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별을 보게하는 < 지학 >

이 땅이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하듯 멈추지 않고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경제성장'에 '수출!'만 외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아갔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고난의 시기였다. 남의 손에 나라 운명에 맡겨야 하는 고약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일이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인간 개개인의 일이 되기도 한다. 멈춰야 할 순간을 모른 채, 혹은 알면서도 멈추지도 않아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인간은 돈과 명예를 위하여 달리고 또 달린다. 몸에 이상 신호가 생겨도 외면하고, 친구들이 충고를 해도 무시하고 달리고 달린다. 그래서 그 대가는? 끝없는 추락이다.

과거를 되돌아 보는 시간 <지학>

사람들은 멈출 줄 아는 지혜, 즉 <지학>이 필요하다. 왜 멈추는 것이 필요한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테다. 사람은 언제나 반성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진정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혹여 돈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닌지, 권세나 명예가 나를 이끌어 내 몸과 마음을 혹사 시키는 것이 아닌지 확인하려면 잠시 멈춰서는 수밖에 없다.

<지학>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미래를 잡기에 혈안이 된 이때에 이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허나 미래는 과거의 반복이라 하지 않았던가. 더욱이 과거는 미래를 향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멈춰서서 '멈춤의 지혜'에 손을 뻗는 건 결코 손해나는 일이 아니니 잠시 조급한 마음 뒤로 하고 <지학>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지학>은 10가지 주제로 과거와 소통한다. 10가지 주제란 지혜, 권세, 이익, 언변, 명예, 감정, 고난, 화해, 마음, 수신인데 각각의 장에서는 주제에 맞춰 멈춤을 모르고 달려나가다 패망한 이들을 조명하고 있다. 먼저 지혜의 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잘난 맛에 살다가 큰 코 다친 이들이다. 자신의 지략을 믿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일을 꾸미다가 누군가의 지략에, 혹은 자가당착에 빠져 한순간에 나락에 빠진 이들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언급된 제갈량을 생각해보자. 유비에 이어 유선이 왕의 자리에 올랐을 때 제갈량은 촉의 전력을 모아 위나라를 공격한다. 이른바 '북벌'이다. 제갈량은 자신이 있을 때 결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을까? <지학>은 묻는다. 제갈량이 자신을 믿어 무리한 전쟁을 벌여 촉의 전력은 피폐화되고 패망하도록 이른 것이 아니냐고.

알면서도 실수하는 인간

흥미로운 것은 <지학>에서는 각각의 주제를 막론하고 서로 일맥상통하는 인간의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 권세나 이익, 언변이나 명예와 같은 것은 허망한 것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실수를 한다. 어제 이 땅을 살던 사람이 실수한 것을 오늘 또 하고, 내일 사는 누군가가 또 한다. 그러니 잠간 멈춰서서 뒤를 바라다 볼 일이다.

"사람들의 욕심은 늘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 더 큰 것을 추구한다. 욕심이 지나친 사람은 자기 능력도 살피지 않은 채 단숨에 공을 세우려고 하다가 대부분 실패한다. 이익의 유혹 앞에서 선택의 고비는 늘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이때 맑은 정신과 통제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쉽사리 허망한 함정에 빠지게 되므로, 소망과는 달리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다."

감정과 고난, 화해, 마음, 수신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다. <지학>은 사소한 것으로 질투심에 잠 못 이루는 이들, 약간의 도움을 베풀어주고 하늘 같은 은혜로 되돌려받기를 기대하는 이들, 자신의 행동 하나 다스리지못하면서 타인의 사소한 잘잘못을 욕하는 이들이 등장해 읽는 이를 부끄럽게 한다.

"사소한 원한을 놓지 않으면서 반드시 보복을 가하는 것이 소인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그들은 늘 남을 탓하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면서 살아가는데,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다. 그리하여 소인의 말로는 마치 깨진 거울 조각을 손에 움켜쥐고 휘두르는 것 같아서 상처를 받는 자는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이다.

별이 보이지 않는 세상?

사람들은 요즘 세상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별을 볼 시간을 두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밤의 시간, 길을 바삐 걷지 말고 한번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삶에 서두름의 채찍질만 하지 말고 '멈춤의 순간'을 가져보자.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일지 모르니까. <지학>은 그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니 어떠한가. <지학>과 함께 자신을 돌아봄이. 이 기회를 얻는다면 바쁜 시대일수록 멈춰설 줄 아는 지혜, 그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터이다. / 정민호 기자 (오마이뉴스 축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