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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50대 후반 다섯 명이 본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거짓말'에 분노... 사과 없이 진상규명 하자는 대통령, 위험


▲ 국무회의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 나의 친구들은 1960년대 초중반, 보릿고개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을 때 태어난 세대다. 어린시절 박정희의 유신독재,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경험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등교 전 의무적으로 정해진 곳에 모여 마을청소를 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련시간도 있었으며 교복과 교련복을 일상적으로 입고 다녔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은 전두환 일당의 만행을 고등학교 시절에 겪었고, 1980년대 초중반 대학에 들어가 전두환 정권과 맞서 싸웠다. 그 과정에서 공활, 농활, 언더서클 등을 경험하기도 했고, 1987년 6월 항쟁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강제징집을 당하기도 하고 감옥과 경찰서를 들락거리기도 하고, 수배자가 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이 땅의 삶을 접어야만 했던 이들도 있다. 거기에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경험까지 한 소위 '586세대'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으나, 평탄하지 않은 시절을 살며 다양한 정치적인 경험을 한 세대인 것은 분명하다.

격동의 시대를 살았기에 여전히 정치적 사안이 발생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친구도 있고, 세상사와는 좀 거리를 두고 조용하게 살아가는 친구도 있다.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가면서는 '이념'으로만 친구 집단을 형성하지 않기에, 진보와 보수, 중도가 골고루 섞여 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

그 진보와 중도와 보수는 각자 자기가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 혹은 세대라는 특성상 중년기에서 노년기를 향해가는 이들의 생각은 소위 '꼰대화'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 주장'이 강하고 어떤 '편견'이 작동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정치 이야기'는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난 대선 이후, 친구들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는 '금기어'가 됐다. 찬반을 떠나 일단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분노'가 유발되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이전, 김건희 여사의 논문 문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장모 문제 등등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 친구들은 진보, 중도, 보수 할 것 없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친구 중에는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도 여전히 여당 지지 성향을 내비치는 이도 있었다. 이래저래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부터 '분노지수'만 높아지기 때문에 '정치 이야기'는 가급적 접어둔 것이다. 그럼에도 조각조각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면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이랬다.

"그냥, 포기하자. 전쟁만 나지 않으면 되지 뭐. 임기 끝나고 바로 잡으면 되고, 잘못된 것에 대한 죗값은 퇴임 후에 물으면 되지 않겠어? 5년? 금방 간다. 우리도 살다보니 벌써 환갑을 바라보는데 5년 정도는 참아줄 수 있지 않겠어? 탄핵시킨 대통령을 둘씩이나 갖는다면 이 나라 격이 뭐가 되겠어. 그렇지 않아도 퇴임만 하면 줄줄이 교도소에 가는 대통령들 때문에도 창피한데. 그게 뭐 정치탄압 때문이면 봐주겠는데, 그게 아니니 참 이 나라 국민들만 불쌍하지. 걸맞은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대통령도 여사도 버거워 보여..."

그러나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중 벌어진 '비속어 발언'으로 촉발된 '전 국민 듣기평가 시험'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할 말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런 말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아? 너도 욕 잘하잖아?"
"물론, 그래도 자리와 위치가 있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13시간 뒤에 나온 홍보수석의 거짓말이야. 거기서부터 꼬인 거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사망을 낳으니라..."
"그러더니 용비어천가 부르는 국회의원들하고 국민의힘 봐라. 게다가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진상규명 하자네? 이런 XX들!"

사과 없이 진상조사 하자는 대통령... 두려움이 엄습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와 위원들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나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사과도 없이 진상조사를 하자는 순간, 그 정도의 인식 수준이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5년 동안 충분히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어떻게 들었냐? 혹시 '날리면'으로 들은 사람?"
"귀가 먹었냐? 그리고 설령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라고 하자. '이XX', '쪽팔려'는 어쩔 건데?"
"그 이후에 대응하는 것이 더 웃기지 않냐?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네? 목불인견이다. 5년 동안 참을 수 있겠냐?"
"아, 또 촛불을 들어야 하나? 피곤한데.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왜 이러냐? 진짜."

이기적이긴 하지만, 이젠 좀 소용돌이 같은 역사에서 비껴나 조용히 평안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소박한(?) 꿈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다. 정책 전반에 대한 미숙함이나 검찰공화국화 되어버린 정국, 대통령 일가에 대한 편파적인 봐주기 수사, 전 정권을 겨눈 압수수색 등등까지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도 그냥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번 비속어 파문은 부글부글 끓는 마음에 기름을 부은 격이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이들의 발언들은 거기에 불을 붙이는 것과 다름없는 처사로 보였다. 조용히 살기를 자처했건만, 다시 '탄핵'과 '촛불'이란 단어를 소환하게 만들다니.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나라가 협조를 안 하네?"

친구 다섯 명과 길게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미숙한 정치 행보를 계속 이어가고 이렇게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꺼이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고 탄핵을 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촛불을 들고 퇴진을 외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 세대들 보다 용감하거나 혹은 현 정부의 밑바닥까지 깊이 보았기 때문에 광장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임기개시 5개월도 안 되었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합류할 생각까지는 안 했다. 그런데, 이렇게 거짓말이 난무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미숙한 정치로 이 나라를 흔든다면,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계속 조용히 초야에 묻혀 살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일을 더 크게 만들지 말고 이제라도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면 좋겠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종국에는 파멸을 맞는 법이다. 대통령 주변인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이들은 정말 윤 대통령을 '벌거숭이 대통령'으로 만들 작정인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9월 27일, 화 9:4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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