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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제] 국제
 
미국의 글로벌 속셈, 한국이 이용만 당하지 않으려면
[글로벌 리포트] 2023 국제정세 전망


▲ 2022년 12월 2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가운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서 전달받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펴서 들어보이고 있다. 전쟁 후 외국을 처음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지를 호소했다. ⓒ 연합뉴스

(서울=오마이뉴스) 임상훈 기자 = 2022년 서구 사회는 그들의 땅에서 최근 수십년 간 경험해보지 못한 큰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안고 한 해를 마감했다. 그와 관련해 공급망의 균열, 에너지 위기, 식량난 등 부차적 피해의 여파가 전 세계로 이어졌고, 국제사회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경험했다.

글로벌 차원의 안보와 경제 불안은 기존의 국제질서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가져왔고 그만큼 변화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게 됐다. 2023년을 예상하는 키워드는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체제가 향후 수십 년의 국제질서를 더 지배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와 중국이 재결합한 유라시아 블록이 그에 맞서는 꼴의 양극체제가 부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전쟁이 쉽게 끝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 집권에 취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판, 국제정치에 문외한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경솔함, 그리고 탈냉전 시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미국과 서유럽 지도자들의 무능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여기 하나를 덧붙이면 분쟁을 선악 구도로만 몰고 가는 언론들의 못된 습관도 한몫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 2022년 12월 3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 지구 본부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9분 분량의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자신들이 악의 축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보면서 러시아 국민들은 독재자 푸틴을 과감하게 끌어내리지 못했다. 유럽의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면서, 러시아 내부의 유럽 지향적 목소리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푸틴을 정점으로 한 제국의 향수만이 여론을 지배했다. 러시아 극우의 발흥에는 국제사회의 왕따 문화도 큰 책임이 있다.

러시아를 몰아붙이면 결국 두 손 들 것이라는 서구의 안일하고 순진한 계산이 러시아를 자극했고, 우크라이나를 중립지대로 삼자는 러시아의 방어적 요구에마저 그들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전쟁 유발의 일부 책임을 은폐하려는 듯 서구 세계는 젤렌스키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젤렌스키의 호국 메시지가 모든 주요 국제회의 메인 코너에 등장했고 그렇게 그들은 또 하나의 십자군 서사를 만들어갔다.

누구나 바라는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이자 최후 희망은 물론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이다. 물밑 협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공식 협상을 위한 테이블은 결코 쉽게 놓이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 조건 사이에는 너무 큰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각각 그들의 협상 조건은 '원상복구'와 '현실인정'이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의 조건으로 러시아가 지난해 점령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네 개 지역과 심지어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의 완전한 반환을 들고 있다. 협상 시작 단계에서 크게 부른 판돈일 수 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이는 무조건 항복을 의미한다. 푸틴의 정치적 사망에 해당하는 이 조건을 러시아가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반대로 러시아가 내건 협상 조건은 이미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편입 선언한 앞선 네 지역과 크림반도를 더 이상 우크라이나가 반환 요구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해당 지역 친러시아 성향 주민 비중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권 국가의 영토 일부를 강탈하다시피 한 러시아의 불법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현재의 전세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결국 극적 반전이 없는 이상, 올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전임 대통령 당시 빼앗긴 크림반도까지 되찾는 영웅의 꿈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목표가 꿈만은 아닐 수 있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억 7500만 달러(3494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러시아 약화시키며 중국의 고립 유도


▲ 2022년 12월 8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 토비아스 빌스트롬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뒤 공동회견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21세기 미국의 외교 안보 중심축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했다. 오커스 동맹(미국, 영국, 호주)과 쿼드 동맹(미국, 일본, 호주, 인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아태전략은 유럽 동맹국의 안정적 안보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나토의 확장과 경우에 따라 유럽군 창설까지 미국이 용인하는 것도 그 연장선 위에서였다.

