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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21년 11월 29일, 월 10:33 pm
[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암 투병 죽음의 문턱에서 네 번 생존... 나만의 철칙
[송성영의 암과 함께 살아가기] 나를 살아있게 하는 자연치유법, 기혈운동


▲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이른 새벽 새소리와 함께 잠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상과 식이요법, 기혈운동이 필요합니다. ⓒ 송성영

(서울=오마이뉴스) 송성영 기자 =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치유법으로 암과 함께 살아가는 저에게는 나름 철칙이 있습니다. 전날 아무리 힘든 통증의 밤을 보냈다 하여도 가능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여명이 밝아 오고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몸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수술이나 병원을 멀리하고 암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독사와 한 방에서 동침, 혹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 정신 바싹 차리지 않으면 독사에게 물리거나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쳐박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두려움에 정신 줄을 놓아 버리면 죽음의 전령사가 잔혹한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독사와의 동침, 호랑이 굴에서 살기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는 옛말대로 '정신을 집중하면 어떤 어려운 일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두려움 없이 몸과 마음을 한데 모으면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죽음의 고비 때마다 그런 마음자세를 유지해 왔기에 암산업의 통계치를 깨고 그나마 지금 여기, 살아 있다고 봅니다.

마음을 한데 모아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자연치유법의 전부는 아닙니다. 마음을 한데 모으고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이른 새벽 새소리와 함께 잠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상과 식이요법, 기혈(氣血)순환운동(이후 기혈운동)이 필요합니다.


▲ 맨발로 숲을 걸으며 기혈운동을 할 때 마다 돌멩이 하나하나 쌓아올린 돌탑. 1년에 돌탑을 하나씩 쌓아 올렸는데 지난겨울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세 번째 탑을 제대로 쌓아올리지 못했습니다. ⓒ 송성영

사실 수술을 거부할 당시 이렇다 하게 준비된 자연치유법이 없었습니다. 기혈운동과 마찬가지로 식이요법이며 명상, 그 어떤 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는 마음을 모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생활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다만 수술을 거부할 무렵 암세포의 실체를 나름 파악하기 위해 암세포에 대한 의학 지식이 담긴 책들을 허리 높이까지 쌓아놓고 탐독을 해가며 죽음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마음을 다잡아 나가는 명상, 이전에 먹던 육류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탁한 음식을 멀리하는 식이요법, 그리고 기혈운동이라 해봤자 가능한 천천히 맨발로 걷는 숲속 산책이 전부였습니다.

수술을 거부하고 자연요법을 시작했을 때 딱히 어떤 기혈운동을 할 것인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혈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온 30년 인연의 잘 아는 스님 덕분이었습니다.

법명을 밝히길 원치 않는 스님은 내가 결혼 전에 수행자의 길을 가겠노라 1년 정도 계룡갑사 근처의 다 쓰러져가는 산막에서 생활할 때 만난 소중한 인연입니다. 하루 한 끼 식사와 솔잎으로 연명해 가며 계룡산을 오르락내리락 할 무렵 스님은 갑사의 살림을 맡고 있었습니다.

쌀이 떨어지거나 할 때마다 소리 소문 없이 산막에 찾아와 마루에 쌀자루나 떡, 과일 등의 먹을거리를 내려놓고 가거나, 육조단경과 같은 불경을 은근슬쩍 권하기도 했고, 한 겨울 옷 한 벌로 보냈던 제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복을 내주기도 했던 친구이면서, 때론 수행자의 길을 가는 도반이자 깊지 못한 불심을 일으켜 주었던 사부이기도 했습니다.

"에고, 죽을 벵 걸리셨다며, 눈빛은 멀쩡하시네."
"갈 때 되면 가는 거쥬 뭐."
"이참에 국선도 좀 하슈. 위장에 좋을 것이니."

평소 앞뒤 설명도 없이 필요한 말만 툭툭 던져놓은 스님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입산하기 전부터 국선도를 해왔던 스님은 산막을 다녀간 다음날 다짜고짜 충남 홍성 어디쯤에 잘 아는 국선도 도장에서 만나자며 달랑 주소하나 전해주고는 전화를 딱 끊어 버렸습니다.

