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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시간: (EST) 2023년 3월 22일, 수 2:34 am
[한국] 사회/경제
 
159번째 유가족의 편지 "재현아, 아빠가 이해 못해 미안해"
[현장] 새해 첫 이태원 참사 추모제... "꼬리 자른 특수본, 아무것도 못한 국정조사"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오마이뉴스) 김성욱 기자 = 14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해밀턴호텔 골목에서 불과 150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한 아버지가 단상에 올랐다.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함께 있던 친구들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다 지난 12월 12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16세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였다.


▲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159번째 참사 희생자가 된 고 이재현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유성호

"저는 이태원 참사에서 겨우 생존해 돌아왔는데, 한 달 전에 다시 먼저 아들을 보낸 재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동안 재현이한테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파서 편지를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런 기회를 주셔서, 재현이에게 오늘 편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재현아, 아빠야. 사랑하는 우리 아들. 재현아, 너의 마지막 43일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이태원에서 겨우 살아왔는데 또 다른 고통을 겪다가 친구들에게 갔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차라리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다면 43일간의 고통은 없었을 거잖아.

재현이가 기적적으로 이태원에서 살아왔을 때, 살아온 것만 기뻐했지 너의 마음을 몰랐어. 지금 재현이가 없으니 이제야 재현이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거지. 재현이가 먼저 간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했는지 아빠 엄마는 모르고 있었어. 시간이 지나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이제야 친구들을 정말 사랑했다는 걸 알 것 같아. 정말 친구들을 사랑했구나 우리 재현이가.

재현아. 엄마, 아빠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허전함과 고통이 이렇게 심한지 이제야 알게 되었어. 뭘 해도 가슴이 뻥 뚫린, 시린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 그래도 엄마, 아빠는 서로에게 의지하는데, 우리 재현이는 혼자서 그 고통을 안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랑하는 친구들을 두 명이나 한 번에 잃었는데 얼마나 외롭고 그리웠을까. 재현이가 죽기 전 일주일 동안, 밝은 모습으로 밥도 잘 먹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게임도 재미있게 해서 이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오나 하고 안심했었어. 그런데 그것이 친구한테 갈 결심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다는 걸 알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왜 아빠는 재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빠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래. 그래서 재현이의 마음을 몰랐던 거야. 지금 재현이가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 바로 어제 일 같아. 그런데 재현이가 한 달 만에 친구들의 죽음을 잊고 예전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다니. 너의 마음을 몰라서 아빠가 바보 같고 미안해.

재현아, 너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사람이거든. 그런데 아빠가 제일 많이 화를 낸 사람도 재현이더라고. 왜, 제일 사랑하는 재현이에게 제일 많이 화를 냈을까. 아빠와 아들 사이가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이걸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내가 조금만 참았으면 됐을 일을. 우리 재현이한테 화를 많이 낸 거 미안해 정말.

재현이 너는, 그렇게 아빠 말 안 듣더니. 마지막도 아빠 말 이렇게 안 듣고. 혼자 먼저 가버리는구나. 아빠가 너한테 말했잖아. 죽더라도 아빠 죽고 나면 죽으라고. 그거 농담 아니었는데. 너 먼저 이렇게 가버리면 아빠는 남은 인생 너만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잖아.

우리 재현이 이제 겨우 16살인데. 엄마, 아빠 품에 더 있어야 하는데. 우리 품에서 너를 더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너를 잃어버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너는 어리니 친구들을 따라 훌쩍 떠날 수 있지만 엄마, 아빠는 그럴 수가 없잖아.

아빠의 제일 큰 행복이 재현이랑 OO 품에 안고 자는 거였는데. 니들이 다 커서 이제 그럴 수가 없었잖아. 그래서 이번에 같이 여행가면 핑계 대고 둘 다 꼭 안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아쉽다.

재현아, 네가 떠난 지 한 달 되던 날에 밤부터 비가 내렸어. 꼭 네가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우는 거 같았어. 하지만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하지 마. 전혀 미안해하지 마. 엄마, 아빠 아들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다음 생에도 엄마는 꼭 엄마 해주고 아빠는 꼭 아빠 해달라고 했잖아.

