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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묻지마 범죄’와 그리스도인
[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묻지마 범죄'가 이렇게 심해지고 있는 이유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자신에게도 있지만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사회에도 있습니다. 이 현상은 우리 시대 사람들의 마음에 쌓인 분노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뜻입니다. 정치, 경제, 교육, 사법,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부정과 불의와 부패 현상이 심해져서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폭발점을 향해 치솟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영봉 목사님의 설교 내용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내 분노 게이지가 폭발점을 향해 치솟고 있지는 않다. 나는 인내할 수 있다. 이보다 더한 일도 참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김 목사님처럼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지 우리 시대만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가 쌓이고 위험수위를 넘은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사회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경쟁이 있는 곳에는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이기는 자는 의기양양하고 지는 자는 어떤 경우든 의기소침해지고 불만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이때의 불만은 분노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결국 경쟁하는 사회는 소수의 이긴 자를 제외하고는 불만에서 비롯되는 분노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분노가 아니라 이긴 자의 횡포다. 이긴 자는 모든 것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가지더라도 진 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진 자들이 최소한 살 수 있는 길이 남아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어질 때 사회는 폭발한다.

전쟁에서 이기면 패자들을 노예로 삼는 것은 역사의 불문율이었다. 노예는 말하는 짐승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짐승들에게도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해질 때 노예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역사는 그것을 증명한다. 나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 진 자들이 살아갈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나는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헬조선’이 되었다. 누구도 그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헬이 되었다. 갑질이 일상화되는 것으로 질서가 완성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되지만 갑질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땅콩회항 사건이 그것이었고, 대한항공 안주인인 이명희 사건도 그랬다. 백화점 사건도 있었다. 그와 같은 분위기가 확장된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과 그의 일가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긴 자들은 돈을 내세워 갑질이 정당함을 주장하지만 그것은 정당할 수가 없다. 한계를 넘어서면 폭발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단순히 분노의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권을 향한 투쟁이며 외침이다.

나는 작금의 묻지마 사건이 바로 그런 사건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도무지 나눌 줄을 모른다. 싹쓸이가 횡행하고, 그것이 카르텔을 이루고 있다. 힘을 가지지 못한 카르텔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하지만 힘을 가진 자들의 카르텔은 도마에 오르지 않는다. 다른 카르텔을 없애는 것으로 자신의 카르텔로부터 시선을 옮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묻지마 사건은 공멸의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나는 오래 전 멕시코 농부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들은 비싼 비료를 더 이상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비료사용이 일반화된 상태에서 비료 없는 농사는 불가능하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하천의 오니였다. 멕시코의 농부들은 오니를 비료로 뿌렸다. 식물은 오히려 더 잘 자랐다. 열매도 맺었다. 그렇게 수확한 것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했지만 그 식물들과 열매들은 오염덩어리였다. 결국 가난한 농부들뿐만 아니라 부자들 역시 위험에 처했던 것이다.

나는 작금의 묻지마 범죄가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붇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려는 것이다. 어차피 살 수 없는 세상 혼자 죽기는 싫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멸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이것이 성서에서 말하는 멸망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이런 사회를 만드는 일등 공신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지만 이런 일은 개인이나 어떤 사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그런 일에 대한 암묵의 동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진 자들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사회, 평범한 젊은이들이 결혼이나 연애조차 꿈꿀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가? 결국 부유한 집안의 젊은이들만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고딩엄빠라는 티브이 프로에서 보는 것처럼 무작정 아이를 낳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프로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모든 문명이 “희생의 체제”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복음은 그런 세상에 하나님 나라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더 이상 하나님 나라인 그리스도교가 아니라 세상보다 더 심한 희생의 체제가 되었다. 심지어 대형교회에서는 가난한 교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곳이 되었다.

나는 분노를 없애는 노력이 아니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희망은 복음이고 복음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다. 얼마나 동떨어진 생각으로 보이는가? 얼마나 골방에 앉아서 기도만 하는 웃기는 신앙인처럼 보이는가? 그러나 그런 생각은 복음에 담겨 있는 폭발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런 복음대로 살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라면 자신이 어떤 신앙인인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긴 자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지, 진 자들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졌으므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짧은 인생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힐링과 소확행)을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와 같은 생각들로 자신을 점검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연고가 없는 죽은 이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왜 그런 일을 했겠는가? 당시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도 그냥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역시 묻지마 범죄와 같은 것을 저지르고 죽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것이 평화를 주장하는 로마의 진면목이었다.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런 로마 사회와 같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신앙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물론 그리스도인 개인들 역시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 잔은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때 그래서 그것이 사회의 선순환이 될 때 묻지마 범죄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는 순간에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게 될 것이다.

나는 분당 서현 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고 경찰봉과 같은 것을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범인을 제압하지는 못해도, 내가 희생을 당하더라도 경찰이 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런 생각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희망을 주는 일에는 나눔뿐만이 아니라 반드시 이런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치를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

대통령 하나를 바꾸는 것으로 절망의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때 우리 사회의 분노 게이지는 낮아지고 ‘묻지마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노숙자들은 물론 고독사로 죽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고, 가진 자들도 제 맘대로 횡포를 부릴 생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분노를 행복으로 바꾸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달려있다.
 
 

올려짐: 2023년 8월 26일, 토 8: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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