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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스페셜리포트
 
한국 또 꼴찌... 세계 흐름과 거꾸로 가는 정부
[소셜 코리아] 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 필요... 탄소중립·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서울=오마이뉴스) 주병기 기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은 이제 풍력, 수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이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석탄 화력이 가장 저렴하다. ⓒ 셔터스톡

교토의정서가 타결된 1997년 무렵, 독일,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 많은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저감과 재생에너지 기술개발·확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발전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20여 년의 노력 끝에 독일과 영국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율이 2020년 기준 40%대에 이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과 호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도 각각 19%와 23%에 달했다.

교토의정서에서 대한민국은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감축의무에서 면제됐고, 파리협정이 맺어진 2015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전환에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은 이제 풍력,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이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석탄 화력이 더 저렴하다.

그러나 국내 태양광의 균등화발전단가(LCOE)도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한국자원경제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 태양광이 석탄보다 더 저렴해지고 (사고위험과 폐기물 처리 비용 등) 외부비용을 고려하면 원전보다도 더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도 석탄 화력이 가장 싼 한국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0년 기준 8% 수준으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아래 그림은 2010년에서 2019년까지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설비투자 총액을 비교한 자료다. 대한민국은 21개 주요국 중 최하위이고 독일과 일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와 다른 주요국 사이에 존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과 역량의 격차가 크다고 볼 수 있다.


▲ 국가별 재생에너지 설비투자 (단위: 십억 USD) 출처: Frankfurt School (2020), “Global Trends in Renewable Energy Investment 2020” (재인용: 조일현·이재석 2020, “국제 신재생에너지 정책변화 및 시장분석”, KEEI 보고서) ⓒ Frankfurt Schoo

2020년 주요 선진국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대한민국도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진국보다 뒤처졌지만 같은 시점에 탄소 순배출을 0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실패한다면 에너지 전환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수출 길이 막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과 빈곤 척결 같은 사회적 목적 달성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파리협정도 정의로운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명시하여 정의로운 전환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2036년까지 원전 6기 건설

에너지 전환이 특정 산업 혹은 지역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강한 저항과 사회갈등을 유발하여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전환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모든 국민이 공동으로 나눌 때 비로소 사회적 협의가 이루어지고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ILO(국제노동기구)가 강조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 노동자 대표와 기업 및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 그리고 사회안전망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환경과 사회정책이 상호보완적이라는 인식에 기초하여 ILO와 UNEP(유엔환경계획)는 녹색일자리 이니셔티브를 발의해, 재생에너지의 확산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때문에 사라지는 산업과 일자리보다 이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 역시 높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0일 발표된 새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전원별 발전 비중은 원전 32.8%, 석탄 21.2%, LNG 20.9%, 재생에너지 21.5% 등이다. 예상했던 것처럼 지난 정부가 작년 10월 발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원전 비중은 기존 목표였던 23.9%에서 8.9%p나 상승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기존 목표였던 30.2%에서 8.7%p 감소했다. 노후 원전의 가동을 지속하고 2036년까지 총 6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감축목표에 비하면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 계획을 준비했던 자문기구의 설명이다. 해본 것을 더 하고 안(못) 해본 것은 덜 하겠다는 것이니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안 해본 것(재생에너지)을 해봐야 기술도 역량도 키울 수 있는 것이니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인 만큼 이런 기회를 일부 포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처진 재생에너지 발전 역량 격차를 없애는 것도 부족한 마당에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원전 비중을 과도하게 높여 앞으로 형성될 에너지전환에 대한 국제 규범에 대응할 수 있는가도 미지수다. 우선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여 생산하고 거래하겠다는 RE100 공약을 이행하려면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 지난 8월 30일 정부는 노후 원전의 가동을 지속하고 2036년까지 총 6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셔터스톡

RE100은 현재 시장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규범이다. 앞으로 이 규범이 기업 경쟁의 전략적 무기이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 기업들도 RE100 선언에 합류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으로는 이런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도 부족한 형편이니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발등의 불과 같이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현재 유럽연합의 녹색분류체계(그린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 전제조건의 하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이다. 과거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결정하는 데도 지역 주민의 반발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논의를 시작한 지 30여 년 후인 2015년에서야 겨우 경주에 건설할 수 있었다.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은 원전 내 폐기물 저장소에 쌓아두고 있는 형편이다. 월성 원전의 경우 저장소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30년 무렵이면 고리, 한빛, 한울 등에서도 저장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급속히 늘어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저장할 입지를 결정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그 이전에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기술 안전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원전 기술에 투자하고 원전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원전에 의지하여 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 재생에너지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지역과 산업, 노동자들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의 녹색전환으로 새로운 활로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순환경제 육성계획'과 '농장에서 식탁으로 전략'은 좋은 사례다. 전자는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에너지 소비와 탄소배출을 줄일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후자는 지속가능한 먹거리 경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생산자, 기업, 그리고 소비자의 상생협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에너지 전환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다. 다른 선진국들에 크게 뒤처진 현실과 "에너지 섬"이란 지정학적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연대와 통합의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국가가 나서고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현가능하지만 불확실하고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원자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더 어렵지만 확실하고 안전하며 정의로운 재생에너지의 확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주병기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편집·운영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시경제학, 재정학, 정치경제 등이고 분배적 정의,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한 경제기제 등의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9월 28일, 수 12:3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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