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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생활 에세이
 
화학조미료 없이 만든 짜장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송성영의 암과 함께 살아가기] 위암 환자인 나를 지탱하는 힘


▲ 겨울을 보내고 온갖 벌레들의 공습을 견뎌내 엄청 커다랗게 자란 양배추. 큰 행자가 천연조미료로 양배추 찜을 요리했습니다. ⓒ 송성영

(서울=오마이뉴스) 송성영 기자 = "어렸을 때 먹었던 그 풀떼기들, 어휴 지금 생각하면 그 풀떼기들을 어떻게 먹었나 싶네. 아무리 항암에 좋다 해도 그 맛없는 것을 어떻게 먹고 있나?"

제가 어린 시절에 먹었던 온갖 '풀떼기'들을 항암식품으로 먹고 있다 했더니 어떤 친구들은 소처럼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어린 시절에야 먹을 것이 별로 없었으니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에 급급하여 맛을 따질 겨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그만큼 입맛도 변할 수밖에 없지요. '풀떼기'들이 아무리 항암에 좋다 해도 맛이 있어야 먹을 맘이 생기는 것죠. 맛나게 먹어야 몸에 흡수도 잘 되어 항암 효과가 있는 것이고요.

하여 무공해 산나물 들나물 채소들, 육고기를 멀리한 '풀떼기'들을 주축으로 나름 자연식 요리를 맛깔나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자연요법으로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돌팔이 의사라도 되어야 하듯 식이요법을 위해 항암 요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학조미료 없이

요리 하면 조미료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만큼 음식 맛을 조미료에 의존해 왔다는 얘기겠지요.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 감칠맛 나는 조미료를 빼놓고는 맛깔난 요리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평생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이 화학조미료를 뺀 음식을 뭔 맛으로 먹을까? 화학조미료 없이 맛을 내려면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요리법에는 왕도가 따로 없습니다.

수술을 거부하고 시행하는 자연요법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위암에 좋은 이렇다 할 자연식 요리 매뉴얼이 따로 없기에 수없이 많은 맛의 시행착오를 거쳐 그 '맛있는 건강 요리법'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터득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테면 위에 부대끼지 않는 나만의 건강식 항암 요리 매뉴얼을 따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위에 좋은 나만의 항암 요리법에는 당연, 화학조미료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내 입맛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먼저 화학조미료 대신 음식의 맛을 돕는 참기름, 들기름과 죽염을 비롯해 아보카도 기름, 된장, 고추장, 간장, 효소, 고춧가루, 생강가루 등 가능한 항암에 좋은 부재료를 활용합니다.

그렇다고 천연조미료라 할 수 있는 그 부재료들이 항암 음식의 맛을 좌지우지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주재료인 항암 식품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주재료인 항암식품이 음식 맛을 좌지우지하게 요리하는 것이지요.


▲ 항암에 좋다는 주재료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려 요리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항암요리입니다. ⓒ 송성영

일테면 봄에 나오는 머위의 독특한 맛, 주재료를 활용해 그 쌉쌀한 맛을 최대한 살려 감칠맛 나게 요리하는 것입니다. 물론 주재료인 머위에 들기름이나 간장, 고춧가루, 참깨, 마늘 등의 부재료가 약간씩 들어갑니다. 부재료인 천연 조미료는 단지 머위의 맛을 살리는데 일조할 뿐입니다.

기분이 약이 되고 독이 될 수 있듯이 똑같은 음식이라 해도 맛없이 억지로 먹으면 독이 될 수 있고, 맛있는 음식을 기분 좋게 먹으면 약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여 요리의 주재료인 항암 식품인 머위의 맛을 최대한 맛깔나게 살리는 것이지요. 만약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많이 넣게 되면 머위 맛보다는 기름 맛이 더 강하게 날 것입니다. 부재료인 천연조미료가 맛의 주인공이 되면 본래의 머위 맛이 덜할 것이고 항암효과가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 봅니다.

항암에 좋은 머위를 맛나게 먹을 수 있다면 암 치유에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면역력 약한 암환자에게 독이 될 수도

제가 공복에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바나나, 사과, 고구마, 토마토가 항암에 좋다고 몇 개월에 걸쳐 매일 아침 꼬박꼬박 먹다가 위출혈을 일으켰듯이 무지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요리할 때도 무지하면 자칫 독이 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암환자들에게는 화학조미료가 독이 될 수도 있으니 화학조미료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습관과 먹거리를 바꾸면 건강이 보인다>라는 건강 관련 도서에 보면 제가 어렸을 때인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 땅에 화학조미료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화학조미료 없이 지금 제가 요리하고 있듯이 자연재료를 이용한 부재료로 맛을 냈던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화학조미료가 우리 먹을거리에 필수품처럼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 화학조미료로 인해 사람들의 입맛이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했던 것이지요.

