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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모두를 위한 '여성주의' 예배
[예배, 여성과 움트다] 계속 노래하고, 계속 떠들고, 계속 모이자

(성차별적·가부장적 문화에 저항하는 교회 여성 네트워크 '움트다(WUMTDA)' 활동가들이 '여성주의 예배'를 주제로 글을 연재합니다. 여성주의 예배 이론을 비롯해 교회 안팎의 다양한 현장 경험, 여성들의 연대 이야기를 나눕니다. '예배, 여성과 움트다'는 격주에 한 편씩 발행됩니다. - 편집자 주)

(서울=뉴스앤조이) 애덕움 = 왜, 예배인가?

누군가 내게 물었다. 예배학 전공자인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사역자냐고 물었다. 그 역시 아니라고 답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예배에 관심을 갖느냐고, 아주 의아한 눈빛의 질문이 돌아왔다. 아주 의아한 눈빛으로 답했다. "글쎄요, 기독교인이라서?"

예배는 기독교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예배를 통해 우리는 신앙을 고백하고, 하나님을 만나고, 떡과 잔을 기억하며, 하나님의 몸 된 공동체를 이룬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예배는 신앙고백의 장일 뿐 아니라, 신앙 학습의 장이 된다. 어떤 공동체의 예배를 자세히 보면, 그 공동체의 정체성이 보인다. 앞서 글을 쓴 움들의 예배 경험은 한국교회 대부분이 어떤 신앙고백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익숙하게 만들었고, 또 무엇을 낯설게 만들었는지 보여 준다. 여러분도 잠시 생각해 보시라.

커다랗게 반짝이는 십자가의 후광을 입은 높은 강대상 위에서, 잘 다려진 감색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마치 하나님 아버지같이 낮고 인자한 음성으로 말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성가대는 천사 같은 노래로 화답한다. "성부 성자와 성령은 영원히 영광을 받으시옵소서." 예배자는 관객석 같은 장의자에 앉아 강대상을 바라보며 주로 듣고, 가끔 쓰여진 기도문과 노래를 읊는다.

위의 묘사가 낯설지 않다면, 이런 예배는 당신을 남성 목사와 하나님 아버지, 그리고 그분들의 권위에는 익숙하게 만들었으나, 교회의 여성 리더십과 그들의 주체적 참여에는 어색함을 느끼도록 가르쳤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남성) 목사에 의한 일방적인 (남성적) 삶의 경험 공유, 성서 속 (남성) 인물에 대한 (남성들의) 신학적 해석,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논의와 신앙 규율,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위계적이고 엄숙한 분위기. 나는 지금껏 괄호쳐진 부분을 풀고, 이런 예배를 남성 중심적인, 고로 성차별적인 예배로 보았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서 여성해방적인 예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글쎄요, (여성) 기독교인이라서?"

여성주의 예배의 맥락들

1960년대 여성해방운동을 배경으로 등장한 여성신학은 남성 중심적인 신학 전통과 가부장적 교회 제도를 바꾸고자 했다. 여성신학자들은 성서를 여성 경험으로 재해석하고, 전통에서 잊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발굴했으며, '하나님 아버지를 넘어서(Beyond God the father)' 새로운 상징과 은유를 빚어냈다. 이를 토대로 여성해방적인 예배가 예배 갱신의 한 형태로 등장했다.

한국에도 이런 물결이 닿으면서 국내 여성신학자들의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며, 1980년 창립한 여신학자협의회와 그곳에서 2003년 발간한 예배서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예배>, 1989년 시작된 여성교회와 그 문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2000년 개원한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같은 해 발족한 기독여민회, 각 교단 신학교의 여학우회와 각종 여성위원회들, 2017년 믿는페미, 2019년 움트다 등 많은 여성 단체가 등장했고, 여성주의적 예배를 기획·실행해 왔다.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살인 사건, 2017년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폭력 폭로,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안근태 성폭력 고발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성차별적 현실이 전 국민적 차원으로 인식되면서, 미투·위드유 운동(#METOO #WITHYOU), 강남역 추모 등의 주제로 기독 여성 단체들의 연합 예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강남역 5주기 여성주의 연합 예배. 사진 제공 애덕움

보다시피, 여성주의 예배는 정의의 문제에서 시작했다. 넓게는 사회 부정의, 구조적 폭력, 차별과 혐오, 생태 파괴 등에 대한 저항과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그리고 여성을 포함한 모든 억압받는 자를 위한 정의, 더 나아가 창조 세계의 회복을 꿈꾼다는 점에서 '확장적'이다. 왜냐하면 여성주의 예배는 하나님을 앎이, 곧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명제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예배, 뭐가 그리 다른가

마조리 프록터-스미스(Marjorie Procter-Smith)는 1990년 출간된 <In Her Own Rite: Constructing Feminist Liturgical Tradition>에서 여성해방적 예배의 공통적인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1) 예배 집단이 놓인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살핀다.
2) 예배만큼이나 예배를 만드는 과정을 중시한다.
3) 위계적 형태보다는 원형을 선호하며, 감각에 이성과 동등한 권위를 부여한다.
4) 예배에서 성직자의 독점이 아닌 공동체성을 강조한다.
5) '여성의 경험'을 주요한 텍스트로 사용한다.

