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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광란의 보수정치... 영화 '서울의 봄', 그리고 윤 정부
[소셜 코리아]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에 보수•진보 구별 없어야


▲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오마이뉴스) 주병기 기자 = 1980년 '서울의 봄'을 총과 탱크로 짓밟았던 12.12 군사 반란의 수괴, 그를 추앙하는 의식이 지금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행해진다. 그 반란의 주역과 자손은 아직도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21세기 자유민주주의의 풍요를 가장 화려하게 만끽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했던 탐욕의 광시곡,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탐욕스러운 정치군인의 광시곡에서 탐욕스러운 정치검사의 광시곡으로 이어지는 폭력의 역사는 멈춰야 한다.

"역사 속에 있는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그런 행위 자체는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인 것 같아요."

"(이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고통'인 것 같아요. 압도적인 고통. 이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거의 매일 울었어요. 그리고 특히 2장을 쓸 때는 조그마한 작업실을 구했는데, 거기서 한 세 줄 쓰고 한 시간 울고, 아무것도 못 하고 몇 시간 정도 가만히 있다가 돌아오고 그랬죠."

제주 4.3사건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가 최근 광주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 두 작품을 집필하는 작업 과정에 대해 했던 말이다. 그래도 이 나라에 문화와 예술혼이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무너져 가는 역사적 정의와 만행을 기록하고 승화시키는 예술가의 힘보다 강한 것이 있을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장악한 자의 탐욕과 교활한 전략이 기록하고 전파하는 역사가 '왜곡과 과장'으로 이성을 농락하는 때, 예술혼을 담는 고통으로 작품 속에서 부활시킨 역사가 불러오는 감동은 이성의 칼을 세우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워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돌아온다.

그 불의에 맞선 정의, 군사 반란을 막았던 위대한 군인, 독재에 항거한 위대한 시민, 그리고 무참히 학살된 수많은 사람들... 이 주인공들이 써왔던 역사를 조사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은 문명국이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그런데 이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기록을 가리고 지우고 조작하는 패악의 광란이 또다시 펼쳐진다. 그 중심에 보수정치가 있다.

그래서 국가폭력을 부정하거나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인사를 국가폭력의 희생을 조사하는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또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로 인정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정의로운 권리 행사를 대한민국 최고권력자가 가로막는 굴욕적인 사태를 목도한다. 일제의 성노예 범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 대일 군사안보협의 등 양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에 대해 이 정부가 보여왔던 태도와 행동은 이 나라 국민을 배반하고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의 불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이 키운 돈, 자본과 정치권력의 거대한 우산 속에서 중심을 잃은 보수정치, 그들의 혀와 손발이 된 지식인과 국민들이 우상을 세우고 역사를 왜곡하고 불의와 정의를 뒤바꾸는 아수라장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대한민국 보수의 정체성인가?


▲ 2017년 1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자유회의 창립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던 시민들의 분노,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로 저항했던 촛불집회를 "반 대한민국 세력에 의해 조직화된 대중적 정치집회"이자 "체제전복 음모"라고 규정하는 한국자유회의. 2017년 1월 창립한 이 단체의 자칭 자유지성인들이 외치는 21세기 대한민국 최우선의 가치는 공산혁명 세력에 대항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다.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국민을 위협하고 우롱했던 이 단체의 인사들이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 안보실 등 정부의 요직을 맡고 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헌법에 명시된 국민적 합의를 거스르고, 그 임시정부가 탄핵한 이승만 그리고 4.19의거의 발단이 된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이 이 단체의 소임인가? 대만과 중국에 손문이 있고 베트남에 호치민이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에는 국가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내던졌던 항일무장 독립전쟁의 영웅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있다. 이들을 지우는 것, 홍범도, 안중근, 김좌진의 동상을 꼭 철거 해야겠다는 것이 그들이 새로 쓰고 싶은 대한민국의 역사로 보인다.

어디 이뿐인가? 대한민국 대표 공영 방송사의 프로그램 진행자가 무도하게 교체되고 방송 프로그램이 하루아침에 중단되는 만행이 벌어진다. 방송사 재정을 압박하고 지배구조를 위태롭게 하는 교활한 작전까지 펼쳐가며, 공공의 영역이었던 방송과 언론을 돈과 자본이 지배하는 방송과 언론으로 재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해서는 폭력적인 수사와 검찰권을 오남용한 압박도 횡행한다. 지난 11월 17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 배포, 관리한 행위"를 인정하고 당시 대통령 이명박 등에 배상 책임을 결정했다. 15년 전 그 블랙리스트에 의한 국가폭력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인사들이 다시 문화예술을 관장하는 장관과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지켜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장으로 임명되는 사태도 있었다. 언론인과 언론사 길들이기와 문화예술인 탄압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범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행위다.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는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없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여기서 멀어질 때 그 중심을 잡아주는 균형추가 작동해야 건강한 사회다. 지금 이 나라에는 그런 균형추가 없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 이후 수난의 역사 속에서 지켜왔던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익을 외면하는 편향된 역사의식과 현실인식,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과 양심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그리고 인권의 가치마저 저버리는 행위 등 정부와 보수정치의 탈선이 도를 넘고 있다.

이제 정중앙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쓸모없이 더럽혀진 아수라장을 정리하고 쓸모있는 논제로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다투고 경쟁해야 앞으로 전진한다.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무역질서 재편의 불확실성, 초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극심한 격차와 차별의 노동시장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언제까지 반공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사회를 어지럽힐 것인가?


▲ 주병기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소셜 코리아 편집•운영위원) ⓒ 주병기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셜 코리아>의 편집•운영위원과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 캔자스대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재직했으며 한국응용경제학회장,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시경제학, 재정학, 정치경제 등이고 분배적 정의,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한 경제기제 등의 주제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습니다. (본보 제휴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려짐: 2023년 12월 02일, 토 10: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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