이러한 미국의 국제 안보 전략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크게 위기를 맞은 듯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진짜' 전력을 확인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통해 관리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엔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전략무기들이 있다. 하지만 방어전도 아니고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필요했던 것은 치명적 전략무기의 다량 보유가 아니라 재래무기의 철저한 관리, 지도부의 치밀함 그리고 군인들의 사기였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 모든 면에서 예상외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그들이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는 이번 전쟁의 명분을 러시아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히려 아태전략의 집중에 더 확신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중국이 쉽사리 대만을 향한 무력 사용을 할 수 없게 하는 학습효과까지 남긴 것도 미국으로서는 성과다. 대만이 안보 현실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국방력 강화에 나선 것도 올해 달라진 점이다. 대만 정부는 군 복무 기간을 올해부터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은 올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면서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중국의 고립을 유도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은 미일동맹과 한미일동맹을 강화하려 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압박도 가속화될 것이다. 현 한국 정부의 미국 편향 정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략 구상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국 고립 전략이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이미 2022년부터 시작된 남북 대치 국면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추진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바이든 정부가 전임 트럼프 정부에 비해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낮은 것도 지적해볼 문제다.

북한은 한반도의 우크라이나

결국 남북 대화는 물론, 북미대화의 가능성도 거의 없는 올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도움과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이 한반도 위기 관리와 북핵 리스크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수십 년의 한반도 대치 국면이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반도 대치 상황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좋은 구도다. 북미대륙을 향한 북한의 비합리적 위협이 있지 않는 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지속되는 게 미국의 아태전략에 부합한다. 북한의 대미 전략 최종 목표는 미국과의 수교를 통한 안전보장이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바라는 것은 2022년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유럽연합에 가입하겠다고 조르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우크라이나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상황을 러시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독일 통일 후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나토는 동유럽 국가 대부분에 진출했다. 접경국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는 상황은 러시아 입장에서 최악의 안보 위협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 관점에서 한반도의 우크라이나는 북한이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고 미국의 영향력과 자본이 압록강까지 미치는 상황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미국의 군사력이 러시아 국경까지 접근하는 상황에 비견될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는 상황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놓인 중국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루한 영토 싸움이 되어버렸지만 러시아의 본래 전쟁 목적은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세우는 것, 또는 적어도 우크라이나의 중립지대 보장이었다. 서방 세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조급함이 불안했던 이유는 바로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자극으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실화됐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러시아의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적어도 전쟁 초기까지는 미국과 서방세계 입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등장이 만들어 낸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미국이 북미 수교를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본 것이다. 현상유지를 통한 중국 관리가 미국이 추구하는 동북아 전략의 핵심이다.

이는 미국의 외교안보 목표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의 목표가 하나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미동맹의 궁극적 목적이 한반도 전쟁 억제와 평화 정착 그리고 남북협력과 교류 실현인지, 중국을 관리하기 위한 현상유지, 그리고 이를 위한 남북대치의 고착화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세안은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석열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 아즈하 아지잔 하룬 말레이시아 총리 특사. ⓒ 대통령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은 올해 동남아시아에서도 강화될 것이다. 동남아 10개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유럽연합에 준하는 통합 협력체제를 꿈꿔왔다. 하지만 아세안 정상회의는 최근 수년 사이 한중일 세 나라는 물론 미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흡수되어가는 양상이다.

동남아 지역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것은 나쁠 게 없지만 주도권마저 강대국들이 끌고 가는 것을 이들이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지역의 지정학적 가치에 비해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 역량은 아직 미비하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물론, 미얀마 위기에 대해서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도 현격한 입장차이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외교무대의 무주공산 동남아시아를 차지하기 위한 미중의 경쟁은 올해도 심화될 것이다. 물론 그만큼 '아세안 중심성'을 회복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도 이어질 것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은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내부 분열 극복과 강한 아세안 재건을 올해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미중 두 나라가 귀 옆에서 씩씩댈 전망인 가운데 아세안 국가들은 올해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중국의 앞마당으로 만족할 것인가, 또는 미국 아태전략의 역참 기지로 만족할까, 그렇지 않으면 국제 무대에서 아세안 목소리라는 외교 한 축의 실마리를 보여줄 것인가.

2023년 벽두에 바라는 건, 국제문제의 전망과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1월 17일, 화 9: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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