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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젊고 재능 있는 작가의 죽음, 그의 마지막 기록
[리뷰] 로버트 판타노의 유작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 책 표지 ⓒ 자음과 모음

(서울=오마이뉴스) 김규종 기자 = 젊은 사람들의 느닷없는 죽음은 우울하다. 영화 <러브스토리>(1971)나 <라스트 콘서트>(1976)의 여주인공들이 맞이하는 죽음은 비장미의 끝판왕이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백혈병'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처절하게 작별한다. 그런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책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이하: <다만>)가 출간되어 눈길을 붙잡는다.

서책의 원제는 <모든 것의 끝에 남긴 기록 Notes from the End of Everything>이다. 35세 나이에 악성 뇌종양 선고를 받고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살다간 로버트 판타노의 이야기다. 그는 165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 <기적의 추구 Pursuit of Wonder> 기획자였다. 철학과 과학, 문학에 기초한 단상을 영상 에세이에 송출하는 유튜브였다.

<다만>은 생의 끄트머리에서 판타노가 대면하고 사유한 열 가지 주제를 짧은 글 형식으로 전달한다. 글의 처음과 끝 사이에서 읽히는 지은이의 육신과 영혼의 차이가 느껴질 만큼 병세가 악화하는 정황이 뚜렷하여 가슴을 저미게 한다. <다만>에서 우리는 생을 향한 판타노의 사유와 인식, 그리고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자세 변화를 대면하게 된다.

시간

만일 당신이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겠는가?! 당신은 이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그런 가정을 진지하게 숙고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그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절대로 내게 닥쳐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부여된 넘치는 시간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나 태어날 때 잠재적으로 상당량의 시간을 부여받는다. 우리는 생득권(生得權) 혹은 선물처럼 시간을 일시불(一時拂)로 받는다. 시간은 아껴두었다가 쓸 수 없고, 저축할 수도 없다. 주어진 분량 이상을 차지할 수도 없다. 쓰는 것 이외에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으며, 소유를 의식하기도 전에 우리는 시간을 쓰고 있다. (34)

돈과 시간을 비교하는 대목에서 판타노는 양자의 차이를 명징하게 구분한다. 재벌이든 거지든 세상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부여받는 유일한 재화는 시간이다. 평균수명 80년을 산다고 전제하면, 누구나 960개월 2만 8800일 172만 8000 시간을 부여받는다. 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양의 시간을 절대로 절약하거나 저축할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이다.

정해진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소멸과 망각의 길을 가야 한다.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이라고 판타노는 힘주어 강조한다.

우리의 삶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가지고 있으며 진짜로 빛나고 있는 지금을 위한 것이다.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 중요하다. 여정에서 겪는 위험과 스트레스와 불행이 존재하기 때문에 좋은 인생이 되는 것이다. (91-93)

위로

시한부 인생이 돌이킬 수 없이 확실해지자 지인과 친구들이 찾아와 그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런데 우리의 상상과 달리 그들의 위로는 판타노를 위로하지 못한다.

대체로 이런 말들을 한다. '속상하고 화나는 게 당연하지.' '좋아질 거야.' 어떤 감정이 당연한 건지 모르는 상황 혹은 내 건강이 기적처럼 좋아질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 이런 섣부른 위로는 의도와 정확히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111)

<다만>을 읽다가 50이 채 못되어 '배꼽암'으로 세상을 버린 후배 생각이 났다. 생기를 잃고 누렇게 뜬 얼굴에 총기를 잃은 눈빛의 후배를 헛되이 위로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확인한다. 그런 서툰 위로는 그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을 뿐, 죽음을 향해 날마다 전진해야 했던 후배에게는 털끝만큼의 위로도 되지 못했음이 명확하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극악한 위로도 있으니 기억하시라!

그 중 최악은 신의 부재가 가장 극단적으로 느껴지는 이 시기에 내게 신을 설교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각자가 이해하는 신과 종교의 언어를 어떻게든 전하려 애쓴다. 희망을 설파할 수는 있다. 그러나 희망을 인간화된 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그 신이 나의 이른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112)

후회

단언컨대 후회 없는 인생은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선택하고 나면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반드시 뒤따른다. 가장 단순한 본보기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다. 지독하게 오래된 선택의 난제가 이것이다. 그래서 짬짜면이 나왔는데, 이건 분명히 선택 장애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생의 끝자락에서 지은이 판타노가 후회하는 몇 가지 대목은 곱씹을 만하다. 낭비한 날들을 후회하느라 낭비한 시간을 후회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지나간 일과 관계를 오래 반성하느라 많은 시간과 정열을 탕진한다. 그런 날들과 관계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었다고 인정하면 그뿐인데 우리는 지난 일에 헛되이 오래 매달린다.

판타노는 누구보다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그가 25세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아주 크다. 아버지와 가까운 관계임을 느끼면서도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른 채 작별한 판타노. 삶과 죽음, 신의 부재와 존재, 사랑과 우정 같은 문제를 아버지와 함께 생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판타노.

판타노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전긍긍하느라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희생해온 자아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본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자신의 얼굴과 영혼으로 당당하고 멋지게 살지 못한 지난날을 후회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달하지 못한 소심함과 잘못된 습관을 오래도록 자책한다.

마치면서

삶이 막바지로 달려가면서 판타노는 안정을 찾아간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차분하게 죽음을 기다리면서 생을 정리한다. 이런 태도가 우리를 울컥하게 한다.

죽음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기이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이를 닦다가 '앞으로 나는 이를 닦을 수 없고, 이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없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든다. 생각 없이 반복해왔던 흔해 빠진 일들이 신비체험에 가까워진다. (217)

행복에 관한 그의 단상은 무한행복을 갈구하는 우리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행복은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도 아니고, 영원히 내 곁에 있는 것도 아니다. 슬픔이나 추억, 피로나 흥분, 허기처럼 행복도 왔다가 간다. 행복을 찬양하고 행복에 매달린다고 해서 행복이 왔다 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태양을 찬미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는 밤을 막을 수는 없다. (231)

여러 방면에 재능 있고 글을 잘 쓰며 지극히 솔직하고, 거기서 나온 사유와 인식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준 따뜻한 인간 로버트 판타노.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다. 하루 가운데 많은 시간을 잠으로 채우면서 그는 죽음으로 다가간다. 그러면서 그 잠에서 자유와 평화를 찾은 판타노. 그에게 영원한 안식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0월 09일, 토 8:2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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