또한 글루탐산나트륨(MSG)이라는 것이 들어있는 화학조미료가 신경세포막을 파괴하거나 인체에 칼슘이 흡수 되는 것을 막고 골다공증을 유발하며 천식과 우울증, 두통을 일으키고 근육을 굳게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눈에 띌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요. 우리 어머니는 올해 93세이신데 자식들이 찾아가면 밥상을 차려 줄 정도로 정정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요리에는 늘 화학조미료가 들어갑니다.

"엄니 화학조미료 넣었지요?"
"아녀? 니가 넣지 말라고 해서 안 넣었어..."
"에~ 맛 보니께 넣으셨구만."

"그래, 아주 쪼금 넣었다. 니 아부지는 조미료 없이 뭔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 니들도 조미료 없이 먹냐?"
"예~ 화학조미료 넣지 않아도 맛있어요. 할머니."
"그게 뭐가 맛있다구."

우리 어머니는 한국에 화학조미료가 들어오고부터 평생 화학조미료를 넣은 음식으로 식사를 해오셨음에도 여전히 건강하십니다. 화학조미료 또한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어떤 음식에 넣는가에 따라 혹은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저 같은 암환자에게는 자칫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다. 자연요법이 몸에 밸 무렵, 주변 사람들의 고마운 권유에 못 이겨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나면 그날 밤 내내 입안이 찝찝해 자다가 일어나 물로 헹궈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여 저와 두 아들(이후 행자)은 요리를 할 때 화학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 가끔씩 설탕 대신 꿀을 넣고 강정이며 약밥 등 재료를 엄선해 군것질 거리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 송성영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입맛이 떨어진다는 보통의 암환자와 달리 저는 기혈운동 덕분에 그런지 늘 입맛이 당깁니다. 오히려 먹고 싶은 음식이 너무 많아 탈입니다. 오늘 아침에 먹었던 야채 볶음처럼 야채 위주로만 입맛을 다스릴 수 없어 가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며 군것질 거리를 찾곤 합니다.

임신부처럼 이것저것 입맛이 당기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먹어야 할 것이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주전부리, 암환자에게 유해한 온갖 첨가물이 들어가 있는 과자를 먹지 않은 지 3년 가까이 됐습니다. (고백하건대 1년에 두어 차례 두 행자 몰래 먹기도 했습니다)

"야 짜식들아! 나 한티는 먹지 말라고 하면서 니들은 왜 먹냐?"
"에고, 우리하고 아부지하고 같어?"
"그럼 과자 대신 맛있는 거 좀 해주라."

두 행자는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지 애비의 입맛 다스리기에 동참하다보니 요리의 가지 수며 그 솜씨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작은 행자, 과자 한 개라도 집어먹을라치면 "뱉어!" 개 훈련시키듯 지 애비를 따끔하게 혼내던 녀석이 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암환자를 위한 특별한 과자, 항암에 좋다는 오트밀, 생강, 땅콩, 그 이름도 생소한 브라질너트 등등의 견과류에 물엿 대신 꿀을 넣고 만든 강정을 만들어 줬던 것입니다.


▲ 작은 행자가 요리한 새우볶음밥과 큰 행자가 요리한 짜장면. 나날이 그 가지 수며 요리솜씨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송성영

큰 행자 또한 지 애비가 짜장면이나 짬뽕이 먹고 싶다고 하면 항암 식재료를 사용해 지지고 볶아 맛깔나게 요리해 줍니다. 밀가루가 암에 좋지 않다 하니 현미나 감자로 만든 면으로 대신하고 짜장 역시 한살림 등에서 내놓는 엄선된 것을 씁니다.

특히 짬뽕은 능이오리백숙에서 나오는 국물로 육수를 만들어 텃밭에서 나온 갖가지 신선한 채소를 넣어 먹으면 시중에서 먹는 짬뽕 못지않게 맛도 일품입니다.

처음에는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한두 차례 먹고 나면 다시 찾게 됩니다. 향긋한 뒷맛의 신선함에 매료되어 시중에서 파는 짜장면이나 짬뽕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게 됩니다.

