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위일선 변호사 =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Estate Planning(상속 계획)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것이다. 워낙 생소하다 보니 딱히 한국에는 그런 용어 자체가 없고, 그러다 보니 미국에 이민을 와서 생활하는 한인들은 ‘재산 계획’ 또는 ‘상속 계획’ 등으로 번역을 해서 부르곤 한다.

상속 계획을 위한 문서들

상속 계획을 위한 문서에는 세 가지 정도 중요한 문서가 있는데 Will(유언장), Trust(신탁) 그리고 사전 의료 지시서(Advance Healthcare Directive)가 그 것이다. 대부분의 상속 계획 전문 변호사들은 이들 서류에 위임장(Power of Attorney)도 추가한다. 유언장에는 통상 동산과 부동산 등 유언장 작성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본인이 사망한 후 누구에게 어떻게 유증한다는 내용이 들어 가고, 장례 절차와 매장/화장에 대해 유언장 작성자가 원하는 내용을 담는다.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이 사망하면 유언장에 유언 집행자 (Executor 또는 Personal Representative)로 명명된 사람이 유언장을 법원에 제출해서 그 유언장이 적법하게 작성된 유효한 유언장임을 인정받은 후 판사가 서명한 행정 서한 (Letters of Administration) 이라는 서류를 받아 그 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유언장의 집행을 하게 된다. 유언장의 집행을 마친 후에는 법원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과정을 '유언 검인(Probate)'이라 한다.

유언장의 필요성 및 단점

유산 상속은 유언장이 있는 상속(Testate succession) 및 유언장이 없는 상속(Intestate Succession)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는 상속 과정을 규정한 관련 주 법률에 따라 상속이 이루어지고, 유언장이 있는 경우에는 유언장의 내용대로 상속이 이루어진다. 유언장 없이 사망하면 재산을 정부에서 가져간다는 하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그 것은 가족은 물론 일가 친척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아무도 없는 경우에 한해 발생하는 극히 드문 경우이다. 다만, 유언장이 없으면 망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망자가 남긴 재산의 상속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유족으로 남겨질 가족을 위해서라도 유언장은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유언장은 작성자 본인의 재산을 본인이 원하는 바에 따라 유증할 수 있고, 따라서 재산의 상속과 관련해서 피상속인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순기능이 크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장례 및 화장/매장 여부는 물론 장지나 화장한 재의 처리와 관련해서도 본인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해 둠으로써 남겨진 가족들 간에 그와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인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문제는 유언장이 있는 경우에도 유산의 분배가 완료되고 법원의 유언 검인 절차가 종료되기 까지는 최소 6개월 내지 9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만일 유족 중 누군가가 유언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에 따라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혹은 그 이상도 걸릴 수 있게 된다.

가장 흔한 이의 제기 사유는 유언장에 적시된 상속 내역에 대해 불만을 가진 유족이 망자가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을 했으므로 유언장 자체가 무효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과 망자가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에 특정 피상속인이 망자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본인에게 큰 상속 지분을 주도록 했다거나 혹은 이의를 제기하는 당사자에게는 당연히 돌아와야 할 상속 지분이 오지 않게 하는 내용으로 망자가 유언장을 작성하게 했으므로 유언장이 무효라고 주장을 하는 경우이다.

생전 신탁을 통한 신속한 상속

이렇게 오래 걸리는 유언 검인 과정을 피해가는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이 신탁 (Trust) 이다. 신탁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신탁을 만든 사람의 사망 시 재산의 유증을 쉽게 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생전 신탁(Living Trust) 이다. 생전 신탁은 한 번 만들면 수정이나 취소가 불가능한 '취소 불가 생전 신탁(Irrevocable Living Trust)' 및 언제든지 수정과 취소가 가능한 '취소 가능 생전 신탁(Revocable Living Trust)'의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취소 가능 생전 신탁이다.

생전 신탁은 기본적으로 신탁을 만드는 사람(Grantor)의 보유 재산 전부 혹은 일부를 본인이 만든 신탁에 넣고 본인을 피신탁인(Trustee)으로 지명을 해서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신탁의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다가 본인이 죽은 후에는 법원의 유언 검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수익자(Beneficiary)에게 유증을 하는 장치다.

신탁에는 자택과 투자 부동산 등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 등의 부동산은 물론 은행 계좌, 주식 계좌, 연금 계좌, 현금, 금괴 등 귀금속, 자동차 등의 동산도 넣을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신탁을 만든 후 신탁 문서에 명의를 신탁으로 옮기겠다고 적은 모든 재산은 동산이든 부동산이든 그 명의를 실제로 신탁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명의를 이전해 놓은 자산만 본인 사망 시 법원의 검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유증 혹은 배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전 신탁의 장점

위에서 언급한대로 생전 신탁을 만들고 신탁에 넣어 둔 재산은 오랜 시간과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법원의 유언 검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족이나 그 외 개인이나 기관 등에 신탁 작성자가 원하는 대로 재산을 신속하게 유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유언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검인을 진행하는 경우 모든 재산 상속 및 분배 내역이 공적 기록 (Public Record)이 되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과 달리, 신탁은 사적인 문서로 간주되기 때문에 신탁에 넣어 둔 재산의 상속 및 분배 내역은 관련 당사자 외에는 일반에게 공개가 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망자가 남긴 신탁 재산의 분배에 누군가가 불만을 품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생전 신탁의 장점이다.

그러다 보니 생전 신탁은 대체로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상속 내역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 장점이 꼭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재산이 많지 않은 경우에도 남겨진 가족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면에서 누구나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각자 본인에게 생전 신탁이 정말 필요한지의 여부는 상속 계획 업무를 하는 변호사와 상담을 한 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생전 신탁을 만드는 절차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상세하게 다루도록 한다. (위일선 변호사. 407-629-8828, 813-361-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