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두 살 이전의 손자 녀석은 노래를 꽤 잘 따라했다. 녀석은 동요는 물론 가곡도 따라 부르고, 심지어 독일 가곡도 따라 불렀다. 모짜르트의 숭어같은 경우는 원어인 독일어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좀 더 자란 녀석의 요즘 노래는 엉망이 되었다. 가사를 그대로 부르는 경우도 없고, 곡 자체를 제 마음대로 바꾸어 부른다. 또 어느 한 부분만을 부르고 전체를 부르는 경우도 사라졌다. 특히 “안”이라는 부정 접두사를 확연하게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잘 자라 우리 아가”를 “안 잘 자라 우리 아가”로 부르고는 좋다고 낄낄거린다.

하지만 우리는 녀석이 그렇게 엉터리로 부르는 노래를 들어도 재미있다. 우리가 녀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거의 무조건적이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가 녀석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녀석도 우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그런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만일 우리가 녀석의 노래가 틀렸다고 윽박지르거나 관심을 꺼버렸다면 녀석은 그런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녀석의 노래를 통해 우리는 녀석과 우리의 신뢰관계를 확인할 수 있고, 나아가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녀석이 노래를 잘 부르냐 못 부르냐는 우리의 관계에서 상관이 없다. 녀석의 노래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곧 우리의 관계를 상징한다. 우리가 녀석을 사랑하는 한, 녀석이 우리를 신뢰하는 한 그 녀석이 모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냐는 아무 상관이 없다. 녀석의 존재 자체가 곧 녀석이 부르는 노래를 상정한다.

오늘 김호중의 기사에서 그것을 확인했다. 그가 “빈체로(이기리라)”, “빈체로”를 부를 때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음주운전에 뺑소니 거기에 더해 각종 범죄가 더해진 그가 도대체 무엇을 이긴다는 것인가? 관객들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박수를 친 것인가? 그것은 그동안 맺어진 가수 김호중과 팬이라는 관계를 상징한다. 김호중이 무슨 노래를 부르건 팬들에게는 이미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물론 가수와 노래를 매개로 시작된 관계지만 이미 그들에게는 신뢰관계와 팬으로서의 사랑의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나는 관객들의 무지몽매함을 지적하기 위해 오늘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김호중에게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김호중은 여러 교회에서 찬양을 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런 노래를 듣고 은혜를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김호중의 노래를 들으시는 하나님께서도 그가 부르는 노래는 좋아하실까?

이 사실이 중요하다. 김호중처럼 돈이 주는 쾌락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 노래만 잘 부른다고 하나님께서 그의 노래에 엄지를 척 들어주실까?

그럴 일은 없다. 나는 오래 전 임종 직전의 환자와 오래도록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 달 전쯤 그분은 나에게 기도문을 적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그것도 그 자리에서 당장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크고 두꺼운 골판지에 큰 글씨로 기도문을 적어드렸다. 그 마지막 청원은 마지막 호흡이 찬양이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분은 내가 써드린 기도문을 품고 임종 전 한달 동안 수도 없이 그 기도문으로 기도를 드렸다. 아마도 그분의 마지막 호흡이 하나님을 향한 찬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생각을 해보라. 하나님께서 마지막 호흡으로 드리는 그 찬양을 받으셨을까? 나는 틀림없이 하나님께서 그분의 찬양을 흠향하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분의 마지막 호흡이 제대로 된 찬양이었겠는가? 힘차고 아름답고 흠 없는 찬양이었을까?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영이 부르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되고, 영으로 부르는 참된 찬양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생각을 해보자. 김호중이 부르는 완벽한 노래와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드리는 그 노래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어떤 노래를 들어주셨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우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에서는 어떤 노래를 찬양으로 부르고 있을까?

오래전 내가 성가대 지휘자였던 시절 강남의 한 교회는 성가대원 전원이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이었고, 학생들의 경우는 전원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을 하고 유학을 다녀온 대원의 경우는 각각의 경력에 따라 사례비를 차등 지급했다. 당연히 성악가들도 구성된 성가대의 찬양은 일반 사람들이 모인 성가대와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하나님께서 잘하는 노래만을 찬양으로 받으실까? 이 역시 우문이다. 방금 예로 들었던 마지막 호흡으로 드리는 찬양은 곡이 완전하지도 않고 다 부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진정으로 드리는 그 찬양을 기쁘게 받으셨을 것이다.

김호중을 불러 찬양을 하게 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아무리 교회라고 대가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그의 시간은 이미 돈이 되었다. 그를 부르려면 절반만 받아도 한 시간에 수천, 수억은 주어야 할 것이다. 그가 노래를 부른 후에는 곧바로 교회를 떠나야 한다. 다음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 이승준이 한창 주가가 높을 때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그를 청소년 집회(비틴즈)에 부르기 위해 한 시간에 이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을 그 행사를 주관했던 목사님에게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이승준이 신앙이 좋아 돈을 안 받으려 해도 그의 모든 시간은 소속사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나님을 돈으로 찬양할 수 있는가? 그런데 오늘날 교회들을 보라. 유학을 다녀온 지휘자들과 반주자들은 물론 유학파 성악가들에게 돈을 주고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찬양을 드리고 있지 않은가? 그것을 보고 참람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오늘날 교회가 돈에 장악되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압도적인 그 찬양에 오히려 감동을 했는가?

“하나님, 내가 하나님께 새 노래를 불러 드리며, 열 줄 거문고를 타면서 하나님을 찬양하겠습니다.”

성서는 찬양이 새 노래임을 여러 곳에서 밝히고 있다. 새 노래란 변화된 하나님의 백성, 다시 말해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마음으로 깨달아 알게 된 사람이 믿음과 사랑의 고백으로 드리는 노래다. 그 노래는 이전의 노래와는 완전히 다른 노래다. 그야말로 영혼의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이나 함성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드려지는 산 제사이다.

여기서 우리는 새삼 찬양 역시 본질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사라진 것이 바로 그 신뢰와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 호흡을 찬양으로 드리면서 임종을 맞았던 그분은 죽음도 감사하지 않았을까?

존재 자체로 드리는 찬양, 마음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과도 같은 찬양, 감사에 사무쳐 부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랑의 고백으로 드리는 그 찬양을 내 모든 삶으로 드리고 싶다. 단순히 나만의 찬양이 아니라 우리의 찬양으로 드리고 싶다. 나는 이제 그런 찬양대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