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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힘내..." 쏟아지는 K-트럼프 보도, 나를 위로하는 미국인들
[최현정의 웰컴 투 아메리카] 잘못된 리더가 만들어낸 미국의 후유증

(워싱턴=오마이뉴스) 최현정 기자 = 가깝게 지내던 젊은 교수 부부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탑스쿨에서 함께 박사를 받고 졸업 전 동부에 있는 학교에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이었다. 채용된 학교에선 논문, 티칭 모든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부모님 옆에 있고 싶어서요. 어제 연금도 다 해지했어요."

학교에서 매칭 해주던 401A 계좌까지 없앴다니 미국에 다신 오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느껴졌다. 30대 초반인 그 부부의 결정에 놀라움과 섭섭함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트럼프 정부 막바지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국 대선이 끝나고 며칠 멍하게 있는데 롱아일랜드에 사는 선배가 초대를 한다. 마음 허한 사람들이 모여 회포나 풀자는 거다. 그렇게 모인 10여 명의 얼굴들이 다들 반쪽이 되어 있다. 얘기를 나누던 중 재외국민 투표를 한 사람이 나와 남편 둘 뿐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들 한국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미국 시민권자들이었다. 이날 자리를 만든 선배도 재작년 서둘러 시민권을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민권도 없으면 뭔 일이 벌어질지 덜컥 겁이 나더라고. 전문직이라도 너무 불안했어."

트럼프 이후의 미국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22)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2.26 ⓒ 연합뉴스

"미국은 F-22 전투기에 중국 국기를 붙이고 러시아에 폭탄을 터트려야 해... 그리고는 '중국이 했어, 우리가 한 게 아니야. 중국이 했어' 하면 중국과 러시아, 그 둘은 서로 싸우기 시작하겠지. 그때 우리는 뒤로 물러서서 지켜만 보면 되는 거야."

지난 3월 5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공화당 기부행사에 모인 청중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무대 위 연사는 전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결책이랍시고 농담한 그날은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이후 공식적으로 350명의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사망한 날이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최초로 행정과 군사 경험이 없는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4년간의 백악관 재임은 미국 사회의 비상한 균열을 드러냈다... 그는 워싱턴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정치 싸움을 즐기는 듯했다. 대통령이라는 메가폰을 사용해 언론매체, 정부 구성원, 정당과 외국의 선출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자신과 뜻이 맞지 않은 이들을 비판했다... 150년 만에 처음으로 그는 다음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거부했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2021년 1월 29일, 자신들의 조사를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미국의 변화를 위와 같이 분석했다. 기사는 트럼프 이후의 미국을 이렇게 정리한다.

트럼프 이후 국내외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법인세 감면, 수십 건의 환경 규제 철폐, 연방 사법부 개편 등 보수 쪽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승리를 달성했다. 국제무대에서 그는 강경한 이민 제한을 시행했고, 여러 다자간 협정에서 탈퇴했으며, 이스라엘과는 더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미국과 다른 나라 사이 경제 관계의 현저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과 맞불 무역 분쟁을 시작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도 지난 1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놓친 30가지>란 제목으로 그의 4년을 평가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빈부 격차, 의회 무시 등 잡지는 트럼프 집권 기간을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을 이렇게 기억할 것이다. 폭풍 트윗과 폭도들의 의회 난동, 두 번의 탄핵... 무엇보다 중국산 드론을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성희롱에 대한 규칙 철폐, 스팸 전화 단속과 마리화나 합법화에 이르기까지 트럼프는 연방 정책의 핵심 영역을 그가 떠난 후에도 지속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영향의 최고봉은 사법부의 성향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는 재임 중 연방 대법원 판사 중 3명을 임명했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공석이 된 대법관을 임명하려 했을 때 공화당은 선거 9개월 전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다음 대통령에게 넘어간 그 권한은 닐 고서치 대법관 임명에 사용됐다. 한 해 후 트럼프는 여러 논란이 있던 브랫 캐버노를 임명했고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후임으로 대선 한 달 전, 에이미 코니 배럿 임명을 강행했다. 임기 4년 간 9명 중 3명의 보수 판사 임명은 미 연방 대법원의 지형을 완전히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세상에서 가장 큰일이 뭔 줄 아나? 바로 판사들이야."

