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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조국 사태' 이후 3년, '윤석열 시대' 무너진 공정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에게 똑같이 공정의 잣대 적용해야


▲ 지난 8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경심 교수 형집행정지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지난 한 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뉴스의 인물이 됐다.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신청한 형 집행 정지를 불허했다. 정 전 교수는 "(허리)디스크 파열 및 협착, 하지마비에 대한 신속한 수술, 보존치료와 절대적인 안정"을 형집행정지 사유로 들었다.

"만일 정경심이 평범한 수인이었더라도 검찰의 마음이 이토록 냉정했을까, 설령 검찰의 결정이 그러했더라도 법무부가 선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남편이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이력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8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정경심 교수 형집행정지 촉구' 기자회견문 중에서

종교계가 나섰다. 지난 세기부터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해왔던 사제단 신부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사제단 김영식 대표 신부는 검찰의 불허 결정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라 규정했다. 언론 보도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신부는 또 "이런 살인(범법) 행위를 정의롭다, 도덕적이라고 국민들에게 마사지해주고 실드쳐주는 집단이 바로 언론"이라 주장했다.

천주교 다음은 불교였다. 1일 불교인권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당시 충분한 치료의 기회를 받았고, 뚜렷한 병적 징후가 없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3개월 형집행정지로 현재 자택에서 지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 지난 4월, 조계종 등 불교계는 임기 말이던 당시 문재인 청와대에 정 전 교수의 특별사면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그러자 '조국 일가족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천주교 사제단의 기자회견 이틀 뒤인 1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한 한 장관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 결정을 확인해 봤다"며 "당시 의료진들, 전문가들은 향후 수술이나 치료 계획 부분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형집행정지를) 보류한 것이라는 정도로 파악했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지난 8월 28일 이재명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들도 새로 선출됐다. 검찰을 향한 민주당의 성토도 덩달아 커졌다. 반응은 두 가지다. 불허 결정을 내린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조국 일가족 수사'를 총괄한 '윤석열 사단'의 일원으로 유명하다. 불허 결정 전후 검찰과 한 장관이 이미 바뀌지 않을 결론을 내놨고, 이후 한 장관이 대국민 해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하반신 마비' 우려까지 제기된 정 전 교수에 대한 검찰의 처우가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여전하다. 장기간 병원에서 수감 기간을 보냈던 두 전직 대통령이 소환되는 건 그래서다.

오는 9일은 3년 전 조국 전 장관이 취임했던 날이다. 불공정의 대명사로 낙인 찍힌 조국 전 장관 일가족을 둘러싼 '조국 사태'의 결과가 도리어 2022년 현재 한국 사회의 불공정을 드러내는 상황이 도래해 버렸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어제와 오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직후 도출된 결과가 '검찰 일가족 수사'였다. 이후 재판 중인 조 전 장관 본인을 포함해 조국 전 장관 일가족은 검찰이 기소하고 사법부가 판단한 죗값은 물론 끝날 것 같지 않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그 죗값보다 더한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를 두고 종교계는 조 전 장관 일가족의 가장 큰 죄는 '가장인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앞장선 죄'라 입을 모은 바 있다.

그 반대편에 윤 대통령과 검찰이 자리한다. 한 장관을 포함한 '윤석열 사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총장에 '기수 파괴' 임명하면서 승승장구했다. 역대급 '제 식구 키워주기' 검찰 인사도 단행됐다. 그렇게 장악한 검찰권으로 윤 대통령은 조국 일가족 수사 이후 검찰권의 존재감을 온 국민 앞에 과시했다. 그 후 청와대 수사에 나섰고, 무주공산이던 야권 대선 후보 자리에까지 무혈입성했다.

그 결과가 작금의 '검찰공화국'이다. 민정 수석실마저 폐지한 윤석열 대통령은 가장 먼저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한 장관을 앞세워 검찰 직보 체제를 완성했고,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까지 부활시켰다. 검찰공화국에서 더 나아가 수사 기관의 완벽한 장악이라 할 수 있다. 작금의 그 검찰과 경찰이 김건희 여사가 연루 사건을 줄줄이 불기소, 무혐의 처리하는 중이다.

