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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딸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인 가족... 모두가 '공범'이었다
[서평]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

의 사랑법>과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오는 7일, 부커상 재단은 롱리스트에 오른 후보작 13편 중 최종 후보작(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해 발표하는데요. 또 다시 낭보가 전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지금,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편집자말]

(서울=오마이뉴스) 이현우 기자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먹어라. 애비 말 듣고 먹어.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온 가족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와 딸이 나눈 대화다. 대화 끝에 아버지는 딸의 뺨을 때리고서 남자 가족들에게 딸을 붙잡으라고 말한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딸에게 탕수육을 강제로 먹이기 위해서다.

광경을 지켜보던 남동생은 "누나, 웬만하면 먹어. 예, 하고 먹는 시늉만 하면 간단하잖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딸은 아버지가 강제로 먹인 탕수육을 토해낸 후 교자상 위 칼을 집어들고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소설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장면이다.


▲ <채식주의자> ⓒ 창비

한강 작가의 책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연작 소설이다. 동일한 사건을 영혜 남편의 시선, 인혜의 남편 인호의 시선, 언니 인혜의 시선에서 풀어냈다. 한강은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5월 아시아 최초로 맨부커상(당시 명칭, 현재는 '부커상'으로 불리고 있다)을 수상한 바 있다.

소설 <채식주의자>의 인물 영혜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들이 동물성 식품을 입에 대지 않듯. 하지만 영혜가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채식을 지향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소설에서 영혜와 남편은 회사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갖는다. 식사 자리에서 남편 상사의 부인이 영혜에게 채식을 하는 이유를 묻는다. "채식을 하는 이유가 어떤 건가요? 건강 때문에... 아니면 종교적인 거예요?" 영혜가 '꿈' 때문이라고 말하려고 하자 남편은 다급히 영혜의 말을 가로막고서 위장병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육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 않는다. 육식은 기본값이기 때문에 이유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 탕평채부터 깐풍기, 참치회까지 십여 가지의 화려한(?) 코스 요리가 나오는 동안 남편은 식사 내내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영혜를 불편해 한다.

비정상과 정상이라는 이상한 구분

소설 <채식주의자>를 보면서 우리 사회 속 '정상성'을 강요하는 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고기를 먹는 게 당연한 사회에서 채식은 비정상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비정상' 안에서조차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낸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건강, 종교 때문이라면 정상이지만 영혜처럼 꿈 때문이라면 비정상이다. 한강 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채식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끊임없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끔찍한 우리 사회를 고발한다.

2년 넘게 채식을 해 온 나도 사람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받아왔다. 채식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은 물론이고 간혹 그 이유가 논리적인지 '심사'를 받기도 했다. 건강 때문이라면 단백질, 칼슘은 어떻게 섭취하는지를 물었고, 윤리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고통의 기준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넘쳐나는 육식인들 사이에서 그 누구도 '육식을 하는 이유'를 서로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육식이 건강에 어떤 영향이 주는지, 어떤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지도 말이다. 다시 말해 육식이 기본값인 사회에서는 채식이라는 비정상성에 대해 규명해야만 하는 무대만이 생겨난다.

이뿐일까. 사실 이러한 비극은 일상에서 공기처럼 존재한다. 부모가 믿는 종교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 여성은 조신해야 한다는 것, 남성은 질질 짜지 말고 남자다워야 한다는 것.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간주되고 고쳐지거나 치유되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다.

다시 소설로 돌아오자. 가족 식사 자리에서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라고 완강하게 거부한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탕수육을 먹이겠다고 나서고, 남동생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영혜를 붙잡고 있고, 사위는 이를 지켜만 보고 있고, 언니는 다른 사람들을 말려 보지만 완력에서 밀린다. 결국 아버지는 딸의 입 안에 강제로 탕수육을 짓이긴다.

"처형이 장인을 잡은 팔힘보다 처남이 아내를 잡은 팔힘이 셌으므로, 장인이 처형을 뿌리치고 탕수육을 아내의 입에 갖다 댔다."
- p.50

폭력의 '구조'를 만든 사람들


▲ 한강, 맨부커 상 수상 쾌거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사진은 채식주의자 책을 들고 서 있는 한강. ⓒ 연합뉴스

영혜의 입에 탕수육이 들어가기까지는 단순히 장인의 힘만이 작동한 건 아니다. 동조하는 이에서 방조하는 이까지. 한 개인의 잘못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폭력이 만연하게 존재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은 최근에 불거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아래 이 대표)의 발언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전장연은 지난 20년간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해왔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생존'과도 같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전장연에게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망언을 할 수 있었던 건, 그 누구도 그를 말리지 않았거나 말렸더라도 그것을 그가 뿌리칠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의 선봉에 서서 폭력적인 언사를 보이는 이 대표의 태도도 문제지만, 어쩌면 꽤 많은 시민들이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방식으로 이미 혐오의 물결에 올라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영혜의 입 속에 탕수육이 짓이겨진 비극적 장면에서 영혜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태도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망언이 누군가에게 통할 수 있는 이유는, 두 다리로 걷는 시민만을 정상으로 규정짓는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되기 때문 아닐까?

따귀를 때리면서까지 강제로 딸에게 탕수육을 먹이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폭력적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자명하다. 하지만 이 상황에 장인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과 방관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가? 그들은 과연 비폭력적인지 질문하게 된다.

소설 속 장면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소름 끼치게도 닮아 있어 가슴이 갑갑해지면서 두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걸까. 아니다. 애초에 정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내게 소설 <채식주의자>는 육식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폭력에 맞서는 영혜라는 인물의 비폭력 투쟁으로 읽힌다. 이 시대의 모든 '영혜'가 비정상으로 규정되거나 사회에서 지워지지 않길 바란다. 또한 소설 <채식주의자>라는 거울을 통해 현재 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가늠해 보는 것도 좋겠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4월 05일, 화 7:2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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