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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부르심과 사명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그리스도교 신앙의 특징은 부르심과 사명에 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부르신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을 부르신다. 그런데 그 부르심의 특징은 곧 사명이 동시에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르심과 사명은 곧 하나이다.

그런데 이 엄연한 사실이 그리스도교 안에서 사라졌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에서 부르심은 없다. 부르심이 사라진 이유는 그리스도교 안에 블랙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교회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에 참석하고 교회를 위해 일하는 것을 전부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사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교회를 위하는 것이 부르심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여전히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셨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사명을 교회에 다니거나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내 글을 읽으며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생각이 들거나 내가 원래 삐다닥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가난한 사람을 돕거나 올바른 일을 하는 어떤 단체를 후원하는 것으로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과 생각들이 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을 에둘러가는 에움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분명히 구원을 위한 부르심이지만 구원을 위한 부르심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받은 은사들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자신이 구원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과 은사들을 선물로 주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신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니라 주님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면 과연 자신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여기서 반드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너는 그렇게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바로 자신에게 확인해보아야 할 부르심과 사명을 가장 현저하게 피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는 내가 말하는 대로 살아가고, 또 살아가려고 혼신의 애를 쓰고 있지만 단답형으로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고 대답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테레사 수녀나 서영남 민들레국수집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신앙은 우리 자신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존재들이고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존재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서의 말씀대로 섰다고 생각하는 순간 넘어지는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의 부족을 통해 자신의 책임을 모멸하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나는 요즘 공동체에 관한 책을 번역하면서 날마다 은혜를 받는다. 아니 날마다 은혜를 누린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그들이 공동체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말하는 공동체는 교회가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의도적인 그리스도인 공동체로 이 말의 의미는 참된 교회를 말한다. 이들은 참된 교회로 부르심을 받는다.

그리고 부르심을 받은 공동체 안에서 이들은 배우고 변화된다. 일전에도 소개한 바와 같이 자신들이 어떤 민족적인 경계선을 넘어간 적이 없지만 이들은 자신이 있는 곳, 정확히 부르심을 받은 공동체에서 이방인처럼 된다. 공동체 내에서 이방인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에 들어와 살면서 자신이 이전 사람들이나 세상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외국인처럼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 그들에게 사명이 주어진다.

나는 이것이 곧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교회를 아무리 열심히 다녀보라. 내 말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목사의 것이나 마찬가지인 교회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신앙생활을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이 환원 축소되었다. 치환이 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공동체 안에서 새롭게 주어진 사명은 공동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공동체 자체는 그들의 목표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것과 완전히 다른 사명, 곧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들은 미대륙의 원주민들이었더 인디언들을 위하게 되기도 하고, 인종차별의 희생자였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대변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현저한 것은 그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봐, 니가 경찰서에 가서 그렇게 호소했지만 뭐가 달라졌니? 아무도 널 보호하지 않는다는 거야. 경찰도, 학교도, 니 부모조차도. 그걸 다섯 글자로 하면 뭐다? 사회적 약자.”

내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더 글로리”의 대사 가운데 한 부분이다. 최근 회자되는 “나는 신이다”에서도 우리는 똑같은 것을 확인하게 된다. 힘을 가진 교주와 교주의 수하들이 힘없는 사람들을 유린하고 죽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역시 희생당한 사람이 사회적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내가 늘 하고 있던 이야기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나는 늘 세상의 모든 문명이 “희생의 체제”라는 사실을 말해왔다. 희생의 체제는 힘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약자들을 희생양 삼아 잘 사는 구조 자체를 일컫는 말이다.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나 부자들은 자신들이 그런 약자들을 위한다는 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약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역사 이래 그렇지 않은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오직 유일한 예외가 바로 초기교회이다. 초기교회는 단순히 그리스도교 역사 초기의 교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생긴 이후 최초로 등장한 희생양이 없는 오직 유일한 나라, 혹은 사회를 의미한다. 이 오직 유일한 희생의 체제인 문명사회의 대안사회가 곧 하나님 나라를 구현했던 초기교회이다. 이들은 예수의 제자들의 사회로써 권력이 없는, 다시 말해 희생양이 없는 사회를 인류 역사 속에서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 흐름은 소멸된 적이 없다. 초기교회를 잇는 하나님 나라 역사는 남은 자들을 통해 면면히 구체적인 역사 속에서 이어져 왔다. 그런 그들이 언급되지 않고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사람들이 무지한 것은 오늘날 정통 혹은 주류 그리스도교를 이루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이단으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런 남은 자들을 추방하거나 화형에 처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매장시켰고, 오늘도 그런 사람들을 그들 주변에 머물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의도적인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오늘날까지 추구해왔고, 또 그런 내용을 번역하면서 은혜를 받는 것은 그들이 곧 남은 자들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교회를 틀림없는 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을 듣고도 감흥이 없거나 오히려 멸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부르심과 사명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부르심은 반드시 사명을 함께 가져온다. 선교사가 되고 목사가 되는 것이 부르심이 아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부르심을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서 나는 그런 것들이 부르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선교사가 되고 목사가 되는 것 자체가 부르심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것 자체가 부르심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신이 있는 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고 섬기는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부르심과 사명의 한 복판에 사회적 약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당신은 부르심을 받았는가. 부르심과 함께 사명을 받았다면 당신의 받은 사명에 사회적 약자들이 주인공이 되고 있는가. 이것은 단순히 자선이나 사회적 활동과 그 책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를 통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구원은 꽝이다.
 
 

올려짐: 2023년 3월 26일, 일 6: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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