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임상수 감독, “이제 법치의 질이 문제”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무언가의 진상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실어증 증세를 보인다. 나는 영화감독으로서 말해야 할 것은 말하고 마주해야 할 것에 마주하는 내 직업적 의무를 다할 것이다."

10·26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들>을 감독한 임상수의 사고방식이다.

<오마이 뉴스>는 3일 오전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일민미술관 1층 카페에서 열린 임상수 감독과의 인터뷰를 보도하였다.

지난달 31일 법원의 삭제결정을 받은 영화 속 다큐멘터리 장면과 관련, 그는 터놓고 이야기하면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박근혜씨 얼굴을 뜯어내라는 것 아닌가 라며 영화가 박정희씨 죽음을 다뤘기 때문에 박정희씨 관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래서 장례식 장면을 쓴 것이다, 아버지 장례식에 딸(박근혜) 얼굴이 나오는 게 뭐가 잘못이라고 자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고 성토했다.

그는 '무책임과 회피', '역사에 대한 무례', '버릇없음' 등 어휘로 <그때 그사람들>를 비난했던 보수신문을 향한 유감도 빼놓지 않았다. 임 감독은 "박정희씨는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며 "25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얘기를) 꺼내는 게 때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어리석은가, 진상을 규명하자는 사람이 무책임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임 감독은 "박정희씨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정희 죽이기' 등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임 감독은 "그 사람을 숭배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를 판단하려면 그가 누구인가부터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영화제작 배경으로 역사가들한테는 아주 기초적 상식으로 통하는 10.26 사건의 진상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디어의 책임'을 지목한 뒤 "그런 일반적 사실을 '박정희 죽이기'나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보수신문은 정말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영화에 대한 일부의 정치적 해석과 법원의 부분삭제 판결까지 가게된 것에 대해 그는 "모든 사태에 대해 관객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으로 본인도 피해를 입었지만 관객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나 영화 자체에 대한 논의가 증발해버린 게 가장 큰 유감이자 피해라고 그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