우리 다음 생에도 꼭 만나자. 다음 생에는 좋은 아빠가 될게. 아빠 죽는 날 꼭 마중 나와야 해. 죽는 날까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재현아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윗선' 수사 안 한 특수본, '맹탕' 된 국정조사… 유가족 "시민 여러분, 연대해주십시오"


▲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왼쪽)씨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를 위로하며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군 아버지의 편지에 우비를 입고 모인 유가족들과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함께 울었다. 한 어머니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청년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붙잡고 한참을 서서 오열했다.

가수 장필순씨도 검은 옷을 입고 추모제에 참석했다. 그는 유가족들 앞에 서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제비꽃>을 불렀다. 그는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라고 노래하다 눈물 흘렸다. 그는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날짜만 지나가는 것 같다"라며 "노래로 위로해 드리러 왔다"고 했다.

새해 들어 열린 첫 번째 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제였다. 참사 후 78일이 지났지만, 책임자 처벌은 멀어지고 있다. 전날인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에 대한 책임은 전혀 묻지 않은 채 70여 일간의 '셀프' 수사를 마무리했다. 50여 일간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역시 여야의 무관심 속에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전날 사실상 종료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국정조사는 아무것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보고서 채택만 남겨뒀고, 특수본 수사는 '꼬리 자르기'로 끝을 맺었다"라고 했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이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씨는 "어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사태로 인해 경기지표가 나쁘다고 발언했다"라며 "정부는 이제 경제까지 아이들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시민들이 연대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걸 막아달라"고 했다.

가족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부둥켜안고 가슴을 치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대통령실을 향해 "사죄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유가족들, 참사 생존자들 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고 조경철씨 누나 조경미씨]

"안녕하세요. 엄마 대신 편지를 읽겠습니다.

'안녕 경철아 엄마야. 경철이가 떠난 지 78일이나 지났어. 경철이 사진들을 봐도 또 봐도 너무 보고 싶고 너의 방에서 지내도 늘 너의 빈자리 좁혀지지가 않아. 좁혀지기는커녕 더 너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만큼 너의 빈자리가 너무 커. 그만큼 엄마는 경철이가 너가 떠나간 뒤로, 일을 할 때도, 잠을 자기 전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매 순간마다 너의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구나.

너의 동생들과 누나가 엄마를 도와줬고, 너가 없는 빈자리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을, 장난 치는 경철이를, 엄마를 마중하는 경철이.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경철이, 노래하는 경철이, 커피 스무디 만드는 경철이. 애교 부리는 경철이. 엄마 이름 불러주는 경철이. 이렇게 많이 하던 너가 이제 없어서 너무 슬프면서도 그리워.

경철아,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도 몇 년이 지나도 나는 10.29 그날을 반드시 기억할 거고, 늘 그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야. 경철아 나는 너가 지금도, 그리고 항상 가족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들만큼 너를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내 부탁 좀 들어줘. 보고 싶은 경철아. 제발 엄마 꿈에 나타나 줘. 꿈에 나타나서 엄마랑 이야기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술도 마시고 그러자. 알겠지?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렴.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영원히 있을 거야. 경철아,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많이 많이 사랑해. 엄마가 가는 날까지. 잘 지내고 있어. 나의 영원한 껌딱지 경철이. 사랑하는 엄마가.'

그리고 저와 저의 동생의 심정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저와 동생이 유튜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영상을 봐도, 마음이 무너지고 슬픔에 잠겨 화를 참지 못해 분노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어른들의 말, 국정조사 등 어른들이 말하는 얘기를 귀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못 알아들어도 조금이라도 알겠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저의 하나뿐인 오빠가 억울하게 방치되었다는 것과, 마지막 오빠를 눈앞에 두고도 붙잡지 못해 후회하고 슬퍼하는 기분을 모르고, 무책임한 정부인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국민들에 의한 정부인지, 무엇을 위해 159명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정부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제대로 하는 사람은 고작 몇 명 없다는 게 참 놀랍고 어이가 없습니다. 정부가 겁쟁이마냥 남 탓하고, 발을 뒤로 빼도 됩니까? 아주 나라가 이렇게까지 되도록 뭐했냐고 묻고 싶습니다.

