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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윤석열-김건희 미스터리, 진짜 살아있는 권력은?
[허리케인 칼럼] 검찰의 오만과 기만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0.11.24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조성식 기자 = 한동안 '살권수'라는 말이 유행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줄인 말이다. 대통령 인사권이 처참하게 짓밟힌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검찰이 정권을 겨냥해 벌인 일련의 수사를 언론이 그렇게 표현했다. 의롭고 비장한 느낌을 준다.

검찰 칼은 거침없었다. 청와대가 한 공직자를 제대로 감찰했는지를 점검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까지 하더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이르러서는 아예 대통령을 조준했다. 이어 월성 원전 수사로 정부의 주요 정책까지 손보겠다고 나섰다. 좋게 말하면 '기개'이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이다. 참고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탈원전을 강하게 비판하는 사람이다.

가히 검찰의 나라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움켜쥔 임명 권력의 대찬 공격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선출권력은 무기력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노골적인 저항이자 반격이라는 비판은 언론의 살권수 프레임에 묻혔다. 살아 있는 권력은 정권 또는 정권 실세를 가리킨다. 그런 무시무시한 힘에 맞서다니, 참으로 용기 있는 검사들 아닌가?

그런데 검사들에게 살아 있는 권력은, 정말 정권일까?

살아있는 권력

윤석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 윤우진 사건은 봐주기 수사의 전형이다. 현직 세무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현지 경찰에 잡혀 강제 송환됐는데 검찰이 대놓고 봐준 희한한 사건이다.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재수사가 시작됐는데, 끝내 진실이 덮였다.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부동산 사업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뒷돈 1억원을 챙긴 혐의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윤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될 무렵 그와 호형호제하던 윤 후보는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지냈다. 윤씨 동생 윤대진 검사(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는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에 이어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거쳤다. 윤씨는 해외 도피 직전까지 윤 후보와 대포폰으로 여러 차례 통화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 윤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과거 검찰 수사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직권남용 의혹이 제기된 윤 후보와 윤 검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직권남용죄 공소시효는 7년. 경찰 수사가 2012~13년에 진행됐으니 검찰 말이 틀리지는 않는다.

이 부분에서 짚어봐야 할 것이 공소시효다. 공소시효는 검찰의 비기(祕器)다. 전통적으로 검찰은 하기 싫은 수사나 난처한 수사는 공소시효가 끝날 때까지 뭉갰다. 속도를 내지 않거나 캐비닛에 넣어 둔다. 인사발령으로 담당 검사가 몇 차례 바뀌다 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그 덕에 제 식구 감싸기의 대표적 사례인 별장 성접대 사건, '윤석열 사단' 검사가 피의자인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등의 진실이 대기권 밖으로 사라졌다.

반면 하고 싶은 수사는 어떻게든 공소시효 내에 진행하고야 만다. 다른 사건 예로 들 것도 없다. 조국 사태 때 검찰은 사문서(표창장) 위조 공소시효가 곧 끝난다며 수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부랴부랴 정경심씨를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조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이었다.

윤우진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윤석열 후보를 고발한 것은 2년여 전인 2019년 8월. 그때는 공소시효가 살아 있었다. 검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수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끌다가 이제 와서 공소시효에 걸려 기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역시 수사는 증거가 아니라 의지다.

문제는 또 있다. 당시 경찰의 송치(2013.8) 이후 불기소 처분(2015.2)에 이르기까지 1년 6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발인이 경찰 수사 과정만 문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설명인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소나 고발내용에 없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수사한 사례가 숱하기 때문이다. 검찰 불기소 처분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아직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

김건희의 공소시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씨도 지난해부터 공소시효 논란에 휩싸였다. 시효가 끝났다는 시각과 살아 있다는 시각이 맞선다. 검찰이 제때 수사하지 않은 탓이다. 김씨는 장외거래, 비상장주식 및 신주인수권 매수, 거액 대여 등 수년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특별한 거래를 지속했다. 윤 후보와 결혼한 후에도 그랬다. 그런 김씨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건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 공동취재사진

검찰은 올해 들어와서야 김씨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권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 9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뒤늦게 김씨 얘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이 김씨에게 면죄부를 줄지, 제대로 수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공소시효라는 복병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건 신도 모른다. 오직 검찰만이 안다.

김씨가 대표인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관련 수사도 공소시효에 쫓긴다. 김씨가 연 몇몇 전시회에 기업들이 청탁금지법에 어긋나는 협찬을 했다는 혐의다. 특히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2017년 5월 이후 열린 전시회에 기업 협찬이나 후원이 급증한 것이 관전 포인트다.

검찰은 1년 이상 수사를 진행 중인데, 지난해 12월 일부 전시회 관련 의혹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청탁금지법 공소시효는 5년. 검찰은 나머지 전시회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대선을 의식해 늦추는 게 아니냐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이치모터스, 신안저축은행 등 김씨 모녀의 재산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들이 단골 협찬 기업이라는 점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대상인 기업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시민단체에 의해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제3자 뇌물죄가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사례로 든 사건들을 보면, 검사들에게 진짜 살아 있는 권력은 정권이 아니라 검찰총장임을 알 수 있다. 현직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퇴직한 후에도 그렇다. 검사동일체로 상징되는 검찰의 지독한 조직이기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는 정평이 나 있다. 피라미드 조직의 정점인 총장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는 정권 실세, 아니 대통령 수사보다 힘들다. 누구도 하기 싫어한다. 더욱이 윤 후보는 역대급 제왕적 총장이지 않았나.

윤우진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 코바나컨텐츠 사건이 그 정도로나마 진행된 것도 2020년 10월 추미애 장관이 총장을 지휘체계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안 그랬다면 어느 세월에 수사가 이뤄졌을지 알 수 없다.

진짜 살권수

살권수 프레임은 위력적이다. 성역 없는 수사는 예나 지금이나 '의로운' 검찰의 상징이다. 하지만 수사 동기와 목적이 순수하지 못하고 결과도 신통찮으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수사에서 보듯이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 더욱 그렇다. 검찰개혁 견제와 같은 조직이기주의에 기반한 수사는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검찰총장과 그 가족, 측근 검사들이 예외라면 살권수 명분이 무너진다. 심하게 말하면 기만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2021년 10월 6일 대장동 의혹 특검을 촉구하면서 검사들을 꾸짖고 있다. ⓒ ytn

윤 후보가 지난해 10월 대장동 의혹 특검을 촉구하면서 검사들을 꾸짖은 게 화제다. 유튜브에 그 영상이 남아 있다. 목소리 톤이나 표정을 보면 거의 호통 수준이다. 현직 총장 때 찍은 모습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기본 범죄구도가 확실하게 나왔고 공동 주범이 이재명 성남시장, 유동규라고 확실하게 나온 범죄사건입니다. 검찰은 형사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철저하게 수사하십시오! 그게 압수수색이 뭐며!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도대체 이따위로 수사합니까?

현직 검사들이 이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장모 최은순씨가 파주 요양병원 관련 비리로 법정구속되자 "법 적용에 누구나 예외가 없다"고 큰소리쳤다. 검찰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윤 후보가 허언증 환자로 몰릴 수 있다. 검사들 명예가 걸린 일이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검사들에게 살아 있는 권력은 누구인가?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1월 19일, 수 12: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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