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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 문화
 
K팝 '찐팬' 흑인 소녀가 한국에 와 마주한 차별
[서평] 우주에도 깃든 인종차별... <나의 사랑스럽고 불평등한 코스모스>를 읽고


▲ 유튜브에서 본인 저서를 설명 중인 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 그는 흑인 여성 최초 입자물리학 교수로도 알려져 있다(영상 화면 캡쳐). 공식 홈페이지는 https://chanda.science/ ⓒ 화면갈무리

(서울) 윤일희 기자 = 외국 작가의 저서가 번역되어 나온 책에는 보통 한국 독자들에게 쓰는 편지가 있다. 여기엔 감사의 마음을 담는 게 보통인데, 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이하 찬다)의 <나의 사랑스럽고 불평등한 코스모스(2023, 원제: The Disordered Cosmos)>에 실린 편지는 그 이상이다.

유대계 흑인인 찬다는 고교시절 한국인 친구를 통해 K-Pop을 알게 된 1세대 K-Pop '찐팬'이었다. 한국이 좋아져 한국에 왔지만 곧 "반(反) 흑인 정서에서 완전히 벗어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 박물관 등을 관람하며 "한국이 겪은 폭력적인 점령과 식민주의는 흑인이 겪은 폭력적인 점령과 식민주의에 강하게 중첩되어" 있으며, "너무 많은 한국인이 미국식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흑인을 처음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상처였을 것이다.

기지촌이 있던 경기 파주 마을에서 만난 노인들이 옛일을 회고할 때면, 종종 흑인 병사들을 향해 서슴없이 "깜둥이"라 멸칭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나는 그 멸칭 속에 찬다가 말하는 습득된 식민주의가 스며있다는 걸 깨닫는다.

책의 날카로운 도입 부분은 "전체주의적 백인 우월주의에서 과학이 어떤 모습인지"를 드러내려는 저자의 의도와 일치한다. 이는 뻔한 과학의 윤리를 논하는 것을 넘어 반식민주의적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책은 은하를 사랑한 소녀가 탈식민주의 물리학을 노정하게 되는 강렬한 기록이다.

우주에도 인종차별이 있다니

어릴 때부터 똑똑했던 찬다는 입자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흑인 소녀의 꿈을 언감생심으로 일축해버리는 어른들에게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스티븐 호킹 박사에게 편지를 써서 어떻게 하면 이론 물리학자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 답장이 왔다. 편지는 일류 대학에 가서 학위를 취득하고 최고의 박사 과정을 마친 후 교수가 되라고 일러준다. 공식처럼 매끄러운 이 과정이 찬다와 가난한 흑인 싱글맘 엄마에게 얼마나 울퉁불퉁하게 다가왔을까.

찬다 앞에 무수한 차별의 허들이 놓여 있었다. 여성인 데다 흑인이기에 늘 능력을 의심 당했다. 대학의 지도 교수는 학부 내내 그가 물리학자가 될 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한숨 쉬었고, 학교 사람들은 그가 물리학 전공자로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거의 대부분의 흑인 여성 물리학 박사들은 권위 있고 영향력 있다고 여겨지는 백인 과학자로부터, 자신이 물리학 박사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 이런 일상적인 가스라이팅에서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를 좌절시키는 세상이, 그가 사랑한 광대한 우주의 극히 적은 일부임을 알지 못했다면 다다르지 못할 여정이었다.

무궁한 미지의 시공간인 우주는 흑인을 소외시키지 않겠지, 어린 찬다는 믿었다. 하지만 '암흑물질'이란 용어는 광활한 우주 역시 백인의 우주임을 확인시켰다.

예를 들어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못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백인 과학자들이 이를 '암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비유가 백인 과학자에게 흑인이 애초부터 백인과 다르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는 '암흑물질' 대신 '비발광 에테르'라는 표현을 제시한다. 미지의 대상을 '암흑'으로 대상화하기를 멈추라는 촉구다. 흑인도 그렇다. '암흑'인 존재가 아니다. "흑인은 빛나는 물질이다."


