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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경제
 
50억 무죄라는 법비들, 기억하겠습니다
[주장] 곽상도, 뇌물 무죄 판결을 보며... 꼭 기억해야 할 그들의 이름


▲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밖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곽 전 의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받은 5천만원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 이희훈

(서울=오마이뉴스) 오태규 기자 =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숨 쉴 기력조차 없습니다. '대장동 50억 클럽'의 일원인 곽상도 전 검사(전 국회의원)의 뇌물 무죄 판결에 솟아오르는 분노를 주체하기 힘듭니다. '법비(法匪)의, 법비에 의한, 법비를 위한 나라'를 꿈꾸는 '법비의 준동'이 마침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 수준까지 다가왔습니다.

일부 전·현직 특권 검사와 판사로 이뤄진 '신성가족, 법조 마피아'가 불멸로 사는 법을 이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판결이 어디 있겠습니까? 교묘한 '법 기술'로 무장한 비선출 권력인 법비가 주권자인 국민을 이토록 능멸하는 짓을 어디서 또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과연 이 판결보다 더 훌륭한 '유권무죄-무권유죄' '친검무죄-반검유죄'의 교과서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러다간 사회 구석구석까지 '친윤무죄-반윤유죄'가 횡행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뒤숭숭한 마음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보니, 곽상도 뇌물 무죄 판결은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판결의 명예전당'에 들어갈 만한 '명판결'이 아닐까 하는 역설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고인이 된 두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 2017년 12월 27일 <한겨레> 미디어전망대에 게재된 김세은 교수의 칼럼. ⓒ 한겨레 캡처

한 사람은 엄혹한 유신독재 시절, 민청학련사건 재판에서 검사의 사형 구형을 듣고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를 외치며 독재정권에 통렬한 똥침을 날린 당시 21살의 청년 김병곤씨입니다.

또 한 사람은 2017년 7월 <한겨레>에 언론과 방송 민주화를 위해서는 당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사장, 한국방송이사회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며 그들의 이름과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반복한 파격적 칼럼을 썼던 김세은 교수입니다.

저도 그 두 사람의 언행을 본받아, 한 번 외쳐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 이희훈

이 나라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법치주의' 나라가 아니라 법조 마피아의 일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법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법비주의' 나라라는 사실을 까발려준, 그래서 검찰과 법원에 대한 문민통제의 시급성을 확인해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명판결을 내린 그 이름을 길이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꼭 기억하겠습니다, 이준철 판사님.

이 판사가 명판결을 내리는 데는 검찰도 한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기소 재량권을 활용했는지 일부러 부실 수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유죄가 날 가능성이 큰 죄는 빼거나 느슨하게 수사하고 입증이 어려운 죄만 골라 기소하는 신기를 부렸다고 합니다. 이에 이 판사는 뇌물 유죄의 심증은 가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내릴 수 없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 2023년 1월 28일 오전 '위례·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가운데, 청사 입구에 포토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무죄의 멍석을 잘 깔아준 대장동 사건의 전·현 검찰 수사팀에 '경의'를 표시하는 뜻에서 그들의 이름도 역사에 새겨놔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50억 클럽'인데 곽상도 전 검사가 무죄를 받았으니 검찰 수사를 지적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사팀 인원이 너무 많으니 팀장급 이상만 명단에 올리겠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전 대장동 특별수사팀장 김태훈 검사, 지금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4차장 고형곤 검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엄희준 검사, 반부패수사3부장 강백신 검사가 그들입니다.

대장동 수사 전체를 총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송경호 검사의 이름도 빼놓기 서운합니다. 그는 무죄로 끝난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며 악명을 떨친 바 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을 도륙 하다시피한 수사를 지휘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곽상도 무죄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머리 잘 돌아가는 그가 '2심에서 유죄를 받기 위해 공판 인력을 보강하겠다'라는 말로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책임을 피하려는 꾀를 부렸더군요.

당황한 검찰이 곽상도 항소심에서 어떤 식의 '명연기'를 펼칠지 벌써 흥미를 돋우지만, 그래도 이 시점에서 감사할 건 감사하고 기억할 건 기억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감사합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감사합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감사합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감사합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잊지 않겠습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잊지 않겠습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잊지 않겠습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잊지 않겠습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송경호 고형곤 김태훈 엄희준 강백신 검사님.

검찰과 법원을 담당하는 법조 기자도 이번 명판결의 숨은 공신입니다. 특종 욕심에 사로잡혀 검찰이 던져주는 일방적인 수사 정보를 '관계자' '소식통' '전해졌다' '알려졌다'라는 식의 기사, 저널리즘 원칙을 무시한 기사를 써대며 검찰의 의도에 놀아난 이른바 '친검 기자'들의 이름도 기억해둬야 합니다.

<뉴스타파>를 비롯해 검찰과 법원 기자실 출입을 봉쇄당한 작은 매체의 기자들이 더욱 정확하고 날카로운 검찰, 법원 기사를 써내고 있는 현실은 법조 기자실과 기자단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조 기자들은 이제라도 법비의 삼류 구성원 노릇에서 탈피해 시민의 편에 서서 법비의 일탈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작고하기 전에 "민주주의를 위해 여러 할 일이 있지만 하다못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법의 이름으로 법을 능멸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기억하는 일은, 담벼락에 대고 욕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은 행동일 것입니다. 절대 잊지 맙시다, 그들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합시다, 그들의 행적을!

* 법비(法匪)는 '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무리'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2월 21일, 화 5: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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