어디 강정과 짜장 짬뽕뿐이겠습니까. 약밥에서부터 시중에서 맛 볼 수 없는 자연식 요리인 양배추 찜, 마파두부, 스파게티, 카레, 감자 피자, 새우볶음밥 등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큰 행자가 '에어 프라이어'라는 것을 거금 20만원 주고 구입해 빵과 과자를 만듭니다. 아직은 천연 발효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그 맛이 좀 떨어지지만 나름 첨가물을 엄선하여 쌀 빵이며 쌀 과자 등의 군것질 거리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사람이 먹을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요리를 하다보면 끝이 없습니다. 한동안 염장식품인 김장 김치를 멀리 해왔는데 지난봄에 동생이 배추 모종을 보내왔습니다. 버릴 수도 없고 하여 텃밭에 옮겨 놓았는데 벌레 탐도 크게 하지 않고 생각보다 고갱이가 튼실하니 아주 잘 컸습니다.

배추는 차가운 성질이 있기에 그냥 초장 찍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염장식품을 멀리 해왔기에 그것도 한 여름에 겨울 김장김치처럼 담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애써 농사지은 것을 버릴 수도 없고 하여 고춧가루, 소금을 최대한 적게 한 김장 김치와 물김치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김장김치는 두 행자를 위해 젓갈을 넣어 담갔지만 제가 두고두고 먹을 물김치는 오래 보관하려면 소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궁리 끝에 옻나무를 우려내 물김치를 만들었습니다. 옻나무는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 물김치의 찬 성분을 중화시킬 것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 배추는 찬 성분이 있어 위암에 좋지 않습니다. 하여 따뜻한 성질의 옻 물을 넣고 물김치를 담그는 등 제 몸에 맞는 요리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 송성영

물론 식품영양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찬 성분이 들어가면 보통 위통이 있는데 이 옻나무 물김치는 그런 증상이 없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김치 냉장고에 보관한다 하여도 소금을 적게 넣으면 쉽게 상할 수 있어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소금을 평소에 먹는 것의 두세 배는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또한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물김치에 미지근한 찻물을 넣으니 차지 않고 소금기도 중화되고 차 맛도 나고 가히 먹을 만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요리

이처럼 위암 환자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나만의 요리'들이 하나하나 늘어나고 있습니다. 요즘은 직접 재배한 생강을 말려 가루를 낸 것을 거의 매일 먹고 있습니다. 옻나무처럼 생강은 따듯한 기운이 있으니 가루를 내고 그 생강가루에 죽염을 섞어 차가운 성분이 있는 오이를 찍어 먹고 있습니다. 인도 사람들이 오이에 소금 섞인 카레를 묻혀 먹듯이 말입니다.

오이를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는 종종 속 쓰림으로 고생했는데 생강가루에 찍어 먹고 나서 탈 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민물장어나 생선을 먹을 때도 소금기 많은 장류를 찍어 먹지 않고 죽염 섞은 생강가루를 이용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무리 악조건의 환경이라 해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적응 하느냐에 따라 좋고 나쁘게 다가 올 것이라 봅니다. 뜨거운 물에 화장실 딸린 욕실까지 갖춘 근사한 목조주택에서 생활을 하다가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화장실이며 수도 시설조차 없어 우물을 퍼 올려야 했던 낡은 산막에서 처음 생활 할 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암환자가 생활하기에는 그야말로 악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한 시설들이 몸에 익숙해지자 그 어느 호화스러운 주택보다 좋습니다. 산막의 불편한 시설, 그 주변의 온갖 자연물들이 맑은 기운을 내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있으니까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낯선 환경도 몸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편해지듯이 입맛도 식습관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싱거운 맛을 비롯해 화학조미료에서 천연조미료로 갈아탈 무렵에는 솔직히 음식 맛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항암식품인 '풀떼기', 주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린 천연조미료에 익숙해지자 화학조미료의 음식 맛보다 훨씬 더 깊은 맛의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암 판정을 받기 이전에는 요리책은 고사하고 음식이나 요리에 별로 관심이 없던 제가 3년 가까이 천연조미료를 써서 '풀떼기' 위주로 식이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보니 요리사처럼 입맛이 아주 예민해졌습니다. 신선하지 않은 재료는 화학조미료로 감추기 때문에 뒷맛이 찝찝하고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은 자연의 맛 그대로 뒷맛이 깔끔하고 향긋합니다.

자연요법은 자연의 기운으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하여 자연의 기운이 살아있는 신선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요리한 음식이 부실한 몸을 치유하는데 보다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봅니다. 그 신선한 자연의 맛이 수술하지 않으면 1~2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암산업의 통계치를 깨고 3년 가까이 살아남아 지금의 저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요.

나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발생하고 소멸된다.
위암이 나로 인해 발생했듯이 그 소멸 또한 나에게 달려 있다.
항암 요리는 부실한 위를 다스리는 것이기에
위가 부대끼지 않고 입맛에 맞게
내 손으로 직접 요리해야 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

- 어느 여름날 물김치를 담그다가 문득 -
 
 

올려짐: 2021년 11월 29일, 월 4:4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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