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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현수막에 말 문 막혔습니다
[송경용 신부 기고] 대우조선해양 파업 노동자들을 위한 희망버스를 제안하며


▲ 6월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 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서울=오마이뉴스) 송경용 신부 =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서로 나누어 먹는 것'

이 노래를 힘차게 부르고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힘차게 외치며 노숙인도, 노동자도, 철거민도, 부자도, 의사도, 교수도, 활동가도, 사제도, 노인도, 어린아이도, 밥을 지은 사람도, 반찬을 만든 사람도, 설거지를 할 사람도 모두 한 밥상에서 웃고 떠들며 즐겁게 식사했습니다. 상계동, 봉천동, 정릉 산동네에서, 서울역에서, 집은 허물어지고 텐트만 쳐진 철거민촌에서도 우리는 그러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고 힘든 상황에서도 밥은, 밥상은 누구에게나 평등했습니다.

지난 16일 거제도 대우조선에 가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방 1m도 안 되는 0.3평 철제우리 좁은 곳에 자신을 스스로 가둔 유최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모습도 그러했지만, 20년 이상 일한 최고 수준의 용접 노동자 시급이 1만 원 안팎이라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폭염에 달구어진 쇳덩어리 안과 밖에서, 사람이 개미만큼 밖에 느껴지지 않는 거대한 뱃전 난간에 매달려, 튕기는 불꽃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목숨을 걸고 용접을 해야 하는 숙련공, 조선업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노동자인 20년 경력의 용접공 시급이 이정도라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수주가 넘쳐서 몇 년 치 일이 밀려있고, 거제도에 있는 주요 조선 회사에 당장 9천 명의 조선 노동자가(대부분 용접공입니다)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누가 오겠습니까? 지난 불황 시기에 해고되어 떠나야 했던 노동자들도 복귀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용접공의 일당이 24~25만 원이라고 합니다.

최저시급에 위험하기까지 한 조선업 현장에 누가 오려고, 돌아오려고 하겠습니까? 노동자들은 부족한 임금을 메우기 위해 거의 매일 야근해야 했고, 주말에도 특근했으며, 소위 '물량떼기'라고 불리는 일감 몰아치기를 해야 했습니다. 대우조선소에는 이런 험악한 노동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싸우다 숨진 다섯 명의 노동자가 있습니다. 수십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조선업 용접공 시급이 고작 1만원 안팎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이 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선박 건조시설 1 독(도크) 내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서 농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선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불황으로 조선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최대의 우리나라 조선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수주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지금 수주한 물량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불황이 오면 노동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당합니다. 경기가 좋아져도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습니다. 기업은 구제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수천 억에서 수조 원의 지원을 받습니다. 현재 대우조선의 법정관리사는 산업은행입니다. 어려움에 부닥쳤던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작업, 즉 구조조정의 최종 책임자는 산업은행입니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에게 산업은행은 황제보다 더 센 존재입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어느 기업이든지 종이 한 장을 쓰는데도, 임직원의 급여와 판공비에 대해서도 모두 산업은행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노사 갈등이 터지면 뒤로 빠집니다. 노사가 해결할 문제이지 산업은행은 권한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위에서 지침(가이드라인)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에 따라 독점이나 지배주주로 권한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더 큰 권한은 국책은행으로써 구조조정에 관한 정책부터 개별 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 재정 사용 권한, 임원 선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도 경영 상태가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폐업의 위기에까지 몰렸고 합당하지 못한 합병 정책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비주력 자산을 처분하고, 많은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생존을 모색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숨통이 트였고 예상보다 큰 규모를 수주했습니다. 중장기적인 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청 구조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있는 고용 구조를 바로잡기를 바랍니다.

산업은행이 나서야


▲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의 임금및 노동조건의 개선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들이 속한 하청 기업은 스물두 개에 이릅니다. 언제까지 선박 건조에 가장 중요한 부문과 자원을 1970년대 방식의 저임금 하청구조에 의존하려고 합니까. 작금의 사태에서 목도하고 있듯이 이제는 종속과 저임금을 강제하는 하청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갈등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노동과 협력 기업의 생태계가 건강하고 안정되어야 생산성도 향상된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기업, 공장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산업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노동 없는 산업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산업이 어떤 형태로 변하더라도 기업이 존재하는 한 노동과 함께 가야 합니다. 함께 살아야 합니다. 생존과 발전의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은행이 나서야 합니다. 결단해야 합니다. 전권을 행사하면서, 거의 모든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면서 갈등이 생기면 뒤로 숨는 행태를 더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입니다. 국가의 정책에 따라 산업과 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하고, 되살리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 정상화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기업의 한 축인 노동에 대해서는 그림자 취급을 하던가, 또는 정리 대상으로만 취급했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업에는 막대한 구제 금융을 주는 것, 노동자들은 해고한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이제 산업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을 일구는 주체는 경영자만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로 노동을 할 수 있어야, 위에서 언급한 대로, 기업의 생존능력도 향상되고 지속가능성도 보장될 것입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30% 임금 인상은 무리한 수준이 아닙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불경기에 접어들면서 이미 30%가 삭감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최저시급을 받고 있습니다. 하청 기업 사장들도 임금이 너무 적다는 것을 노조와 협상 과정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임금으로는 고급 기술자들이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런 환경으로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청 기업들도 산업은행과 원청인 대우조선이 결단해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자신의 몸을 사방 1미터 철창 안에 가둔 노동자나, 그를 지원하기 위해, 혹시라도 있을 공권력과 구사대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 여섯 명의 노동자가 수십 미터 고공에 올라 있습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있는 고공으로 접근하는 계단 입구를 철근을 용접해서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걸어놓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라고 쓰인 현수막을 보고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왜 이분들이, 최저시급을 받고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조선소에서,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하청 노동자들이 미안하다고 했을까요. 일부 언론에서 자행하는 불법파업, 폭력파업이라며 왜곡하는 선동을 보면서 혹시라도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끼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동시에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달라고,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는 간곡하고 절박한 호소였습니다. 숨이 멈추고 말문이 막혔습니다.

성경에 아모스라는 예언자가 있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평화가 들꽃처럼'이라는 말씀이 잘 알려져 정의의 예언자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아모스는 이미 기원전 8세기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는 것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노예로부터의 자유를 성취했던 출애굽 대장정의 위대한 영성과 가르침, 즉, 나눔/평등/정의에 기반한 공동체적 삶과 질서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아침 일찍 나온 노동자나 오후에 온 노동자 모두에게 같은 임금을 주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노동이 생산을 위한 도구나 상품으로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밥은 누구에게나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가질 수 없듯이 밥은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나눌수록 더 큰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하나가 되기를 간곡히 기원하며, 다시 한 번 더 정부와 산업은행, 대우조선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 모든 염원을 전달하기 위해 7월 23일, 거제로 출발하는 희망버스에 사회 각계의 관심과 연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7월 19일, 화 9: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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