이상민 등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라고 말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죠. 그 사람들의 말 자체가 혐오스럽습니다. 골든타임 지났다, 몰랐다 등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정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짜 어이 없었습니다. 누가 이런 정부를 이제 믿겠습니까. 이제는 나라도 못 믿습니다. 어디에다 양심과 개념을 팔아먹었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뭐 했습니까. 제대로 한 게 없으니 이 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엄마의 심정은 이렇습니다. 정부는 잘 들으십시오. 한 번만 말하겠습니다. 진상 규명 철저히 밝히시고 겁쟁이마냥 남 탓하면서 뒤로 발 빼지 마시고 사과를 제대로 하세요. 저희들의 요구를, 부탁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귓등으로 듣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무책임하게 굴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른들이 이래도 됩니까. 이제 저희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세요. 저희가 다 지켜보고 있으니, 정부의 일을 제대로 하십시오.

경고를 하겠습니다. 사람보다 못한 짐승이 아니라면, 유가족 희생자에 대한 말을 생각하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막말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유가족들을 희롱하지 마세요. 욕되게 만들지 마세요. 바보 취급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진상규명 철저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된 사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상민 장관님, 사퇴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님, 지금 당신이 앉은 그 자리가, 우리 아이들이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목숨보다 더 소중하십니까. 진심으로 사죄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고 이상은씨 이모 강민하씨]

"보고 싶은 상은이에게. 네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지 벌써 두 달이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넘어갔구나. 내 사는 동안에 네가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내 마음은 내내 휘청이고 있단다. 그래서 상은아, 이모는 한 달 전부터 심리상담 치료소에 다니고 있다.

출근하다, 점심 먹다, 업무 보다 작은 실마리에도 너의 부재가 폭풍처럼 몰아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터지곤 했단다. 책상 옆 네 사진들을 보면 싹싹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저쪽에서 '이모 나 왔어!'라고 나를 부를 것만 같은데…

핼러윈 열흘 전쯤 우리 맛있게 쌀국수 먹은 날,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되어 버렸지. 고된 수험생활 합격으로 끝나고도 취업 준비로 또 바쁘길래 면접 연습이나 같이 해보자고 내가 불렀었지. 간만에 보니 부쩍 어른스러워졌더라. 지나간 면접을 복기하는 네 모습이 어찌나 똘똘하고 열정적이던지… 보태고 손봐줄 것 하나 없었어, 우리 상은이가 멋지게 컸구나, 어느 회사 인터뷰에서도 손색이 없겠다, 곧 합격하겠다 생각했단다.

스물다섯 해 전 병원 분만실 앞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지막 그날까지 너는 연약해 보여도 늘 사려 깊고 기특한 아이였어. 그런 너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눈물이 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이모는 더 많이 기억하려고 노력 중이야. 따스한 봄볕 같고 화사한 여름꽃 같은 내 조카와의 추억들을 기억 속 가장 큰 서랍에 소중하게 두고 눈물나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볼게.

상담사분이 이제 내 마음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 이 암흑이 길어지지 않게 조금씩 줄여가는 게 최선의 목표라고 하더라. 이모는 받아들이면서도 새삼 또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도 이 슬픔과 이 고통들이 우리의 행복한 기억들을 압도하지 않게 스스로 잘 다독여볼게. 그리고 너의 소원들, 이모가 다 지켜줄게. 너 취직해서 돈 많이 벌어 멋진 데 같이 놀러 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같이 여행 가자고 한 것들. 걱정하지 마. 이모가 너 대신 엄마, 아빠랑 다 해주도록 할게.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의 미래, 그 시간 그 공간에 같이 있던 많은 친구들의 미래를 앗아간 데에 책임 있는 자들, 모두 다 기억해둘게. 막중한 자리에서 사명을 다하지 않은 자들, 조아려 사죄했어야 하는 자들. 합당한 처벌과 책임지도록 여기 모인 유가족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너와 같이 떠난 모든 친구들을 기억해주는 많은 시민분들과 함께 노력할게.

