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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윤석열 '초보 아마추어 외교'의 아찔한 세 장면
성 김 특별대표와 사적 만남, 외교장관 공관 징발, 주한일본대사 후대...한국 외교 우스워졌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이사 압둘라 술탄 알사마히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 대리, 자카리아 하메드 힐랄 알사디 주한 오만 대사, 사미 알사드한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바데르 모하메드 알아와디 주한 쿠웨이트 대사, 미샬 사이드 알쿠와리 주한 카타르대사관 대리를 접견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서울=오마이뉴스) 오태규 기자 = 윤석열 당선자의 외교가 정말 걱정이다. 당선 전부터 '초보 아마추어' 티를 너무 많이 내고 있다. 외교 경험이 전혀 없고 그런 식견을 다질 만한 시간도 없었을 테니 그럴 만하다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수반인 대통령(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외교와 관련한 행보는 나라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도 모자라다.

윤 당선자의 외교와 관련한 움직임 중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그가 방한 중이던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사적'으로 저녁 모임을 했다는 사실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국회부의장), 윤 당선자, 성 김 대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술 기운에 불그스럼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찍은 기념사진도 공개됐다.

낄 자리가 아닌 곳에... 이보다 큰 국격 추락이 있을까


▲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사진은 정진석 부의장 자택에서 만난 윤석열 당선인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정 부의장,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 정진석 의원실 제공

성 김 대표는 우리나라 외교부의 직급으로 치면 차관보급이다. 우리 쪽 파트너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다. 우선 이 정도 급의 사람이 국가 수반급을 만나는 것(게다가 사적 자리에서)은 격이 맞지 않는다. 앞으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을 외교관은 대통령과 직통하거나 하는 듯이 보이는 성 김 대표를 어떻게 당당하게 만나서 교섭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4월 초 미국을 방문한 한미정책협의단(단장, 박진 외교부장관 내정자)은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커녕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물론 매우 긴급할 때는 수뇌가 차관보급이 아니라 과장급이라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런 때가 아니다. 아무런 일도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한 나라의 차관보급에 불과한 외교관을 만난다면, 이를 다른 나라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은 미국의 차관보급이 대통령을 상대하는 나라로 얕보거나 자신들도 한국의 대통령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덤빌 것이다. 외세가 각축했던 구한 말에 중국 외교관이 왕에 접근하면 일본과 러시아도 우리도 하고 조선 왕조를 윽박지르고 나섰던 사례를 상기해 보라. 이보다 큰 국격의 추락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남을 주선한 정진석 의원과 성 김 대표는 서울 은석초등학교 동창으로 어렸을 때부터 동네 골목을 누비며 놀던 친구 사이다. 둘이 만나 회포를 푸는 것이야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 대통령 당선자가 끼는 것에 대해선 매우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본다.

같이 동석한 조태용 의원은 외교부에서 차관까지 지낸 전문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만남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 테다. 하지만, 만남 뒤 하는 말을 보면 그런 문제 의식을 전혀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조 의원은 "김 대표와 외교관으로 수십 년을 알아왔지만 한국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격의 없는 자리였음을 말하고 싶었겠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이민을 간 사람이 그동안 한국말을 전혀 안 했다는 것이 오히려 그가 '철저한 미국인'임의 증거가 아닐까.

성 김 대표는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출신이지만 뼈 속까지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미국인에 불과하다. 일본 대사 중에서 우리 말을 가장 능숙하게 구사했던 무토 마사토시 전 대사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극악한 '반한주의자'로 활약하고 있다.

두 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일은,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징발하기로 한 것이다. 나도 외교장관 공관을 수 차례 간 적이 있다. 내가 아는 외교부장관 공관은 사람이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공간이다. 외교 행사를 위주로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이다. 외교부장관 공관은 2층으로 돼 있는데, 2층이 장관 가족의 사적인 공간이고 1층은 크고 작은 연회와 회담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공관 1층의 홀과 맞닿아 널찍한 잔디마당이 있다. 이곳은 회의나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긴장을 풀 수 있는 안식처다. 긴장과 이완이 필요한 외교 활동을 염두에 둔 배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보안 목적 등으로 바깥에서 하기 힘든 많은 회의가 열린다. 나는 이런 국가의 중요한 외교 자산인 외교부장관 공관이 다른 적절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권력자의 취향'에 따라 징발되는 것이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150명이 넘는 전직 외교관들이 윤석열 후보의 외교정책을 지지한다고 서명까지 하고 나섰다는데, 그들이 외교부장관 공관을 징발하는 데는 쥐 죽은 듯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두 번이나 주한일본대사 만난 윤석열 당선인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셋째는 일본 대사의 접견과 한일정책협의단의 문제다. 윤 당선자는 당선 전에 한 번, 당선 후에 다시 한 번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만났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것으로 아이보시 대사는 일본에서 크게 어깨를 펴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면, 일본의 총리는커녕 외상이나 관방장관도 지난해 1월 부임한 강창일 주일대사를 1년 몇 개월 째 만나주지 않고 있다. 이것을 생각하면 소갈머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문재인 정권이 보낸 대사이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외교는 국가와 국가가 상대하는 엄중한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대답이 나올 것인데도 말이다.

이와 함께 한일정책협의단의 구성원에 대다수 국민이 비판해온 12.28 한일군대위안부 합의의 실질적 책임자를 버젓이 임명한 것은 제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다. 윤 당선인 쪽은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도 위안부 합의를 정부 사이의 합의라고 인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문 정부는 이 합의가 정부 간 합의인 것은 맞지만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걸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또 2017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를 포함해 여야의 모든 후보가 당시 위안부 합의의 백지화 내지 재교섭을 주장했다. 윤 당선자는 당시 합의의 주역을 한일정책협의단에 집어넣기 전에 당시 합의에 대한 평가부터 내놨어야 했다. 그런 평가를 하지 않고 은근슬쩍 당시 합의의 주역을 부활시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조삼모사요, 일종의 사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기사: 윤 당선인 한일정책협의단, 이런 인사들이 참여하다니 http://omn.kr/1yedk)

이런 것들 말고도 블로디미르 젤렌스키와 통화 등 나로선 이해하기 어렵거나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당선인의 외교 행위가 많다. 하지만 앞에 든 세 가지만큼 한국 외교를 우습게 만드는 장면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4월 27일, 수 9:2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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