적 비리를 두고 특정인 입시자료에만 현미경을 들이댄 불공정한 수사였기에 법리적으로 다툴 소지가 다분했다.

사모펀드 의혹은 금융감독원 조사가, 입시 스펙(비교과 활동) 문제는 교육부 감사가 적당함에도 다짜고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무리한 수사였다. 아니, 수사가 아니라 수집이었다, 입시 비리를 대표하는 표창장만 해도 애초 제기된 의혹이 아니었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여러 수집품 중 하나였다. 검찰이 부산대에서 가져간 것은 흑백 사본인 실물 표창장이다. 위조 방식이 '직인 임의 날인'에서 '스캔/캡처 후 삽입'으로 바뀐 이중기소 논란에서도 엿볼 수 있듯 검찰 수사는 부실하고 오락가락했다. '총장 직인 파일'의 존재를 알 만한 사람은 동양대 관계자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 기이한 수사의 비밀이 있다.

표창장은 검찰 수사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사문서 위조 공소시효 만료를 내세워 정경심 기소를 밀어붙일 명분이 생기고 조국 부부를 파렴치범으로 낙인찍는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거론된 범죄 혐의들은 대체로 근거가 없거나 과장됐거나 (장관 낙마용으로는) 약했다. 정경심에게 제기된 혐의 대부분이 1,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되고 '7대 스펙'이 다 허위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가짓수만 많지 내용은 단순하다. 같은 가지에 붙은 비슷비슷한 이파리들이다.

이 수사가 얼마나 억지스러운지는 '조국 펀드'니 뭐니 하면서 잔뜩 부풀려졌다가 형편없이 쪼그라든 사모펀드 혐의만 봐도 알 수 있다. 법원은 핵심 쟁점인 정경심의 공모와 횡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정경심이 펀드의 실질적 운용자라는 검찰 논리와 언론 보도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그나마 건진 게 먼지떨이 수사의 산물인 주식 관련 자잘한 비리다. 수사 착수 명분인 사모펀드가 무너진 마당에 표창장까지 없었다면 그야말로 팥 없는 찐빵이었다.

그런데 정경심 비리의 핵심인 사모펀드와 표창장은 이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의 논리대로라면 조국에게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이 부인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에 관해 묻자 '부부 독립경제론'을 펴며 자신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비켜갔다. 친검 언론과 반조국 지식인들은 '조로남불'만 문제 삼았지, 처가와 측근 검사들 의혹을 감싼 '윤로남불'은 못 본 체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아무리 제도적 틀 안에서 발생한 비리라고 해도 일부 특권층 학부모들이 사회/경제적 지위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편법과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고 그 자식들이 혜택을 누린 것을 감싸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니. 조국도 이 점에 관해서는 여러 차례 사과했다.

도덕은 진보의 무기다. 인간 본성인 위선이 진보 인사에게서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말과 글로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고 타인의 잘못을 날카롭게 비판하기 때문이다. 같은 잘못이라도 언론이 보수보다 진보에 더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정치적 치우침 탓으로만 볼 수 없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작용한다. 공적 영역에서 정의로워 보이던 사람이 사적 영역에서 그다지 정의롭지 않다는 점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배신감에 빠지고 분노한다.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식을 위해 반칙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나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비록 '선택적 정의에 따른 선택적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관행적 입시 비리에 경종을 울리고 제도 개선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면도 있다. 다만 스펙 기록이 당락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발표에 비춰보더라도 '침소봉대' 또는 '견강부회' 수사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닌지 반추해볼 일이다. 부당한 권력이나 독점적 특혜가 빚은 몇몇 유명 인사 자녀의 입학 부정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도적 결함에 따른 관행적/잠재적 비리임에도 특정인 것만 파헤쳐 단죄한 데 따른 불공정 시비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홍준표의 '상식'을 배척하는 한

홍준표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다. 조국을 감싼 것도 아니고 잘못된 수사였다고도 하지 않았다. '멸문지화'의 마녀사냥을 비판한 것도 아니다. 그저 보편적 법감정에 비춰 과잉수사였다고 말한 것뿐이다. 그런데 그쪽 진영에서는 그런 일반적인 얘기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사실이나 진실과 상관없이 신념이 흐트러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조국 무죄'나 '조국 수호'를 외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정반대 이유로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내가 <뉴스타파> 기자들과 함께 쓴 <윤석열과 검찰개혁>에서 조국 사태를 두고 "사실논쟁이라기보다는 가치논쟁에 가깝기에 양쪽 주장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맞는 사실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중도층 표심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관점은 다르지만,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중도층 정서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다. 중도층의 정치적 지형은 실용적 중립이다. 양극단을 싫어한다. 전통적으로 중도층 못 잡으면 대선 힘들다.

조국 사태 이후 치른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한 데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조국 수사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뭉개고 많은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는 검찰권력의 폐해를 외면하면 '수구 꼴통' 꼬리표를 떼기 힘들 것이다. 2021년 재보선에서 완승한 것은 다른 사정 때문이다. 편향된 프레임에 의해 왜곡된 20대의 공정 논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도 보기 좋지 않다.

홍준표의 '상식'을 배척하는 한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는 힘겨울지 모른다. 강성 지지층만 보고 계속 야당만 하겠다는 자세라면 모르겠지만. 다만 홍준표가 옳다고 해서 그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9월 27일, 월 7: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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