심지어 공범들이 모두 구속 수감 중인 도이치모터스 사건마저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 당선 전은 물론이고 수사 기관은 김건희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강력한 무기인 압수수색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가 연루된 '법카 유용 의혹' 사건 수사는 어떠한가. 경찰은 과정에서 13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민의힘과 보수단체의 고소고발로 완성된 갖가지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급기야 최근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오는 6일 소환조사를 예고했다.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니, 질문을 해야만 한다. 윤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했던 공정이란 무엇인가. 이런 소문이 공공연하게 공표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경찰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잡으려 하고,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잡으려 한다. 이걸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정국을 돌파한다는 얘기가 서초동에서 나온다." - 지난달 8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임은정 대구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윤석열 시대'가 불러온 퇴행을 막는 길

천주교 사제단이 '마사지'와 '실드'와 같은 격한 표현을 썼던 언론은 어떠한가. 전무후무했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 3년이 지났다. '조국 사태' 당시 한국 언론은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공정과 원칙, 법과 정의의 잣대를 들이댔다. 언론 권력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고, 어마어마한 기사량을 통해 '클릭 장사'를 도모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 공정의 잣대는 한동훈 장관 딸과 조카들의 해외 입시 부정 의혹 앞에서 자취를 감췄다. 김건희 여사의 일련의 의혹들을 파헤치지는 대신 '김건희 패션' 기사가 포털 뉴스면을 뒤덮는다. 극소수 언론의 단독 보도는 실제 극소수 언론만의 '단독'에 멈춰선다.

대신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님 파이팅" 응원이 나오고,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술자리에서 "노래해"라는 기자들의 연호가 터져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의 성상납 사건 취재도 감감무소식이다.

이전 정부에서 날카로운 송곳이던 언론의 '살아있는 권력 감시' 기능이 현 정부 들어 솜방망이로 둔갑했다. 특히 경제 및 외교 관련 보도는 문재인 정부와의 비교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현 정권을 향해 '지지율 폭락'이란 선물을 선사하지 않았다면 '허니문 기간'의 장기화도 불 보듯 뻔했을 터다.

또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 이후 3년, 우리 언론에 있어 공정이란, 균형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숱하게 반복됐다. 대학 교수들이나 정치인, 최상위 기득권층 자녀들의 입시 부정 의혹은 기본이다.

현직 의원 가족의 농지법 위반 및 땅 투기 의혹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해도, 시세 차익을 노린 부동산 재태크가 대대적으로 보도돼도, 여당 당 대표의 성상납 의혹이 경찰 수사에 돌입해도 일시적 언론 보도 및 여론의 소나기만 피하면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현 정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다수 장관 후보자들의 비리와 부정이 드러나도 끄덕없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족을 향해 지난 3년간 적용했던, 아니 지금도 여전한 그 냉정하고 가혹한 공정의 잣대가 무너진 탓이다. 그 무너진 잣대의 잔향을 현재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동훈 장관,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 등 권력의 핵심층이 만끽하는 중이다.

물론 3년 전과 비교해 변치 않은 것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권이 휘두르고 있는 검찰권이란 만능의 칼 말이다. 최근 감사원이 전방위적으로 착수 중인 '문재인 정권 블랙리스트' 기관 감사의 종착역도 결국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로 귀결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 소환 조사는 그 검찰권을 과시하기 위한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고.

3년 전 그 잣대를 회복하는 일은 불가능할 지 모를 일이다. 법과 원칙, 공정을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사회 전체의 퇴행 징후가 뚜렷하다. '부자 정부'의 '그들만의 리그'가 공고화될 조짐이 현실화되는 중이다. 지지율 20%대 박스권에 갇혔다는 평가가 나와도 소용없다.

그 퇴행을 막는 유일한 길은 조 전 장관 일가족에게 적용됐던 그 공정의 잣대를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일부터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한동훈 장관에게 공정은 무엇인가라고. 조국 일가족과 당신들이 적용받는 기준은 왜 다른가라고.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9월 05일, 월 10:1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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