▲ 책 <나의 사랑스럽고 불평등한 코스모스> 표지. ⓒ 휴머니스트

이렇게 역설해도 흑인은 차별 당한다. 노예로 흑인의 목숨이 무수히 희생당했지만 이는 제노사이드로 불리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흑인은 "상품을 생산하는 대단히 값싼 에너지원이었으며, 강간에서 살인에 이르기까지 백인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폭력적인 환상이라 할 수 있는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인간이 아니었던 조상의 역사는 예를 들기 어려울 만큼 무수했다. 대부분 흑인이었던 홈스버그 교도소에 수감자들에게 행한 화학무기 오렌지 에이전트 실험, J. 매리언 심스 박사가 흑인 여성 노예에게 마취도 하지 않은 채 한 부인과 수술 실험, 흑인 남성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터스키기 실험(1932~1972년 미국 공중보건국이 흑인을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 매독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어떻게 되는지를 실험했다) 등, 분노를 솟구치게 하는 과학의 반(反)인권이 넘쳐난다.

흑인을 넘어 시야를 넓히면, 화학자 루이스 피저가 개발한 네이팜탄, 원주민 보호구역의 우라늄 채굴, 핵 낙진으로 고통받는 태평양 제도 사람들 등, 미국은 세계 저개발국 전역에 전체주의적 백인 우월주의로 여전히 사람들을 고통에 밀어 넣고 있다. 그는 묻는다. 이런 과학은 누구를 이롭게 하는가.

과학자 이전에 흑인 여성이라는 자각

흑인 조상을 둔 찬다에게 '노예의 심리 사회적 경험'은 피하고 싶어도 들이닥친다. 한때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동료 백인 여성 물리학자들과 동일시하려 했다. 하지만 백인 동료들의 반복되는 인종차별을 겪으며 생각을 바꾼다. 결정적 사건은 2015년 마우나케아 논쟁에서 촉발된다.

미 천문학계가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30미터 망원경을 열네 번째 설치하자 원주민 수호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연구만 생각하는 기득권 천문학계는 이들의 주장을 '미개하다'고 치부했지만 찬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마우나케아를 보는 원주민의 문화적 가치에 공감했다. 열네 번째 망원경이 없다고 우주를 관측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찬다는 망원경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동료 백인 여성 과학자들의 연대를 촉구했지만, 응답은 받지 못했다.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이 같은 포지션에 있을 수 없는 위치성은 역사적 맥락으로 자명해진다. 사회적 약자인 흑인 여성과 기득권 백인인 여성의 지향이 같을 수 없다. 이는 오랜 갈등이기도 했다. 블랙페미니즘이 교차성을 내걸게 된 배경도 백인 여성이 흑인 여성의 인종성을 간과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여기서 잠깐 찬다의 어머니를 언급하겠다. 찬다의 어머니 마거릿 프레스코드는 블랙페미니즘의 당사자다.

1974년 마거릿 프레스코드는 윌멧 브라운과 함께 '가사노동을 위한 흑인 여성 연대'를 설립한다. 이들은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뿐 아니라 노예제도를 낳은 식민주의(흑인 여성의 강제 불임 등)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회 진출권과 남성과 동등한 임금에 전력했던 백인 여성들은 흑인 여성들의 복지권이나 '신체 완전성'의 보호와 확대에 연대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투쟁을 잘 알고 있는 찬다가 마우나케아에서 원주민의 편에 선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연대하지 않은 동료 백인 여성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아니다. 백인 여성과학자들이 천문학계(과학계)가 연구를 위해 타 문화를 파괴하고 착취하는 식민지주의의 선봉에 선 것을 부인하거나, 지금도 여전히 그런 위험한 구조에 동조하거나 기여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찬다는 무수한 연구사례를 탈식민주의, 반 인종주의, 반 가부장 등의 관점으로 해체시킨다. 놀라운 성찰을 통해 이른 핵심은 이거다. 과학이 과학을 인질로 잡고 있는 권력의 식탁에서 빠져나오라. 그리고 권력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지 않은, 경험적 실천으로서의 과학을 하자. 고로 최종 외침은 "우리 모두가 아니면 우리 중 그 누구도"다. 과학자를 참칭하는 가짜 과학자에겐 암호처럼 들릴 구호다.

노파심에 덧붙인다. 책의 1장은 찬다가 입자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면모를 각인시키기 위해 힘을 준 파트다. 혹시 이 부분에서 '난 역시 물리는 안 돼' 하며 책을 놓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인내심으로 싸우지 말고 그냥 2장으로 넘어가시라. 2장부터는 지적 무능 해제다. 무엇보다, 찬다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부터가 시작이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11월 25일, 토 6:3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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