2020년 9월 20일, <워싱턴 포스트> 밥 우드워드 기자가 폭로한 트럼프 녹취록엔 대통령이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자랑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4년 임기 중 230여 명의 판사를 임명했다. 전국 판사의 30%에 해당하는 숫자다. 트럼프는 판사를 100% 임명했던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 부러울 뿐이라고 우드워드 기자에게 말한다. <에이피 통신>(AP통신)은 트럼프의 이런 조치가 향후 30년간 미국 사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도 트럼프 정권 기간 악화된 이민, 교육, 환경, 빈부격차와 인종문제 등도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중이다.

K-트럼프?


▲ 3월 10일 온라인 미디어 회사인 <인사이더>(INSIDER)는<'K-트럼프'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캐나다 이민' 유행 중>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 INSIDER

"이 승리는 미국에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평양과의 관계는 더 험난해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3월 11일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해 북한 전문가 바바라 켈러먼의 의견을 실었다. 그는 당선자가 북한에 대해 훨씬 덜 우호적일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더 많은 도발을 보게 될 것을 의미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기사의 제목은 <윤석열: '한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과의 긴장을 악화시킬까?>였다.

같은 날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여성 혐오와 부동산 세금이 촉발한 한국 보수의 승리>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윤 당선자를 정치 신인이면서 혐오를 부각해 아슬아슬하게 당선된 트럼프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트럼프가 갖고 있는 팬과 카리스마가 없다고 말한다. 트럼프와 같은 점으로 부유층에 대한 감세 약속, 대중의 편견을 부추기는 전술로 승리했다는 사실과 우호적인 언론의 도움을 짚었다.

3월 10일 온라인 미디어 회사인 <인사이더>(INSIDER)는 <'K-트럼프' 후보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캐나다 이민' 유행 중> 이란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에 버금가는 보수 후보 당선에 따른 트위터 여론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결과 발표가 난 목요일 트위터 분석 사이트에서 '캐나다 이민'이란 주제에 대해 약 1만6000건의 트윗이 올라왔다. 기사는 트럼프가 당선된 후 미국 내에서 캐나다 이민자 웹사이트가 다운됐던 2016년 대선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이 표현은 모든 미국인들이 공감할 듯하다. 2016년 11월 8일, 미국의 모든 여론조사가 힐러리의 승리를 장담하던 때라 선거 결과를 받아 든 당시 미국인들의 절망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제 잠을 못 자서 지금 내가 정신이 없어. 뭐라고 그랬지?"

한 번도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내보인 적 없던 세라믹 교수인 애슐리를 비롯해 길거리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위로했던 이들이 지난 몇 주간 나를 위로한다. 트럼프 당선됐을 때와 똑같다고 말하며.

"힘내. 쉽진 않겠지만 그때 우린 캐나다로 이사 가지 않았어. 이왕이면 레드 스테이츠나 스윙 스테이츠로 가자고 말했어."

리더의 힘


▲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의 '방문자 센터 오디토리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위해 대형 화면에 등장하자 미 상·하원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2022.3.17 ⓒ 연합뉴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다. 화상으로 연결된 그의 호소를 듣기 위해 미 하원의 모든 의원이 아침 일찍 자리를 채웠다. ABC, CBS, NBC 공중파 모든 방송들이 그의 의회 연설을 생중계했다.

미국의 9.11과 진주만 공격을 비유하며 "나의 조국 우크라이나를 도와달라"던 그의 호소는 모든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에서처럼 <국민의 종>으로 조국을 떠나지 않고 함께 지켜내겠다는 그 진심. 그것이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전 세계 지도자,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듯했다.

미군의 아프간 퇴각 때처럼 대통령이란 이가 가장 먼저 금은보화를 싣고 도망가는 나라를 그 어느 다른 나라가 관심을 가져 줄까. 푸틴의 가장 큰 오판은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애국심을 얕봤던 것일 게다.

이런 와중에 미국 뉴스에선 북한 소식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성능 높아진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소식. 불안한 마음은 그 기술이 한반도에 쓰일 일이 없길 빌게 된다. 얼마 전까지 같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BTS 노래를 불렀을 우크라이나의 또래 누군가가 오늘 포탄에 맞아 숨지는 세상에서 그 불길함이 자꾸 깊어진다.

잘못된 리더의 선택이 국민의 목숨과 일상을 앗아 갈 수 있는 것을 보고 있는 요즘이다. 0.73% 포인트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대표가 된 이가 나머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위기의 상황에 어떻게 될지 너무 끔찍하다. 트럼프의 오욕이 미국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처럼, 푸틴의 자만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 뉴스를 보며 리더 자리의 무게가 얼마나 엄청난 지 깊이 느끼게 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3월 30일, 수 2:3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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