여성에 의한 상호적인 삶의 경험 공유와 성서 속 잊혀진 여성 인물에 대한 여성신학적 해석, 여성의 언어로 고백되는 신앙,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함께 만들어 가는 평등하고 생동적인 분위기. 여성주의 예배, 뭐가 그리 다르지 않다.

여성주의 예배 이론과 그 구성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아래 참고 자료에서 시작하기를 추천하지만, 그보다는 움트다 예배에 참여해 보는 것을 권한다. 때론 한 번의 뚜렷한 현장 경험이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 Rosemary Radford Rueter, <Women-Church : Theology and Practice of Feminist Liturgical Communities>(1986)
- Marjorie Procter-Smith, <In Her Own Rite: Constructing Feminist Liturgical Tradition>(1990)
- 여신학자협의회, <새 하늘과 새 땅을 여는 예배>(2003)
- 여신학자협의회, '여성 시편'
- 안선희, <예배 이론 · 예배 실천>(2013)
-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언니들의 뜰 밖 기도>(2020)

낳은 분, 태어난 분,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 함께 만났을 때

지난달에는 내 생일이 있었다. 낳으시고 기르신 어머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매년 생일 어머니의 선물을 챙기곤 했는데, 마침 움트다 여성주의 예배 워크숍 '이름 트다'를 마치고 은혜 받은 터라 예배를 함께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며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이런저런 잔소리가 들리자 '또 우리 엄마 설교하시네' 하는 불경스런 생각이 스쳤고, 어머니께 설교를 맡기기로 했다(예배문에는 각자 이름을 넣기로 했으므로 지금부터 우리 어머니는 '어진움'으로 지칭한다).

예배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우선 어진움은 예배드린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하셨고, 바로 설교 제목을 주셨다. '태어나고 산다는 것.' 특송도 자원하셨고, 연습도 오래 하셨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시를 여는 찬양과 함께 넣었고, 또 여성 시편 23편을 교독문으로 골랐다.

"하나님은 나의 어머니이시니, 내게 아쉬움 없습니다. (중략) 내가 비록 낙심하여 죽음의 골짜기에 머물지라도, 어머니의 사랑과 위로가 나를 인도해 주시니, 내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내가 성장하여 여자라는 것 때문에 멸시를 받거나 제외되는 일이 있을 때에도 '너는 잉태할 때부터 나의 모든 것을 주었고, 죽음을 걸고 출산한 나의 분신, 내 형상대로 지음 받아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 내가 네게 귀한 달란트를 주었으니 마음껏 펼쳐라' 하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여성 시편 23편 중)


▲ 생일 예배문과 애정하는 소파. 사진 제공 애덕움

간혹 믿음이 약한 어떤 이들은 하나님을 어머니와 같다고 하면 '이단'을 떠올린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내 인생에서 경험한 사람 중 하나님과 가장 닮은 사람은 어진움이다. 위 시편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어진움을 떠올렸고, 어진움은 존재만으로도 나의 도움과 의지가 되는 분이니, 어진움과 나 사이에 계신 하나님을 더욱 가깝게 감각할 수 있었다.

이어진 어진움의 설교에는, 생일에 걸맞게 어진움의 임신·출산 경험, 사람을 기르는 일의 어려움, 그럼에도 새롭게 생겨났던 기쁨이 녹아 있었다. 이 예배는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해 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삶에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예배 중 우리는 보충할 것이 있을 때마다 자유롭게 얘기했고, 함께 드리는 기도로 예배를 마쳤다.

사실 나는 가정 예배를 의도적으로 피해 왔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설교를 빙자한 잔소리를 듣고, 맘에도 없는 찬송을 부르고,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마디도 못 하겠구나 싶어, 예배가 끝나기만을 기도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집 소파에 마주 앉아 드린 이 예배에서는 가부장적 가정 예배에서 느꼈던 숨막힘은 사라지고, 어진움, 나, 그리고 우리의 하나님이 계셨다. 나는 성차별에서 해방된, 여성의 경험이 살아 있는, 주체적인 이 예배 역시 여성주의 예배라고 생각한다.

주변부의 목소리를 듣는 예배


▲ 2022 움트다 여성주의 예배 굿즈. 사진 제공 애덕움

침묵당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또 다른 주변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하철에서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 폭우 속 반지하의 목소리,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의 목소리,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치킨이 되는 병아리들의 목소리, 자꾸만 열이 올라가는 지구의 목소리….

삶의 곳곳에 예배가 필요한 현장이 있다. 고통과 폭력 속에 놓인 이들이 있는 곳이다. 마음과 기도를 모으고, 정의의 하나님을 요청하는 그 자리는 필연적으로 '여성주의적'이어야 한다. 차별과 혐오의 굴레에서 예배를 해방할 필요가 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예배는 허례허식으로 남지 않고 우리를 해방할 것이다.

가정마다, 공동체마다, 교회마다 함께 자꾸만 여성주의 예배를 만들고 여성주의 예배를 드려 보자. 차별적인 예배가 보편이 되지 않도록, 계속 노래하고, 계속 떠들고, 계속 모이자. 지금 여기에 하나님이 오실 때까지.

(*애덕움 / 어진움과 하나님, 소파를 애정하고, 여성주의적 예배가 보편이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 (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9월 05일, 월 3:2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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