곧 설이다. 이제 세배는 못 받겠네. 그래도 너 좋아하던 리시안서스 꽃다발 들고 너 누워있는 산에 갈게. 바람이 되어 이모 곁에 와주렴. 내 가장 어린 '베프' 상은아. 안녕."

[일본인 토미카와 메이씨의 아버지 토미카와 아유무씨(편지 대독)]

"메이에게. 정말 좋아하는 한국에서 많은 친구가 생겨서 매일 즐겁다고 얘기했었지. 꿈을 향해 나아가다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억울하고 슬프다. 지금까지 고마웠다. 아빠가."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참사 생존자]

"안녕하세요. 저는 10.29 이태원 참사 목격자이자 생존자입니다. 저는 중국에서 대학교에 다니다가 개인적인 일로 한 학기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작년 9월에 복학했고 대학 시절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청춘을 즐기기 위해 작년 10월 29일 지인들과 함께 이태원에 갔습니다.

그날 이태원은 참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식당 웨이팅이 기본적으로 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행인들과 쉽게 부딪힐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때가 8시 반 정도였는데 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식당에 들어가 10시 20분 30분쯤에 나왔습니다. 분명 지인들과 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너무 많아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치이고 또 치어 해밀턴호텔 사고 지점까지 밀려갔습니다.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걸릴 것 같아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다가 숨을 쉬기 어려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어도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려워 저는 거기서 까치발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제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져 실려 가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제 일행 중에서 사상자는 없지만 저는 사고 지점까지 갔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사후에 공황과 극심한 우울감을 느껴 심리 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 우울감은 감히 현장에서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분들의 슬픔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 편지를 빌려 유가족분들께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사고 이후에 뉴스를 보고 가해자 소리를 들으며 저 자신을 한국에 사는 이방인이라 표현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들, 가까운 지인들과 유가족분들의 모습을 보니 저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습니다. 이상민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윤석열 대통령 등 적어도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토끼 머리띠 남성에게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보니 현실이 참 개탄스럽습니다.

제 의사 선생님께서는 저는 지금 참사의 기억을 옅게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참사의 기억은 참 고통스럽고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는 매우 크고도 깊은데 왜 윗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건의 책임이 없다고 한 이상민 장관, 세월호와 이태원 유족분들께 공격을 한 권성동 의원, 유가족들을 향해 "같은 편이네"라고 비아냥거린 조수진 의원, 이상민 장관에게 힘내라는 듯이 어깨를 토닥였던 윤석열 대통령 등은 사람이 아닌 건가요?

책임 회피하며 유가족분들과 생존자들을 우롱하고 모욕하고 피눈물 쏟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에 마땅히 사과를 하고 본인의 책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이 두렵기에 왜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지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가족분들, 저는 제 일행 이외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같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외롭고 힘들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유가족분들 뒤에는 저처럼 유가족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생존자들이 있음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뉴스타파 보도를 보다 고 이지한 님의 아버님과 고 김산하 님의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생존자들과 연락을 기다리는 유가족분들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유가족분들과 같은 마음이기에 참여연대 측에 제 전화번호 공유를 가능하다고 이렇게 말씀을 드려놨으니 아마도 물어보시면 그분들이 유가족분들께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생존자 여러분들, 저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이 있지만 마음이 아파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 생존자분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현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우리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국민이 무서운지 모르는 윗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제2의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연대 측에 연락하기 전에 저 또한 여러분들과 같았지만, 진상이 밝혀져야 제 마음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심리 상담 선생님 또한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상처를 공유하면 치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최전방에 나가 투쟁에 참여하는 건 어려울지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가족분들 그리고 다른 생존자 여러분들 우리 같이 힘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를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1월 18일, 수 10:3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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