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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잠수사 25명이 290여구 시신 수습, 우린 그들에게 빚졌다
세월호 민간잠수사 다룬 영화 <로그북> 24일 개봉... 복진오 감독 "치유의 영화"


▲ 세월호 민간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로그북. ⓒ 복미디어

(서울=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 = "전쟁터였던 그날 바다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던 잠수사들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욕을 먹으며 밀려나듯 쫓겨났다. 영화를 통해 바지선 위에 있었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로그북>을 만든 복진오 감독이 '잠수사들 이야기를 왜 영화로 만들었냐'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고백하듯 한 말이다.

그는 "승선을 허락받고 바지선에 처음 오른 2014년 5월 12일은 솔직히 카메라를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잠수사들은 지쳐 있었고, 초췌했으며 피로 때문에 아무 말도 없이 인상만 쓰고 있었다. 그렇게 2014년 5월부터 7월까지의 바지선 위에서 있었던 일과 수색 작업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잠수사들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로그북>, 복 감독 말대로 세월호 참사 직후 실종자 수습에 나섰던 민간잠수사들의 잠수일지인 '로그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복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시간을 더 들였다면 더 다듬고 더 멋지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잠수사의 삶을 왜곡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이 부족하고 거친 영화지만 내가 기록하고 내가 느낀, 내가 본 것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7개월 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 <로그북>의 복진오 감독을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에서 만났다. 이날 복 감독은 언론에 처음으로 영화를 공개했다.

복진오 감독 "<로그북>은 치유의 영화"


▲ 세월호 민간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로그북. 이를 제작한 복진오 감독. ⓒ 김종훈

복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거칠고 부족하다" 평했지만 <로그북>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극찬이 이어지는 중이다. 2018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 돼 호평이 쏟아졌고, 2019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돼 관객상을 받았다. 같은해 열린 '한국PD대상'에서는 대상격인 작품상을 받았다.

그러나 복 감독은 "평론가들의 평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며 "로그북은 아픔의 기억을 극복하고자 발버둥 치는 잠수사들의 이야기다. 그것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로 트라우마를 겪는 잠수들에게 치유가 된다.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영화는 지하철 건너편 한 시민의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황아무개 잠수사의 시선으로 출발한다. 그는 2014년 4월 당시 누구보다 빠르게 현장에 내려가 바닷속에서 있던 아이들을 품에 안고 부모에게 돌려보낸 30년 경력의 잠수사다.

문제는 세월호 현장을 떠난 이후에 발생했다. 추락의 연속이었다. 심각한 트라우마로 평생의 업이었던 잠수사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먹고살기 위해 대리운전을 하며 버텼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가 투석을 받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무엇보다 누군가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기도 모르게 이어졌다. 결국 그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정혜신 박사를 만난 자리에서 "매일매일 죽어야겠다는 생각뿐인데, 살고 싶다"라고 오열한다.

다른 잠수사들도 다르지 않다. 해병대 출신의 한아무개 잠수사는 악몽에 시달려 수면제 없이 잠을 잘 수 없다. 그는 술에 취해 당시의 상황을 절규하듯 복 감독에게 쏟아냈다. 옆에서 남편을 지켜보는 부인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사건 발생 7년이 지나 근황을 묻자 그는 힘겹게 "생존 수영 강사 자격증을 따고 강습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해상 사고가 나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라고 입을 뗐다.


▲ 세월호 민간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로그북. 이를 제작한 복진오 감독과 영화에 참여한 잠수사들. ⓒ 김종훈

하지만 이날 언론 시사회에 모인 잠수사들은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2014년 이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강아무개 잠수사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고립될 뻔했다"며 "가족이나 지인에게 당시의 일과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는데 영화를 통해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의 삶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다른 잠수사도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있는 동료들 모습을 보니 뭉클하다"며 "잊어서도 안 되고 잊을 수도 없어서 생각날 때마다 생각하고 화나면 화내고 웃을 일이 있으면 웃으며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잠수사의 말을 빌려면 당시 민간잠수사들은 처음 구조 수색 작업을 들어갈 때 해경을 통해 비밀 유지 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떠도는 잘못된 이야기에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나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들이 사실처럼 오도되기도 했다. 잠수사들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영화를 통해 최소한 우리가 한 행위들은 우리가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됐다"며 "영화를 만들어 준 복진오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맙다"라고 밝혔다.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 이들이 봤으면 좋겠다"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큰 진전이 없다. 심지어 '세월호'라는 말이 들어간 글이나 기사가 나올 때면 내용 여부와 상관없이 '지겹다'라는 댓글부터 이어진다.

이에 대해 복 감독은 "애석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수준 아니겠냐"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국가의 무책임함으로 발생한 일이다. 세월호를 접근할 때 정치적 입장을 떠나 사건을 온전히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복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났으니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들이나 아이들을 수습한 잠수사들이나 다들 좋아졌을 거라고, 나아졌을 거라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 오히려 더 힘들어하고 아프고 어려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솔직히 세월호가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영화 <로그북>을 더 많이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몰랐던, 당시 헌신적으로 묵묵하게 일했던 잠수사들을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되면, 잊고 지냈던, '우리는 다시 희망을 보고 위기 속에서도 연대할 수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될 거다."


▲ 민간잠수사가 2014년 4월 21일 기록한 잠수 일지. ⓒ 김종훈

세월호 참사 당시 스물다섯 명의 민간잠수사들은 해경을 대신해 선내 수색을 전담하다시피 하며 290여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 과정에서 잠수사들은 '하루 1회' 잠수 수칙을 무시해가며 하루 4차례 이상 무리한 잠수를 했다. 잠수사의 절대다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유다. 잠수사 중에는 뼈가 썩어들어가는 '골괴사' 진단을 받은 이들도 여럿이다.

하지만 2014년 7월, 실종자 11명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민간 잠수사들은 현장에서 쫓겨났다. 이후 정부는 잠수사들의 고통에 무관심했고, 특히 수색 작업 도중 사망한 민간잠수사 사건의 책임을 묻겠다며 민간잠수사들의 리더격이었던 공우영 잠수사를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2018년 공 잠수사는 대법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외상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동료 잠수사들은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봤다.

다행인 점은 참사 발생 6년이 지난 지난해 5월 '김관홍법'이라고 불린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는 사실. 일부지만 당시 구조와 수습활동을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민간잠수사에 대한 보상 지급의 길이 열렸다.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희생자 수색에 나선 뒤 트라우마와 잠수병에 시달리다 2016년 6월 세상을 등졌다.

영화 <로그북>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1년 11월 15일, 월 6:4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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