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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한국경제 폭망'이란 잘못된 인식
[소셜 코리아] 문 정부 정책 계승할 것, 개선할 것, 버릴 것 구분해야

(서울=오마이뉴스) 주병기 교수(서울대 경제학) =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매우 크다. 최선의 정책방향을 찾으려면 지난 5년의 경제정책과 성과에 대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동안 당선자와 주변인들이 말해왔던 '한국경제 폭망'이란 상식 밖의 인식과 문재인 정부 정책은 모두 폐기한다는 식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이 대다수 국민들을 더 행복하게 하고 대한민국이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인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계승할 것, 개선할 것, 버릴 것을 구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그리고 '혁신성장'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이뤄졌다.

정권 초기 가장 주목받았고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단연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과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다. 또한 내수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적 지속성장의 기반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19 ⓒ 청와대

세계가 인정한 소득주도성장

소득주도성장이 주목받았던 것은 그동안의 경제정책이 등한시해왔던 소득분배의 개선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제정책에서 소득분배는 성장의 낙수효과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신념이 지배했다. 그러나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중진국 수준의 경제개발 단계에서는 가능했겠지만 더 이상 이런 낙수효과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부분의 국제기구에서 선진국의 지속적 경제발전을 위해 소득분배의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해온 지도 오래됐다. 소득주도성장은 용어만 달랐을 뿐, OECD, IMF, 세계은행 등이 오랫동안 강조해왔던 포용적 성장전략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이에 무지했던 것일까? 막말까지 동원할 정도로 비판적 기사가 난무했다.

'공정경제'는 수출 주도 고도성장이라는 짧은 경제발전의 역사 속에서 소수의 재벌과 대기업집단에 집중된 경제력을 해소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었다. 후진적이고 부패한 정실 자본주의에서 선진 자본주의로 탈바꿈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국정과제로 제시됐으나 극우적 보수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성과 없이 끝났던 개혁과제였다.

공정경제는 진보적 개혁과제로 보기보다는 시장의 정상화로 봐야 할 만큼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강조한다. 특히 소액주주 운동으로 알려진 개혁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재벌 오너, 대주주의 횡포를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니 중도우파 개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진보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우리 정치의 정치적 좌표가 극우로 편중됐음을 방증한다.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는 노동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거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개혁과제도 포괄한다. 이것이 소득주도성장과의 공통분모일 뿐만 아니라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책과제로 볼 수 있다. 즉 공정경제 없는 소득주도성장으로는 불공정한 시장질서가 야기하는 불평등과 양극화 때문에 실패하고 소득주도성장 없는 공정경제 역시 복지와 사회안전망의 결여로 실패한다.


▲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2018년 8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 남소연

마지막으로 '혁신성장'은 과학기술 혁신, 미래형 신산업 육성, 교육과 훈련을 통한 인재육성, 규제 혁신 등을 통해 국가경제의 생산성과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발전에서 정부의 역할을 중시했던 과거 모든 정부에서도 이름은 달리했지만 비슷한 정책과제를 집행했던 경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특징 지우기 어려운 영역이고 앞의 두 영역과의 보완성을 강조하지 않는다면 소득분배보다는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치우치기 쉬운 과제였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 나라의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와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 낸 결과를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의 정책이 추구하는 중장기 성과를 판단하려면 정책 성과의 시차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중장기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지난 5년의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빚어낸 경제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의 성과와 한국경제의 성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런 고려 없이, 가령 2020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3중 위기에도 건실한 한국경제

지난 5년간 세계 경제의 환경은 지극히 열악했다. 특히 한국경제가 직면했던 어려움은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2017년 극한에 치달았던 북핵 위기와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대치상황,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세계 무역의 침체, 2019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와 한·일 경제전쟁,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경제 위기 등 전쟁·질병·경제 3중 위기가 이어진 5년이었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경제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견실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것이 OECD,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판단이다.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에서도 일본을 추월해서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수준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발전의 지표로 사용되는 1인당 GDP가 2020년 일본을 제치고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2020~2021년 평균이 OECD 회원국 중에서 5번째로 높고 G20 선진국 중에서는 두 번째로 높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2017~2019년)에도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이어왔다.

고용지표 역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취업자 수 증가는 22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고 3월 기준 고용률 역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대한민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은 지난 5년간 눈에 띄게 높아졌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4.25 ⓒ 인수위사진기자단

소득주도성장이 추구했던 소득분배의 개선은 어떤가? 처분가능소득(DI)을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의 주요 지표에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눈에 띄게 완화됐다. 특히 상대적 빈곤율이 2%P나 하락했고 저임금 노동자 비율 역시 2017년 OECD 회원국 최상위권인 22.3%에서 2020년 16%로 급격히 하락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런 모든 성과를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성과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이전부터 축적돼 온 민간부문의 혁신과 공공부문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성과들이 말해주는 것은 문재인 정부 5년의 경제정책이 무수한 비난과 근본 없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결코 늦추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추구했던 것처럼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국가경제의 견실한 행보를 방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점, 그래서 복지 선진국과 선진 자본주의로의 정상적인 진화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있는 자의 창과 방패로 살아온 자들이 장관?

전통적인 노동시장이 갈수록 축소하고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역시 커지고 있다.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우리의 사회복지 지출 수준과 OECD 회원국 최하위권에 머무는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보면 복지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지 확충만으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선진 자본주의를 뿌리내려야 한다. 재벌과 경제적 강자, 공권력을 쥔 전·현직 엘리트 관료들이 경제성장의 이익을 독점하는 부패한 정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지난 5년간 시장소득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개선되지 못했다. 바로 '공정경제'의 개혁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자본주의를 뿌리내리려면 더 과감한 제도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관리하는 손과 발이 돼야 할 검찰, 사법, 금융, 공정위, 산업, 노동 등 권력기구와 공직사회의 개혁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적으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집중은 권력을 사고파는 시장을 만들고 돈과 권력의 유착과 부패를 키워 권력기구의 공적 기능을 마비시킨다. 권력의 민주적 통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투명한 민주사회의 주춧돌과 같다. 그동안 전관예우를 받으며 재벌과 있는 자의 창과 방패로 살아온 이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각은 이런 개혁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주병기

* 필자 소개: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편집·운영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Journal of Institutional and Theoretical Economics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4월 27일, 수 9:2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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