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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윤 대통령 지지율 곤두박질, 민주당 정신차려라
[전강수의 경세제민] 정치공학 매달린 과거 청산하고 개혁 정책으로 승부해야

(서울=오마이뉴스) 전강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곤두박질치고, 여당의 내분과 여당 인사들의 막말은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속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에 상당히 유리한 정치 지형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이대로 쭉 가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쉽게 이겨서 정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할 법하다. 그렇다면 정말 향후 정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의 정치 상황을 되돌아보면 이는 나중에 속단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

출범 후 80~90%에 달하는 여론 지지를 받으며 순항했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연속 압승을 거두었던 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리라 누가 예상했겠는가. 박근혜 탄핵을 전후하여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졌던 국민의힘이 정권을 탈환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리라 누가 알았겠는가.

흐지부지 개혁

이처럼 급격한 반전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소위 '조국 사태'를 거론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추-윤 갈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사실관계의 오인(誤認)일뿐더러 대대적인 민심 이반을 설명하기에 역부족이다. 표피적 현상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스스로 여러 차례 천명했듯이 '촛불 정부'였다. 촛불 정부란 적폐 청산과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사명을 가진 정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할 정부를 뜻했다. 출범 초 문재인 정부는 마치 이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려는 듯이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를 세 축으로 하는 '세 바퀴 경제론'을 경제 정책의 기조로 내세웠다. 다수 국민은 바야흐로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치료할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 추진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 행보는 국민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소득 주도 성장은 집권 1년 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률을 관철하는 정도에 머물렀고, 공정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도 별 내용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 자제한다고 여겼다.

2018년 지방선거 압승 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리라 기대했던 세 바퀴 경제론은 예상에 반해 도리어 후퇴했다. 세 바퀴 가운데 소득 주도 성장과 공정 경제는 정책 전면에서 물러났고 혁신 성장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게다가 혁신 성장의 내용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부동산 투기 근절에 꼭 필요한 보유세 강화 정책은 집권 3년 차를 지나면서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추진하고 싶지 않아서 미적거리며 꼼수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많은 국민의 기대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경제 개혁 정책을 속 시원하게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개혁 정책을 추진할 경우 반대 세력의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사회가 안정되지 않고 소란스러워질 것이므로 지지율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조용히 넘어가면서 초기의 높은 지지율을 끝까지 유지해 재집권에 성공하자는 것이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의 기본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 정부라는 자기 정체성을 망각한 채 경제 개혁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다가 집값 폭등이라는 강적을 만났다. 부동산 문제가 수습 불가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대대적인 민심 이반을 유발한 것이 민주당 패배의 근본 원인이었다.

극단적인 정치공학

이는 다른 말로 극단적인 정치공학 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서민·중산층 정당이라는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 공약들이 대거 발표되면서 국민의힘과의 차별성은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재조산하가 레토릭에 불과함을 체험한 국민들이 아예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후보들에게 표를 줄 리가 없었다. 이재명 후보가 최약체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한 것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도 개혁 정책을 뒤로 물린 채 코앞의 표만 따지는 정치공학으로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했기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회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회 시작 전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영길 후보가 "대출 완화, 주택 공급"을 약속하자 오세훈 후보는 "알면서 왜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2022.5.20 ⓒ 국회사진취재단

지금의 정치 현실은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초와 유사하다. 정권이 국민의힘 쪽에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유리한 상황에서 지지율 집착증에 다시 사로잡힌다면 치명적인 오류에 빠지는 것은 필연이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놓는 경제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서 그것과 자신들의 정책이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부각하고, 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확실히 저지하는 것이다. 과거에 개혁 정책들을 뒤로 물린 데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하고, 자기 정체성을 살린 정책들을 제대로 개발해서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민주당이 당장 저지 활동에 나서야 할 세 가지 정책을 밝히고자 한다.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경우에만 국민은 대한민국을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나라로 만들어 갈 실력을 갖춘 정치 세력으로 민주당을 인정해 줄 것이다. 또 이번 기회에 진보가 무능하다는 속설이 근거가 없음을 입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지해야 할 세 가지 정책

국유재산 매각 활성화 정책

첫째, 지난 8월 8일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국유재산 매각 활성화 정책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토지비축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국공유지의 비율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기존 국유지를 매각하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2019년 현재 한국의 국공유지 비율은 30%로 싱가포르(81%), 대만(69%), 미국(50%)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대부분이 공원이나 도로 등 경제적 이용의 여지가 작은 토지들이다. 이는 역대 정부가 국공유지를 확보하기는커녕 기회만 되면 땅을 민간에 팔아넘긴 탓이다.

