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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뉴스를 좋아하는 '대단한 5학년'이 끝까지 읽은 책
[서평]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동화, '열두 살 삼촌'

(서울=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자 = 열두 살 아이가 뉴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뉴스를 틀어놓으면 다른 채널로 돌리자며 툴툴댔는데 요즘엔 뉴스를 보며 자기 생각을 덧붙인다. 대선 때에는 각 후보의 공약을 들으며 저런 공약은 좋다, 아니다 하며 평을 늘어놓기도 했고 코로나 관련 뉴스를 보며 한숨을 짓기도 기뻐하기도 했다.

세상에 눈과 귀가 활짝 열린 아이를 보니 뉴스에서 다루는 사건이나 개념은 미리 알려줘도 좋을 것 같다. 마침, 5월이 되었고 5.18에 관련된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5.18 관련 아동문학을 몇 권 빌렸다.


▲ 책 <열두 살 삼촌> ⓒ 도토리숲

<열두 살 삼촌>은 추리물 형식이라 우리 아이도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 본심은 숨긴 채 "넌 뉴스를 좋아하는 대단한 5학년이야. 그런데 이런 것도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책을 건넸다. 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가 건넨 책을 받아들었다.

책표지에 찍힌 '5.18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표시를 보길래 5.18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고문당해 죽은 사람을 추모해서 일어난 시위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런. 자세히 알려주려다 지루해질까 봐 책에 나온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너라면 책을 보고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칭찬 양념을 한 번 더 치니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재활용품 줍는 할아버지의 비밀

책의 내용은 이렇다. 열두 살 민국이는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전거를 잃어버린다. 스스로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주변의 인물들을 관찰하며 사건 일지를 작성한다. 재활용품을 줍는 할아버지가 수상해 몰래 그 뒤를 미행한다. 할아버지는 여러 재활용품이 있는 공터에서 멈췄는데 민국이는 그곳에서 지난해에 잃어버린 자전거를 발견한다. 할아버지가 자전거 도둑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 뒤 민국이의 삼촌 이야기가 나온다. 삼촌은 말도 잘 안 하고 웃지도 않는다. 5.18때 다리를 다쳐 왼쪽 다리 무릎 아래가 없다. 당시 열두 살이었던 삼촌은 자전거를 타고 시위 장소 근처를 지나가다 군인들이 쏜 총과 휘두른 곤봉에 의해 피투성이가 되었고 결국은 다리를 잃게 되었다. 민국이 엄마가 하는 분식집에는 그날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5.18 민주화 운동 사진이 붙어 있다.

민국이의 수사는 계속된다. 공터 옆 할아버지의 컨테이너에 몰래 들어가 할아버지의 수첩을 살펴보다 낡은 사진과 암호 같은 숫자를 발견한다. 혹시 증거가 될까 싶어 사진으로 남긴다. 그 뒤 친구 근희와 다시 컨테이너에 가서는 이렇게 말한다. "저기가 자전거 도둑의 기지야."

아이들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도 할아버지를 '자전거 도둑'이라 명명한다. 민국과 근희는 할아버지 몰래 컨테이너를 뒤지고 근희는 수첩 속 할아버지의 낡은 사진을 찢는다.

"사진을 찢지 말았어야 했어." 민국이 숨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영감탱이는 당해도 싸." 근희가 답한다. "아무리 흉악한 범인이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돼. 그리고 아직 확실한 건 하나도 없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셈이지."(p.76) 민국은 근희의 행동을 지적하지만 사실 가장 먼저 할아버지를 범인으로 명명한 건 민국이다.

이 일은 민국이의 다른 친구인 석우와 경식이에게까지 알려진다. 석우와 경식이는 할아버지의 컨테이너에 '파렴치한 도둑 영감탱이. 당신은 이제부터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적은 종이를 컨테이너 앞에 붙였다.

민국이는 다시 컨테이너에 갔다가 잠복하고 있던 철공소 아저씨에게 붙잡힌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다. 할아버지는 5.18때 가족을 다 잃고 몸도 불편하게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그때 잃어버렸는데 지금까지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민국은 죄송한 마음에 눈물을 흘린다.

예상대로 할아버지는 범인이 아니었고 자전거 도둑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진다. 예상을 빗나가진 않지만 훈훈한 마무리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저자는 5.18이라는 슬픈 사건을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게 잘게 다져 흥미로운 메인 스토리에 잘 얹었다. 적어도 지루함에 책을 덮는 아이는 없을 것 같다.

"근희가 꼭 5.18때의 군인 같았어"

아이는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다 읽었다며 책을 가지고 온다. 난 아이와 인터넷에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내용을 함께 찾아보았다. 책으로 기본 정보를 습득해서인지 아이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며 안타까워하다가 "그런데 그 일을 지시한 전두환은 사과도 하지 않고 죽었잖아"라고 언젠가 들은 뉴스를 말한다.

아이의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뉴스와 정보가 이어져 제자리를 찾았다. 난 그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우리라도 잘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넌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

아이는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여기에 자세히 쓰지는 않았지만, 열두 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던 삼촌이 용기를 낸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아이는 대답을 마치고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엄마는?"
"난 할아버지의 사진을 찢는 근희가 너무 폭력적인 것 같았어."

내 말을 들은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엄마, 난 그 장면에서 근희가 꼭 5.18때 시민을 공격했던 군인 같았어. 군인들은 죄 없는 시민들을 빨갱이라고 생각하고 죽였잖아. 정확한 증거도 없었는데 말이야. 근희도 다른 친구들도 그랬잖아. 할아버지가 도둑이라는 게 정확하지도 않은데 할아버지 사진을 찢고 도둑이라는 종이를 붙이고."

아이의 말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난 그 둘을 연결 짓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쩌면 나도 일상에서 그런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하지 않은, 증거가 없는 사건을 감정만 앞세워서 공격해 누군가를 무너뜨린다면 나도 진압군과 다를 게 뭔가, 하는 생각 말이다.

책의 내용에서 좀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을 함부로 쉽게 판단하는 것과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를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고른 건데 반대로 내가 아이에게 배웠다.

5월 전부가 어린이날인 줄 아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고학년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열두 살 삼촌>을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5월을 의미 있게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5월 16일, 월 9: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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