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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핼러윈을 즐기려던 청춘들은 죄가 없다
29일 밤 6호선에서 마주했던 그 얼굴들... 이태원 대참사, 행정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


▲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의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 권우성

(서울=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예, 선생님. 사람들이 많을 거 같은데요, 녹사평역에서 내릴게요."

인파로 시끌벅적한 지하철 6호선 안, 세일러문 코스프레를 한 한 외국인 여성은 유창한 한국어로 누군가와 반갑게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29일 토요일 밤 10시를 넘어가던 시각, 친구와 함께 합정역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가는 6호선을 탄 그 여성이 가는 곳은 짐작하고도 남을 수밖에 없었다.

4.3 관련 강연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늦은 귀갓길, 봉화산행 6호선 지하철 안은 그런 청춘남녀들로 북적였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합정과 상수, 홍대 부근에서 핼러윈을 즐기러 이태원으로 향하는 청춘남녀들과 코스어들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젊고 어린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도 상당수였다.

사실 조금은 부러웠다. 핼러윈을 즐기러 가는 그 생기 넘치는 얼굴들이, 축제를 만끽하고자 하는 그 달뜬 표정들이 말이다. 녹사평역에서 그 외국인이 먼저 하차했고, 드디어 이태원역에서 우르르 인파들이 쏟아져 내렸다. 승강장 계단은 핼러윈 축제에 동참하려는 인파로 정체가 될 지경이었다. 잠시 잠깐 같이 내려 구경이나 갈까 하는 생각을 이내 접었다. 이태원역을 빠져나가는 시간만 10분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그 사이, 핼러윈을 일찍 즐기고 귀가하는 또 다른 청춘들이 승차했다. 친구들로 보이는 텔레토비 복장의 용감한 네 젊은 남성이, 소복 귀신 복장을 한 앳된 여성이 특히 눈에 띄었다.

5호선 환승을 위해 청구역에서 내린 뒤에도 핼러윈 분위기는 이어졌다. 6호선을 타기 위해 천사 코스프레를 한 또 다른 외국인 여성, 여전사와 남전사 복장을 한 커플들도 이태원으로 향하는 듯했다. 그 시각이 밤 10시 30분도 되지 않은 때였다. 그리고 40분이 지났을까. 집에서 뉴스를 시청하고, 소셜 미디어를 하던 와중에 속보가 떴다.

"이태원 행사장 압사사고... '약 30명 심정지 응급처치'"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던 시각, 잊지 못할 얼굴들


▲ 휴업에 들어간 가게 30일 오전,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길 현장 인근의 한 카페가 휴업을 공지하고 있다. ⓒ 곽우신

이때까지만 해도 속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행사장?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특별한 행사장이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얼마 후 어느 단체 톡방에서 참혹하기 그지없는 영상을 마주하고 말았다.

해밀턴 호텔 옆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마치 산처럼 쌓인 인파 앞에서 구조대원들이 제일 아래 사람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10초짜리 영상이었다. 방금 전 지하철에서 마주쳤던 청춘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생과 사란 무엇인가'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상이 아닐 수 없었다.

7~8년 전까지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은 나름 친숙한 공간이었다. 당시 만났던 친구의 자취방이 해밀턴 호텔 바로 건너편이라 동네처럼 들락이던 곳이었고, 이후 출퇴근을 했던 사무실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그해 프리랜서로 일하던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단골 가게를 만들었던 곳도 모두 바로 그 이태원이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가 친숙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던 이유다.

바로 그 공간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를 속보와 제보 영상으로 접하며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해밀턴 호텔 뒤 주변 골목 곳곳마다 꽉꽉 막힌 인파를 보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압사 상황에서 맨 밑에 깔린 피해자가 미동도 없는 모습이나 이태원 중앙도로 위에서 단체로 CPR을 하는 생경한 풍경도 보는 이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하물며 영상으로 접한 이들이 이럴진대 실시간으로 이태원 참사를 목격하고 그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상처는 어느 정도였을까. 사고 신고가 경찰에 처음 접수된 시각이 밤 10시 20분경이라고 한다. 압사 참사는 대체로 핼러윈 축제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토요일 밤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는 참사가 벌어지던 그 시각에도 이태원역을 통해 계속 유입되고 있었다.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아마 밤새도록 그런 유입과 퇴장이 계속됐을 것이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핼러윈 기간을 경험해 본 이라면,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조금 주춤했다 하더라도 수년째 계속 커져 온 축제 상황을 지켜본 서울시나 용산구, 용산경찰서 담당자들은 모를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참사가 벌어졌다. 그리고 30일 새벽, 사망자가 발표됐다. 처음 2명이 던 사망자는 새벽 3시를 넘기자 130명까지 늘어나 있었다. 참담했다. 안타깝게도,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사망자는 150여 명으로 불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러게 왜 이태원에 놀러 갔느냐'라며 피해자들 탓을 하거나 경찰이나 행정 당국 책임이 아니라는 목소리를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청춘들은 죄가 없다. 6호선 지하철에서 만난 청춘남녀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요, 친구이고 친척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축제와 해방감을 만끽하려던 이들에겐 문제가 없다. 언론만 해도 불과 며칠 전까지 핼러윈 축제로 인해 활력을 얻을 이태원 상권의 기대감을 앞다퉈 소개하지 않았는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


▲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 바닥에 사람들의 소지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 권우성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고 이태원에 갔던 젊은 친구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친구들 또한 아주 평범한 한국의 20대, 30대였고요. 핼러윈은 세계인이 즐기고 있고, 이태원 역시 매년 해왔던 축제였습니다. 올해만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는 얘기고요.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지자체와 경찰 등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수만, 수십만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왔던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였던 만큼 훨씬 더 철저한 대비와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서울과 이태원에 쏠렸다. 지인의 급한 연락을 받고, 30일 오후 프랑스 라디오 매체(Radio France Internationale)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짧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간접적으로라도 겪은 서울시민의 인터뷰가 필요했던 듯싶다.

이 프랑스 매체에 행정당국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 직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찰 병력의 상당수를 광화문 집회에 배치했다"는 취지의 변명을 늘어놨다. 마치 정부의 책임은 일절 없다는 뜻처럼 비춰지는 이 같은 발언에 공감할 피해자 유족들이,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반면,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근 10년간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지켜봤다는 용산구 주민의 글이 공감을 얻고 있었다. 안전을 위해 이태원에 투입한 경찰 인력이나 사전 조치도 미흡했을뿐더러 도로 개방이나 폴리스라인, 지하철 무정차 등 행정력 미흡을 꼬집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었다.

대통령 이하 이번 대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주요 인사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렸던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매년 열리던 축제 바로 그 자리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는데 행정당국의 책임을 따지지 않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닐까.

끝으로, 믿을 수 없는 참사에 희생당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 시민들의 추모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시민들이 꽃과 술잔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곽우신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2년 11월 01일, 화 9: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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