스님의 권유로 시작한 기혈운동

큰 아들과 작은 아들, 두 행자를 앞세워 스님이 전해준 주소 따라 찾아간 국선도 도장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뒤늦게 찾아온 스님은 '여기가 아닌개벼' 식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서산에 자리한 국선도 도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금은 절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토굴 생활을 하고 있는 스님이지만 내가 결혼할 무렵에는 어느 암자의 주지로 있었습니다. 그 무렵 돈깨나 있는 신도들보다는 일반 수행자, 사회운동가, 국선도 수련자들 등 수많은 인연들이 찾아와 스님의 절집 신세를 졌는데, 서산에서 국선도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 또한 그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

스님은 도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들고 온 귤과 사과 박스를 툭 던져 놓고는 예의 그 앞뒤 없는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보살님! 야들 국선도 좀 가르쳐 주세요. 돈 없는 애들이니까, 그냥 좀 가르쳐 줘요."


▲ 준비운동을 마치면 두 행자의 왕성하게 모아진 기운이 암세포가 자리 잡고 있는 지 애비의 위를 어루만져 줍니다. 두 행자 어렸을 때 배앓이를 할 때 마다 지 애비의 손이 약손이 돼 주었던 것처럼. ⓒ 송성영

그날 이후로 두 행자는 산막과 가까이 있는 도장을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두 달 남짓 기본 동작인 준비운동을 배워 산막에 돌아와 병든 지 애비와 함께 본격적으로 기혈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겨울철이라 밖에서 할 수 없었기에 두 평 반짜리 비좁은 방안에서 몸을 부대껴 가며 겨우겨우 기혈순환운동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두 행자는 어린 시절 지 애비가 어께 너머로 배운 국선도 행공을 줄곧 따라 했기에 빠른 시간 내에 익힐 수 있었습니다.

준비운동을 마치면 두 행자의 왕성하게 모아진 기운이 암세포가 자리 잡고 있는 지 애비의 위를 어루만져 줍니다. 두 행자 어렸을 때 배앓이를 할 때마다 지 애비의 손이 약손이 돼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준비운동이 몸에 익숙해질 무렵, 다시 스님이 찾아와 중국에서 익힌 간단한 선도법을 비롯한 이런저런 기혈운동과 특히 위장에 좋다는 국선도 중기단법의 행공과 호흡법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국선도에서는 기혈순환운동을 '심신을 이완하고 체형을 바로 잡으며 근골(筋骨)과 기육(肌肉) 그리고 신경(神經) 등을 강화하고 기혈을 순환시켜 주는 운동'이라 말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에는 생명의 기본단위인 무형의 기(氣)와 유형적인 혈(血)이 있다고 하는데 "통즉 무병. 불통즉 발병(通卽 無病, 不通卽 發病)" 즉, 기혈순환이 순탄하면 병이 없고 기혈순환이 순조롭지 못하면 병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기와 혈이 잘 돌아야 질병이 발생하지 않고 또한 예방이 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기와 혈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기혈순환운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특히나 저 같은 암환자는 보통 사람보다 면역력이 약하다고 합니다. 면역력이 약한 원인 중에 하나가 흔히 '기가 막힌다'라고 말할 때의 그 기, 기혈이 막혀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면역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막힌 기혈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혈운동이 필요한 것이지요.


▲ 암세포로 부터 살아남기 위한 송성영표 ‘짬뽕 기혈운동’은 그 날 그 날 몸 상태에 따라 대략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 송성영

제가 하고 있는 기혈운동은 국선도의 준비운동과 중기단법이 전부가 아닙니다. 국선도 중기단법을 중심으로 몇 가지의 인도 요가 동작과 어려서부터 10년 넘게 연마했던 태권도의 몇 개 동작, 어깨 너머로 익힌 태극권과 기천문의 기본자세를 응용해 나름 내 몸에 맞는 기혈운동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암세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송성영표 '짬뽕 기혈운동'은 그 날 그 날 몸 상태에 따라 대략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살아오면서 인연 따라 맛 본 다양한 기혈운동

국선도가 그러했듯이 여타의 기혈운동은 암을 극복하겠노라 부러 찾아다니며 익힌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전혀 모르던 분의 고마운 인연 따라 1년 동안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믿고 복용했듯이 기혈운동 또한 인연 따라 하고 있을 뿐입니다.

