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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노태우 영결식 참석한 보수·진보 목사들…"역사의식 없다" 비판 이어져
이홍정·소강석·고명진·이철신 개신교 장례 예식 집례…"국가장 자체가 부적절, 노태우 생애 종교적으로 정당화해"


▲ 사진: 교계 목회자들이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해 장례 예식을 집례했다. 왼쪽부터 이홍정 목사, 고명진 목사, 소강석 목사, 이철신 목사, 테너 박주옥 목사. SBS 중계 영상 갈무리

(서울=뉴스앤조이) 최승현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이 10월 3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군사 쿠데타와 광주 학살에 관여하는 등 중죄를 지었음에도 대통령을 지냈다는 이유로 국가장으로 진행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소강석 목사(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철신 목사(영락교회 원로), 고명진 목사(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가 개신교 대표로 영결식에 참석해 예식 순서를 맡았다.

영결식에 참석한 소강석 목사는 집례와 설교를 맡았고, 이철신·이홍정 목사가 기도를, 고명진 목사는 축도를 맡았다. 보수 성향의 목사들은 12·12 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노 전 대통령이 천국에 들어갔다며 축복했다. 소강석 목사는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관장님께서 노 대통령께 예수님을 소개해 드렸고, 대통령께서는 길과 진리와 생명 되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지나온 모든 삶을 회개하셨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돌아온 탕자를 무조건 품에 안아 주셨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회개하신, 또한 역사와 민족 앞에 참회의 마음을 표현하신 노 대통령께서는 이제 하나님의 품으로 가셨다. 하나님의 따뜻하신 품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독교는 영생의 종교일 뿐만 아니라 사랑과 용서, 평화의 종교다. 동시에 정의의 종교다. 모쪼록 고인의 장례 예전을 기점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과 정의가 입 맞추고 춤추는 화해·통합의 새 역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 목사는 영결식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우 진영 논리에 매이지 않고 순수하게 기독교적이고 복음적인 내용의 설교를 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철신 원로목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혜로운 일생을 살게 하신 것에 감사한다. 지혜가 성장하고 발전해 용기를 갖고 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사죄와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갖게 하신 것을 감사한다"고 기도했다. 고명진 목사는 별다른 언급 없이 축도만 했다.

반면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는 12·12 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 등을 언급했다. 그는 "사죄의 마음을 남긴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전두환 씨를 비롯한 집단살해의 주범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고인의 업적을 기억하며, 한반도에서 분단과 냉전, 전쟁과 국가 폭력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며, 평화공존의 한반도를 재창조하기 위해 한마음이 되게 해 달라"고 했다.

보수·진보 개신교 지도자들의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참석과 관련해 "역사의식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역사적 과오가 분명하고, 국가장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데 굳이 참석해 축복했다는 것이다.

국가장 반대 성명을 발표한 광주교회협 인권위원장 장헌권 목사는 "내란 수괴이자 5·18 핵심 주모자인 사람의 장례식에 가는 것 자체가 용납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된다. 국민을 향해 총을 쏜 사람을 위해 국가장을 치른 것도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광주 문제에 공식적인 사과도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장 목사는 "(목사들이) 역사의식이 없다. 피해자 중심으로 볼 때 피해자인 당사자가 용서하고 화해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고서야 사회적으로 일치·용서·화합을 말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당사자들이 침묵하고 있는데 교회가 나서서 '무조건 용서하고 화해하고 일치하고 연합하자'고 한다? 그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다"고 했다.

김진호 연구이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도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영결식 참석은) 국민을 학살한 사람의 국가장에 동의하는 일이 되는 것 아닌가. 국가장 자체가 부적절하다.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일 뿐더러 명확하게 사과한 적도 없다. 설령 사과했다고 하더라도 교회는 문제를 제기해야 할 위치에 있어야 하지, 거기 가서 장례를 치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박성철 소장(교회와사회연구소)은 "개인적으로 장례식에는 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거기 가서 어떤 말을 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 행사에 참여해 그의 삶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일반적으로 애도하는 게 아니라 기독교적 표현으로 이데올로기를 깔아 주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불편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번 장례 예식에 참석한 목사들이 교회가 권력에 영합하는 모습을 다시금 보여 줬다고도 했다. 그는 국가장 종교 예식이 불교·개신교·가톨릭·원불교 4대 종단으로 구성된 점을 언급하며 "영향력 있는 4대 종단만 선정해 종교 예식을 치른다는 것 자체가 이 영결식이 '정치적 이벤트'라는 것을 드러낸다. 평소 보수 신앙을 외쳐 왔다면, 오히려 거기서 기독교 예식 외에 다른 제례를 지내는 것에 반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목사들이) 이권에 따라 얼마든지 말을 바꾸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여 줬다"고 했다.

국가장에 참석한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에게는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회협 구성원들은 이홍정 총무의 장례식 참석 사실을 전날인 10월 29일 알았다. 내부적으로도 참석 반대 의견이 많았으나, 이 총무가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하성웅 목사는 "이홍정 총무 입장에서는 보수 진영에 있는 목사들만 참석할 경우 그런(긍정적인) 메시지만 언론에 나갈 것을 우려한 것 같다.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광주 학살 진상 규명도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노태우에 대한 전 국민적 합의도 없는데, 교회협 총무가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 총무는 "광주교회협에서 국가장 반대 성명도 냈는데, 이제 이홍정 총무가 광주에 가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 보수 교단 목사들이 '하나님 앞에 누가 죄인이냐'며 면죄부를 주고 있는 자리에 함께한 것 자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협 여성위원장 최소영 목사도 이 총무를 비판하면서 그의 기도 내용 중 사실이 아닌 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고인이 남긴 사죄의 마음과, 이 마음을 받은 5·18 유가족의 마음이, 우리의 역사를 궁극적으로 용서와 화해로 이끌어 가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행동의 증표가 되게 하옵소서"라는 기도문 내용을 지적하며, "사과를 받은 사람은 극히 일부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 개인 간 문제도 아니고 역사적인 문제인데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사과한다고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진호 연구이사도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내막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비판받아야 한다. 교회협은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 왔는데, 이번 국가장 참석은 정반대 행동이다. 당시 죽어 간 기독교 활동가도 많은데, 이제 이들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시대정신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그걸 왜 거기 가서 하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교회협 등 에큐메니컬 진영에서는 이홍정 총무에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성명서 발표 등을 준비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는 이 총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전원이 꺼져 있었다.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1월 01일, 월 3:3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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