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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반노동에 자신감 얻은 대통령? 갤럽 조사가 말하는 것
[소셜 코리아] 노동자 옥죄기 본격 시작... 깨어있는 시민들만이 백래시 멈출 수 있어

(서울=오마이뉴스) 이윤경 기자(토론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일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파업이 막을 내렸다. 화물연대는 11월 24일부터 안전운임제 유지와 적용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으나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패배하고 말았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을 보장하여 과적, 과속,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이 파업 패배의 현장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의 기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친기업 반노동 정치가 펼쳐질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취임 이래 총체적인 무능과 무위로 낮은 지지율에 머물던 윤석열 정부는 노동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자세로 대응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첫째, 윤석열 정부는 여성, 환경, 외교에 이어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백래시(진보적인 사회, 정치적 변화에 반발하는 심리나 행동)에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16명의 판검사 출신과 54명의 관료(특히 기획재정부 출신 15명 포함) 출신이 대통령을 포함한 100대 요직에 포진해 있는 정부이다. 판검사 출신은 국민 누구라도, 특히 정치적 반대파를 지목해 범죄자로 만드는 정치 문법에 단련된 사람들이다. 경제 관료 출신들은 재정과 예산권을 무기로 경제 효율성이라는 기치 아래 기업 중심의 국정 운영을 추구한다.

이 두 세력이 힘을 합쳐 친기업 반노동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화물연대의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규정하고, 나라 경제를 망치는 불법 행위라며 적대적으로 대처한 것은 이런 윤석열 정부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6월에도 화물연대는 동일한 요구 사항을 갖고 파업에 나섰는데 이때 화주 단체를 대표했던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에 임명되어 일하고 있다.

이런 정부에게 노동과 복지와 같은 사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와 타협, 포용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이번 파업 중 화물연대와 교섭을 해야 하는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와 고작 2차례 만났을 뿐이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시간은 채 3시간이 안 됐다.

반노동 프레임으로 왜곡 이미지 씌워

둘째, 이런 친자본 성향의 정부는 보수 언론 및 극우 온라인 논객들과 손잡고 반노동 프레임으로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요구를 매도해 버린다. 

반노동 프레임은 노조와 노동자들의 집합행동을 빨갱이,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기득권(소위 귀족노조), 떼쓰기, 공갈, 협박을 일삼는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집단(소위 민폐노총)이라는 부정적인 언어를 반복적으로 동원해 왜곡된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전술이다. 이런 수사의 반복과 강화를 통해 실제 노동자들이 처한 부당하고 위험한 현실을 숨겨버리고,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정당성을 부정한다.

이렇게 부당한 노동 현실에 대한 고발을 지워버린 자리에는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 탄압의 나팔만이 울리고, 노동을 탄압하고 회유하려는 자본의 반격이 조직된다. 예컨대,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자 일부 화주들은 화물연대를 탈퇴해야 일감을 준다는 조건을 걸어 회유, 협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조합원을 노동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라며 강제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다. 이런 반노동 프레임에 맞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적정한 운임비를 받아야 하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집합행동에 나설 수 있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가진 시민이라고 말해 주는 곳은 많지 않다.

셋째,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탄압은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기조의 서막일 뿐, 노동운동을 불법 범죄로 적대시하고 노동 규제를 완화하는 백래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화주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저임금 구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안전운임제 자체를 원점에서 논의하여 백지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통령은 연일 노조의 불법을 단호히 처벌하겠다고 엄포하고 있고, 정부와 화주들은 화물연대를 물질적으로 파괴하려 들 것이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을 집산하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수십,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은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집단을 돈으로 목조이는 악질적인 노동탄압 수법이다. 화물연대 파업과 종료를 둘러싼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일정 정도 올라가면서, 정부는 더 자신감을 갖고 다른 노동법규도 개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민 51% "노동계 파업 대응 잘못"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리 날짜라도 맞춰 놓은 듯, 12일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그동안 경영계에서 원해왔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노동 개혁 권고안을 내놓았다. 연장근로 시간의 관리 단위를 확대하여 주당 최대 80.5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것, 파견노동을 허용하는 업종과 사용 기간을 늘리자는 것은 모두 기업의 숙원을 들어주는 것이다.

사흘 뒤,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노동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이에 배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 개혁 권고안을 중심으로 노동정책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런 전방위적 노동 탄압과 노동법규 개악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일까? 먼저 윤석열 정부 스스로 지금과 같은 일방적 국정 운영 방식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는 과도한 기대일까?

대통령과 행정부는 국민의 일부가 아닌 일하는 국민 다수 또는 중위 투표자의 이해를 대표하는 대의제의 지도부이다. 한국 인구 중 2700만 명이 일하는 사람들이고, 일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적정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점을 정부가 이해하길 바라고 이에 맞는 노동정책으로 선회하길 바란다.

최근 여론조사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좁은 폭의 지지도 변화를 이끄는 요인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는 의미 있는 질문과 응답이 담겨있었다.

응답자의 26%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동의했고, 48%가 "안전운임제 지속·확대"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노동계 파업에 대응을 잘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1%가 "잘 하고 있다," 51%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국민 여론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발생한 경제적 파급에 대해서는 우려와 불편함을 나타내지만, 화물연대의 요구 사안에 대해서는 지지를 보내고 있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 대처 방식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은 16일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국민 반응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이 36%,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6%으로 나왔고,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의 이유로는 "독단적이고 일방적이어서"가 12%, "경제 민생을 살피지 않아서"가 10%, "소통이 미흡해서"가 8%로 집계되었다. 결국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반노동 기조를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노동자뿐 아니라 중도계층의 저항에 부딪힐 것은 자명해 보인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시민사회와 노동운동 굴복하지 않아

노동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도 반노동 백래시를 약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축이다. 보수 정부, 보수 언론, 극우 온라인 논객들이 힘을 모아 쏟아내고 있는 반노동 프레임에 맞서려면, 노동 현실에 대한 정확한 언론 보도가 있어야 하고 이에 기초한 새롭고 정의로운 정책 대안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화물연대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가 넘쳐나던 와중에도, 화물 노동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한 많은 언론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시사인>의 특별 기획 기사 "화물차를 쉬게 하라"(11월 24일)는 인포그래픽과 탐사 보도를 통해 화물 노동에 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들 노동자의 현실을 살아있는 언어로 보도한 역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는 노동 탄압과 반노동 정책에 저항해온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인 반노동 백래시에 무릎 꿇고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시장 내 약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아온 노동운동은 자기반성과 함께 보다 보편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직하고 투쟁해 왔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노동 문제를 비롯한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동계와 연대하고 저항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한국의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기자회견을 하고, 거리 시위를 하고, 오체투지를 계획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엄혹한 겨울이 되겠지만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목소리만이 이 반노동 백래시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 이윤경 / 토론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이윤경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윤경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정치사회학자로 노동운동, 사회운동, 정당정치,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과 대만의 노동운동을 비교한 , <전투적 또는 정파적 노동운동: 한국과 대만의 노동조합과 민주 정치>, 한국의 사회운동과 정당정치의 역학을 고찰한 , <광장과 의회 사이: 한국의 사회운동, 정당 정치, 민주주의>가 있고 그밖에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에 관한 다수의 학술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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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짐: 2022년 12월 21일, 수 11:3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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