태극권은 중국 연변 출신의 선도 수행자와의 인연으로 잠시잠깐 배운 것이고, 기천문의 기본동작 또한 기천문의 수장인 문주와의 인연 따라 기본 동작을 배운 것입니다. 요가 또한 인도 요가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북인도 리시케시에 머물 때 인도 청년의 권유로 잠깐 맛을 본 것이고요.

어깨 너머로 익힌 서툰 동작들이라 할지라도 낯선 운동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몸에 어느 정도 익숙한 행공이기에 기혈을 풀어내는데 보다 수월했습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기혈운동이라 할지라도 옷처럼 제 몸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부담이 되면 몸 상태에 따라 시시때때로 막히는 기혈을 쉽게 풀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낯선 행공, 하나하나 몸에 익히려면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요. 언제 세상을 뜰지 모르는 몸이기에 낯선 행공을 하나하나 익혀나갈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습니다.

하여 국선도보다 인도 요가가 더 몸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요가를 중심으로 기혈운동을 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혈운동은 설령 그 운동이 국군도수 체조라 할지라도 제 몸에 잘 맞고 몸이 가볍게 풀려 나가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입니다.

그 어떤 운동이든 중요한 것은 조금 힘들다 싶을 정도로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더군요. 고행 없이 깨달음을 이루기 쉽지 않듯이 일테면 앉아서 양다리를 벌리는 행공을 할 때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올 정도의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동작 한 동작 행공을 할 때 마다 단전으로 들이쉬고 내쉬는 단전호흡은 기본이고요.

단전호흡과 함께 행공을 할 때마다 입안에 위에 좋을 단침이 고이는 기혈운동을 하고 나면 노폐물을 배출하는 땀이 흘러나오고 몸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자리가 좀 더 확장되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했던 암 판정 이전과 다른 싱겁고 밋밋한 맛의 먹을거리들이 입맛을 당기게 합니다.

기혈운동은 아픈 몸을 스스로 다스리는 보약이기도 합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화학성분의 약은 아픈 몸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시나브로 약에 길들여지게 되면 아플 때마다 습관적으로 약을 찾게 되고 몸은 점점 약의 노예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몸은 자생력을 잃게 되어 어지간한 약으로도 치유하기 어렵게 됩니다.

기혈운동은 처음에는 굳은 몸, 막힌 기혈을 풀어내기 위한 일정한 고행 기간이 필요하지만, 행공을 거듭할수록 몸이 유연해지고 자생력이 생겨 몸 상태가 확연히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몸은 제가 가꾸고 있는 채소밭과 다름없습니다. 채소에 벌레가 생긴다하여 농약을 뿌리게 되면 당장은 벌레의 습격을 피해갈 수 있으나 밭은 점점 자생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자생력이 떨어지는 밭에 좀 더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게 될 것입니다. 그 자생력을 잃은 텃밭에서 나온 먹을거리 또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화학성분의 약에 의지하는 몸처럼 본래의 생명력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내게 있어서 기혈운동은 아픈 몸과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막힌 기혈을 풀어내는 것은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것입니다. 기혈운동은 암세포를 몰아내기 위한 강력한 외공을 쌓는 일이 아닙니다. 아픈 몸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그 아픈 자리를 풀어주는 것입니다.


▲ 숲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늘 그래왔듯이 신성한 사원에 들어설 때처럼 신발을 벗어 놓습니다. ⓒ 송성영

