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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족/통일
 
통일은 당위 아닌 '선택'... 정부 주도 통일안 구상에 반대한다
[주장] 남한만의, 전문가만의 통일방안 논의는 반쪽에 불과... 시간에 쫓겨 만들지는 말아야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서울=오마이뉴스) 정일영 기자 = 통일부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통일방안 구상에 나서고 있다. 2023년 통일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통일부는 오는 2024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발표 30주년을 맞아 "변화된 국제정세, 남북 역학관계 등을 반영해 시대변화에 맞는 통일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각계 권위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칭 '新통일미래구상'을 연내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필자 또한 변화된 대내외 정세에 부합하는 새로운 통일방안이 필요함에 공감한다.(관련 기사: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에 앞서 필요한 고민들 https://omn.kr/20281) 그러나 최근 통일부가 진행하고 있는 통일방안 논의는 매우 우려스럽다. 시간을 정해놓은 채 진행되는 정부 주도의, 남한만의, 전문가만의 통일방안 논의는 생산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새 통일방안 논의 필요하지만... 마감 시간 정해놓지 말아야

한국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89년 9월 11일 노태우 정부가 제시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해,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지속적인 논의와 합의가 있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이 통일방안을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준수해왔다.

사실 통일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가칭 '新통일미래구상'은 그 실체가 상당히 모호하다. 기존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새롭게 대체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명칭에 나와 있듯이 하나의 '통일미래구상'을 만들고 기존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통일부는 2022년 업무계획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통일방안"을 "계승·발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또한 모호하다. 다만, 언론은 정부가 새로운 통일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장에 성공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대북·통일인식이 악화되고 있고 여야 간의 대치 또한 극심한 지금, 정부가 말하는 초당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이 어려운 대내외 상황에서 정부가 2024년을 목표로 가칭 '新통일미래구상'을 연내에 발표하겠다는 계획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정해진 시간에 새로운 통일방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여기에 여야가 공감하고 우리 국민들이 지지할 수 있는 방안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폐쇄적 통일방안 논의에 반대한다


▲ 지난해 8월 2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앞에서 ‘한미연합 전쟁연습 을지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주최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22일부터 9월 1일까지 국가총력전 형태로 시행되는 이번 연습은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중단되었던 대규모 실기동 훈련이 재개되고, 반격작전을 통한 북한에 대한 무력 점령까지 포함하는 공세적 성격이 강화’되었으며, ‘북한과 중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미국과 일본을 방어하고, 대만문제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동원하기 위한 훈련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권우성

앞서 언급했듯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긴 시간 여야가 토의하고 합의한 결과로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통일방안 논의는, 과거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논의되던 상황과는 달리 매우 폐쇄적이다. 새 통일방안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 여야 간 논의는 아예 시작되지도 않았고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정부가 새로운 통일방안을 만들고, 이를 사후적으로 국회, 특히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통일방안을 구상하는 것은 합리적인 논의구조가 아니라고 본다. 새로운 통일방안을 고민하는 단계에서부터 정부와 국회가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칫 정해진 시간에 맞추느라 모호한 통일구상을 발표하고, 향후 정권교체 때마다 이를 수정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는 오히려 또 다른 남남갈등의 씨앗을 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남한만의 통일방안 논의에 반대한다

남북은 통일방안에 있어 '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고려민주연방공화국통일방안'으로 나뉘어 경쟁해 왔다. 남북연합을 거쳐 단일정부 통일방안을 추구하는 남한과 연방제를 최종적인 통일국가 형태로 상정한 북한의 통일방안은 통일의 최종 국면에서 차이가 극대화된다.

다만,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의 통일방안에서 공통점을 찾아냈다. 6.15 공동선언은 제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는 데 합의했다.

새로운 통일방안을 논의함에 있어, 과거 6.15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중간단계의 공통점'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을 필자는 제안한다. 이는 통일이 가까운 미래에 발생하기 어렵고 우리 국민의 북한·통일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 북핵문제가 해소되고 남북이 통일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남북(정부뿐만 아니라 남북의 구성원)이 함께 구체적인 통일국가의 모습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통일의 원칙과 이행전략을 구상하되, 통일의 초기 단계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하고, 통일의 최종 단계에 관한 논의는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공통점' 초점 맞추되, 최종 단계는 열어둬야... 시민사회 주도의 논의 필요

정부는 새로운 통일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각계의 권위 있는 전문가로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분야별 전략그룹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통일부가 밝힌 업무추진계획에 따르면, 상반기 중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연내에 가칭 '新통일미래구상'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필자 또한,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에서 전문가 그룹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통일이 당위가 아니라 선택이 된 현실에서, 성별과 세대, 정치이념을 떠나 우리 국민들이 공감하고 통일을 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 그룹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제공하면 된다.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는 2021년 보수와 진보가 함께 참여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통일국민협약'을 마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도 통일방안 논의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는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에 있어 정부와 여야,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지속될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진짜 "통일미래구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평양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3월 01일, 수 11:4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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