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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종교
 
강대상 뒤에 감춰 온 목사들의 속마음
[탐독의 시간] 고상섭·김경은·김관성·김영봉·김지철·김형국·김형익·박영호·송인규·송태근·이문식·이정규·조영민·조정민·차준희<목사가 목사에게)

(서울=뉴스앤조이) 조해원 기자

'목사기피증牧師忌避症'

저는 목사님이 쓰신 책은 잘 읽지 않습니다. 제 안에 있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또는 설교나 목회를 통해 특정 목사님에게 받는 영향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종을 내 안에 우상시하는 마음이 생길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추앙 자체가 잘못은 아니겠지만 그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고린도 교회의 모습에서 이런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울과 아볼로의 경우,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연약한 고린도 교회 성도들은 누구를 따르냐는 것으로 파벌을 나누어 교회를 분열시키고 공동체를 어려움에 빠뜨렸습니다. 이외에도 성경에서, 또 교회의 역사에서 사람을 우상시하여 그 주체와 대상 모두 하나님과 끊어지는 비참한 모습을 허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울은 에베소 교회 장로들에게 고별을 전하며, 교회를 '사람'이 아니라 "주와 및 그 은혜의 말씀에 부탁"(행 20:32)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떠받듦에 익숙해지면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성도도 물론이지만, 목사라는 직분은 그런 유혹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자리입니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 사람들이 따른다는 것, 그렇게 자기 영향력이 커져 감에 따라 교만에 빠질 위험도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이자 제가 출석하는 교회의 담임목사님도 "늘 교회 내에서, 사역에서 사람의 영향력이 하나님보다 더 커지는 교만의 유혹을 주의하라" 당부하십니다. 그분의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성부, 성자, 성령, 담임목사'가 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목사 자신은 물론이고 성도들의 신앙과 교회 공동체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목사를 하나님보다 더 추앙하는 것은 잘못된 가르침을 신봉하는 이단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두려워, 목사님이 쓰신 책을 그간 멀리했습니다.


▲<목사가 목사에게 - 단 한 사람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 / 고상섭·김경은·김관성·김영봉·김지철·김형국·김형익·박영호·송인규·송태근·이문식·이정규·조영민·조정민·차준희 지음 / IVP 펴냄 / 204쪽 / 1만 2000원

평신도가 목사에게

그런 저에게 <목사가 목사에게>(IVP)는 제목 자체로 기피할 책입니다. 15인의 공동 저자는 소위 말해 한국교회에서 '핫한' 분들입니다. 게다가 이 책은 서간집이라는 형식으로 엮었습니다. 편지라는 달달함 안에 감동과 은혜가 넘쳐, 목사를 향한 추앙거리가 쏟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았던 이 책을 펼쳐 보게 된 건, 제가 다니는 교회 담임목사님이 공동 저자 명단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담임목사님이 이런 책을?'이라고 의아해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서문을 조심스레 살펴 읽고는 제 염려가 기우였음을 알았습니다.

"주여, 우리를 죽이소서. 우리의 목회를 죽이소서. 우리의 교회를 죽이소서. 주님의 교회가 다시 일어나도록!" ('서문', 11쪽)

이 책에는 목사를 떠받들게 하는 유혹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목사도 저와 같은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었다는 사실, 곧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저 스스로 목사에게 입혔던 잘못된 '환상'을 벗겨 내고, 연약하고 부족한 하나님의 종의 모습 그대로의 목사를 보게 합니다. 마음 담아 꾹꾹 눌러 쓴 편지들을 읽으며, 목사님들이 목회와 목양을 위해 수많은 고민과 걱정, 고난과 눈물을 견뎌 내며 소명을 따라 살기 위해 얼마나 '버텨' 왔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목사를 향한 '추앙'보다는 목사도 나와 같은 연약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기댈 곳 없는 그들의 아픔과 눈물에 존경과 위로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 이 책은 목사도 연약하고 부족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진솔한 편지의 힘

목사가 걸어가는 그 길을 걸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삶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목사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 목사에게는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 누구도 목사가 되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교회에서 보는 제한된 모습으로 목사를 이해하기에 성도들은 목사를 특별한 존재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열다섯 편의 편지는 목사가 전혀 특별하지 않음을 알게 합니다. 특별하다면, 목사이기에 더 많은 짐을 져야만 하고 그 짐을 시원히 털어놓을 사람이 많지 않은 힘들고 모진 삶을 산다는 사실입니다.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하고, 슬프고 화나도 얼굴에는 늘 평온한 미소를 머금어야 하는 그런 삶. 소명을 생각하며 부르신 그분을 붙잡고 그 모든 고난과 아픔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살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같은 그리스도인으로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도전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유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이 '서간집'으로 기획된 점은 이 책의 유익을 극대화합니다. 편지에는 보내는 사람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일곱 교회를 향한 그리스도의 편지는 물론, 자신이 거쳐 간 교회와 믿음으로 낳은 아들 디모데에게 보내는 바울의 편지에는 수신자를 향한 발신자의 사랑이 가득합니다. 서문에 기록된 것처럼,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었겠지만, 진솔한 마음을 숨기고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띄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강대상 위에서 선포하는 정제된 말이 아니라 때론 투덜거리고, 슬퍼하고 아파하며, 따져 묻고,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진솔한 편지에서 직업인으로서의 목사가 아닌,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신앙의 선배가 경험한 희로애락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 책의 두 번째 유익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누릴 유익

먼저 목회의 자리를 소명으로 받은 신학생들이 이 책의 유익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선배 목사님들의 삶을 통해 목회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지는 데 유익할 것입니다. 더불어 교회를 섬기는 모든 성도들이 이 책의 유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는 어떤 삶을 살아 내는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고, 목사를 우상처럼 받드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으며,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오늘도 부르신 그곳에서 강단과 목회를 위해 고민하며 눈물과 땀을 흘리는 이 땅의 모든 목사님들이 이 책의 유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편지에 담긴 열다섯 명의 선후배 목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목사님들이 겪는 모든 고민과 고난이 당신만 겪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됨으로 위로와 힘을 얻는 유익이 있을 것입니다. 어려움 가운데 지혜를 발견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처음 그 마음을 다잡는 유익을 제공할 것입니다.

끝으로, 목사라는 직분을 건강하게 이해하고 교회와 신앙에 대한 오해를 풀어 주는 이 책을 기독교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유명 목사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 그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진정한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돕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목사라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목사님과 목회의 길을 걷는 모든 예비 목사님을 위해 늘 기도로 응원하겠습니다.

2023. 10. 30.

존경을 담아,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에게(본보 제휴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11월 11일, 토 6:3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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