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정원 차장 사망에 각양각색 정당 표정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 2차장을 지낸 이수일씨의 자살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정치권은 일제히 이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열린우리당은 현 정권과 국민의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숨을 죽였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여권을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또 민주노동당은 불법도청 사건 수사가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말 아끼는 열린우리당 "공식입장은 아직"

열린우리당은 이씨의 죽음에 대한 내용과 경위 파악이 우선이라며,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세균 의장 겸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열린 비상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이씨에 대한 보도를 보고 전 국민이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참으로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병헌 대변인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던 중 말미에 "아직 이씨의 죽음에 대한 내용과 경위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 대변인으로서 공식적인 당의 입장을 내기가 어렵다"며 "경과가 확인된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만 밝혔다.

민주당 "DJ 정부 흠집내려는 무리한 수사 아닌지"

이와는 반대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문제 삼으며 여권을 공격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정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모두가 섣부른 추측은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사실상 불법도청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이득을 챙기기 위해 이를 지시했던 당시 권력집단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겨냥했다.

이 부대변인은 "노무현 정권도 책임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불법도청은 결국 최종 목표가 정권유지 및 정권연장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불법도청과 이번 전 국정원 간부의 죽음에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논평에서 "이 전 차장의 자살 원인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김대중 정부를 도덕적으로 흠집내려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 들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의 자살이 속출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마음이 무겁다"며 "현 정부 들어 검찰의 조사를 받다가 자살한 고위인사가 이번으로 6명"이라며 검찰 수사를 문제 삼았다.

민주노동당 "사건 악용은 고인에 대한 모독"

반면,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불법 도청사건이 유야무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국가적 범죄행위인 불법도청 문제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묵살하는데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국가적 범죄행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야 정치권이 이번 일을 책임회피와 진실규명 요구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이유로 삼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자 국민적 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X파일 관련된 특별법·특검법의 처리를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