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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기고
 
사육신에 유응부 대신 김문기로 바꿔
[김재규 평전 21회] "김문기의 후손이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다"


▲ 사육신논쟁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1982. 11. 15) 권력에 굴종한 국사편찬위원회의 행보 때문에 사육신공원 정비사업은 큰 혼란에 빠졌으며,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 동아일보

(서울=오마이뉴스) 김삼웅 기자 =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 시절에 마치 '민주인사'처럼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유신 헌법에 반대하고 강압통치에 비판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박정희 권력구조에서 보안사령관, 건설부장관, 유정회의원, 중정부장 등 요직을 두루 맡았던 핵심 중의 하나였다.

권력남용의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부패한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문은 10ㆍ26거사 후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살피기로 하고, 여기서는 '상왕(단종)복위기도사건'의 주역인 '사육신'에서 유응부 대신 그의 조상인 김문기로 대처하려 했다는 일에 대해서 알아본다.

사육신이 국민적 상식이 된 데는 이런 오랜 과정이 있었다. 1970년대 후반 갑자기 사육신 문제가 대두한 배경에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장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은 내놓고 말을 하지 못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관 정신을 내팽개친 일부 학자들의 행태에 대해 식자들이 우려를 금치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주석 14)

이 글의 지은이 이재호 씨는 자신이 쓴 책의 주석에서 "김문기의 후손이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다."라고 밝혔다. 유신말기인 1977년 9월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최영희)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여 사육신 중 유응부를 김문기로 바꾸기를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한다.

특별위원회 위원은 이선근ㆍ이병도ㆍ신석호ㆍ백낙준ㆍ유홍렬ㆍ조기준ㆍ한우근ㆍ전해종ㆍ김철준ㆍ고병익ㆍ김도연ㆍ이기백ㆍ이광린ㆍ김원룡이다. (주석 15) 국사학계의 이만한 인물들을 모아 만장일치로 역사적 사건에 관한 인물을 갑자기 바꾸는 데는 중정부장의 역할이 아니고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사육신묘 공원안에 있는 사육신 역사관, 이곳에도 사육신이 아닌 사칠신을 볼 수 있다. ⓒ 김종성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조선 초 수양대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단종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다. 이를 참다못해 집현전 학사인 성삼문ㆍ박팽년ㆍ하위지ㆍ이개ㆍ유성원과 무과 출신의 무관 유응부가 상왕 단종을 복위시키려다 김질 등의 밀고로 붙잡혀 능지처사되었다.

역사에서는 이를 사육신(死六臣)이라 부르고 있다. '사육신'의 명칭은 생육신의 한분인 추강 남효온이 지은 『육신전(六臣傳)』에서 기원한다. 『세조실록』에는 없는 용어이다.

김문기도 같은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당한 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효온이 적시하고 역사적으로 굳혀진 사육신의 일원은 아니었다.

김문기의 후손들이 편찬한 『백촌유사(白村遺事)』에도 김문기를 사육신의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곧 "국문에 임할 때 선생(김문기)이 나와 육신(六臣)은 모의 역시 같이 했고 의(義) 역시 같은데 어찌 다시 묻느냐" 하고는 "입을 다물고, 혀를 깨물어 답하지 않았다" 라고 전한다. 김문기 스스로가 '육신'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은 김문기가 사육신에 포함될 수 없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주석 16)


▲ 사육신묘의 일부.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있다. ⓒ 김종성

김재규가 자신의 조상을 현창하기 위해 국사편찬위원회(장)에게 먼저 제안한 것인지, 어용학자들이 아첨용으로 먼저 제안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만장일치로 유응부를 빼고 사6신의 자리에 김문기를 넣기로 하고, 서울 노량진 사육신 묘역에 김문기까지 모셔져 '사칠신'의 묘역이 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이같은 처사가 알려지면서 이재호ㆍ이가원ㆍ김성균ㆍ이재범ㆍ정복구 교수 등이 곧바로 반론을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태가 불거지게 된 것은 일부 어용사학자들이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한 권력자의 사문(私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김재규다)에 영합했기 때문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박근혜 정권 말기에 어용학자들이 왜곡한 역사교과서를 국편으로 만들려던 시도는 1970년대 중정부장을 꼬득여(혹은 지시받고) 사육신을 교체하려던 수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재규 사후인 1982년 11월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현종)는 심의 끝에 "종래의 사육신 구성을 변경한 바 없다"고 번명하였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0월 22일, 금 4: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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