게다가 국유재산 매각 정책을 추진하려는 이유가 어처구니없다. 공공부문을 혁신하고, 국유재산을 민간이 더욱 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국유재산을 민간에 팔아야만 공공부문이 혁신되는 것인지, 국유재산을 매입하는 민간이 그것을 더 생산적으로 활용한다는 보장이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단적으로 투기 목적으로 국유재산을 매입하는 행위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정책이 땅 부자만 배 불릴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경쟁 입찰이 원칙이므로 헐값에 매각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모든 경우에 공개경쟁 입찰이 이뤄질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땅 부자, 즉 투기 목적으로 국유재산을 매입할 사람들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일반 생산물과는 달리 토지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정책

둘째, 7월 21일 기획재정부 발표 '2022년 세제 개편안'에 들어 있는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정책도 반드시 저지해야 할 대상이다. 이는 입법 사항이므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저지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율 인하, 과세 대상자 축소,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등 종부세 세 부담 산정에 관련된 모든 요소를 다 건드리는 전방위적 완화 방침을 천명했다. 이 방침대로 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조치로 과세 대상자가 대폭 줄고 세수가 격감했던 2008년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예산이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종부세 세수가 대부분 부동산 교부세로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어 주로 복지 예산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2022 세제 개편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7.18 ⓒ 공동취재사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바람에 2014년 이후 부동산 투기가 촉발되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다시 종부세 무력화에 성공할 경우 머지않은 장래에 투기 열풍이 한국 사회를 휩쓸 공산이 크다. 보유세 강화는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에서 오래된 숙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에 종부세를 무력화하면 앞으로 구르던 보유세 강화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민주당은 이 정책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민주당의 현재 의석은 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이를 저지하지 못하면 민주당은 무능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계속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확대 정책

셋째,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집값이 폭등한 이유를 과도한 규제로 인해 수요가 많은 지역에 주택공급이 부족했다는 데서 찾는다. 그래서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부담금, 안전진단 등을 완화해 도심의 주택공급을 촉진하면서 250만 호 이상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주장해온 것으로 '그릇된 진단에 따른 그릇된 처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작금의 집값 폭등은 공급 부족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이후 모든 정부 중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을 가장 많이 했다. 유례없는 저금리로 인한 투기수요 발생을 외면하고 공급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 이 견해는 국토연구원 등의 실증 연구로 아무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공급확대 정책은 부동산 경기를 안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정책이다. 지난 몇 년처럼 투기 광풍이 몰아칠 때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마치 타는 불길에 기름을 부을 때처럼 투기가 더욱 과열된다.

반면, 현재와 같이 부동산 시장이 완연한 침체 양상을 보일 때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집값을 폭락시킬 우려가 크고, 이는 금융위기로, 더 나아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한 마디로 공급확대 정책은 경기 불안정화 정책이다. 이렇게 위험성이 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짓이다(관련기사: 올해 집값 오를 거라고? 결국 들통난 공급부족론의 허상 http://omn.kr/208xs).

분양주택 공급은 온전히 민간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몇 년 사이 부풀 대로 부푼 부동산 거품이 터질 우려가 크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마당에, '공급 폭탄'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적 유예, 주택 취득세 인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경감 등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사실 종부세 완화와 공급 확대는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 지난 두 차례의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이 이 두 가지를 정책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자들과 토건족을 이롭게 할 공약으로 민주당 후보들이 득표에서 어떤 이득을 봤는지 알 수가 없다.

부동산 부자들, 강남 부동산 소유자들, 대기업과 재벌들이 무엇 때문에 더 확실하게 자신들의 이해를 챙겨줄 후보를 제쳐두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는가. 초보적인 득표 계산도 틀리고 자기 정체성을 지키지도 못하는 후보들에게 당선 후 국민을 위해 유능한 정치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8월 31일, 수 9:2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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