지난 겨울은 힘든 통증이 몰려와 숲길을 맨발로 걷는 날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눈 덮인 숲길을 맨발로 걸었습니다. 암환자에게 최악의 순간 중에 하나가 몸의 온도가 뚝 떨어지는 것입니다. 어차피 목숨 걸고 수술을 거부했기에 그 해 겨울, 이열치열을 떠올리며 맨발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추위에 노출 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암환자가 눈길을 맨발로 걷다니, 누구는 죽으려고 환장한, 정신 나간 짓거리라 눈총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눈길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위험을 감수해가며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보지 않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맨발바닥으로 엄습해 오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몇 걸음 걷자마자 입에서 저절로 업장을 소멸한다는 불교의 진언, 옴마니반메훔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 순간 희망도 절망도 사라졌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찌릿한 통증이며 잠시잠깐 스치는 따사로운 볕의 달콤한 희열도 사라졌습니다. 모든 갈망이 사라지고 내 거친 숨소리조차 사라진 순간, 그 무엇이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살아있음으로 하여 느껴지는 생명력, 차가운 발바닥을 녹여주는 대자연의 숨결 같은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하는 신도 부처도 명상도 진언도 철학도 시간도 관념도 만남도 이별도 사랑도 자비도 생사의 갈증도 윤회도 전생도 내세도 암세포도 면역세포도...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내 안의 숨결과 대지의 숨결이 하나가 되는 찰나가 있었습니다. 그 찰나의 강렬한 느낌이 지금까지 맨발로 걸으며 기혈운동을 했던 이유가 되었던 것입니다.

아픈 몸의 치유는 대자연의 몫

기혈운동은 아주 나쁜 상태의 미세먼지나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 주로 숲에서 이뤄집니다. 숲으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신발을 벗고 경건한 마음으로 허리 굽혀 숲에 인사를 올립니다. 최대한 느리게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호흡을 합니다. 가능한 길게 호흡을 하면서 의념으로 탁한 기운을 내보내고 대자연의 맑은 숨결을 받아들입니다.

그 숨결이 바로 숲, 대자연의 기운이라 믿고 있습니다. 결국 명상, 식이요법과 더불어 자연치유법 중에 하나인 기혈운동은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픈 몸을 치유하는 것은 내 영역 밖입니다. 나는 단지 기혈운동을 통해 탁한 마음을 비워내고 막힌 기와 혈을 풀어내 대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일 준비를 할 뿐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아픈 몸의 치유는 대자연의 몫입니다.

하여 수술을 거부한 지난 2년 반 동안 네 차례의 위출혈과 더불어 죽음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위통에 좋다는 병원 약은 물론이고 모르핀과 같은 강력한 진통제를 멀리한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혈운동을 통해 축척된 대자연의 기운이 큰 몫을 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겨울처럼 병원 처방 없이 죽음의 문턱 앞에서 그 끔직한 통증을 이겨내고 지금처럼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수술하지 않았기에 이미 죽어 있어야 하는 암 산업의 통계치를 뛰어 넘어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자연치유법의 한 줄기인 기혈운동의 효과를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혈운동의 마지막 단계는 오장육부의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열 손가락 손톱 끝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모든 손톱 끝을 통증이 느껴질 만큼 강하게 자극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데 위암 판정을 받은 저 같은 경우는 위에 좋다는 검지 손톱을 좀 더 오래 눌러줍니다.

오늘도 가벼운 식단으로 밥을 먹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기혈운동과 명상을 위해 숲으로 들어섭니다. 숲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늘 그래왔듯이 신성한 사원에 들어설 때처럼 신발을 벗어 놓습니다. 젊어서는 땀 흘려 자식새끼 먹였던 논과 밭이 소중한 사원이었지만 이제 나이 들고 병들어 제 새끼뿐 아니라 주변 사람 껴안을 몸과 마음 다스리는 신성한 사원은 숲입니다.

눈 내린 숲의 길
살과 뼈로
한 호흡 한 호흡 걷는 길
찌릿찌릿
한 걸음 한 걸음
숲의 살결에 닿을 때마다
만나는
대자연의 숨결
무수한 생명의 숨결
어찌 함부로 밟을 수 있으랴
돌아갈 날 머지않은 저 길
우리 모두의 살과 뼈
되돌아갈 그 길이기에...


- 암과 함께 살아가는 어느 겨울, 눈 덮인 숲길을 걸으며-


▲ 맨발 ⓒ 송성영

덧붙이는 글 * 다음 글에서는 기혈운동과 더불어 자연치유법의 중요한 요소인 명상과 식이요법에 대해 몸으로 체득한 임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예정입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0월 14일, 목 9:1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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