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짓말 대응 부족 등 지적... 유권자 72%, 바이든 출마 부정적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대선후보 사퇴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토론을 준비한 참모들의 실책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이 부각되고, 바이든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시켰다는 여론이 일고 있기 있다.

민주당은 현재 당내 동요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론 이후 바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사퇴론을 불식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했으나 당 안팎에서 사퇴론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플로리다 출신의 민주당 핵심 기부자 중 한 명인 존 모건 변호사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준비가 힘이 부칠 정도로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이 외부 활동 없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6일간 격리돼서 토론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모건 변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며칠 동안 보좌관에게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를 아프고 지친 모습으로 내보내는 것은 정말 나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존 모건 변호사는 후보 교체 논쟁은 “전적으로 (전 백악관 비서실장) 론 클라인, (개인 변호사) 밥 바우어, (선임고문) 아니타 던에 관한 것"이라며 참모 3명을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이어 아니타 던 선임고문과 밥 바우어 변호사가 "영원히 해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도 토론 실패 원인은 "과도한 준비"였다고 주장했다. 클라이번 하원의원은 CNN에 출연해서 "좋지 않은 토론이었다. 준비에 과부하가 걸렸다"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재출마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년 반 동안 리더 역할을 훌륭히 해냈기 때문에 앞으로 4년 동안 재임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역할론이 나오기도 했다. 클라이번 하원의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필요시 바이든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받느냐는 질문엔 “바이든-해리스 정권을 지지한다"라면서 "해리스 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 그 자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의원들 중에서는 여전히 바이든을 지지하는 측이 있다. 조지아주의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은 미국 NBC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은 당연히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밝혔다.

토론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보다 상대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펠로시 전 의장은 MSNBC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을 잘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중에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을 상대로 능숙하게 토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누군가가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정당한 토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거짓말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81살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만, 수년째 미국의 실업률이 4% 이하로 유지되면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물러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밥 우드워드 "재선 도전 중단 불가피... 정치적 수소폭탄"

한편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은 지난달 28일 MSNBC에 출연한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CNN이 주관한 TV 토론을 현장에서 지켜봤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나쁘고 끔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만 정치적 수소폭탄인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어린 시절 이웃 친구이자 오랜 지지자도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버몬트주의 미들버리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제이 파리니는 토론 다음 날 CNN방송에 출연해서 “이제 떠날 시간”이라면서 "모든 게 좋지만 이제 당신도 나처럼 노인이며, 우리 몸은 이전처럼 협조적이지 않고 때로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미국 유권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미국 유권자 70%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CBS와 유고브가 대선 TV토론 직후 유권자 11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전체 유권자 72%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고 27%는 출마를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선 안되는 이유로는 나이 문제가 82%로 가장 많이 꼽혔다.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큼 정신적·인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72%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긍정 50%와 부정 49%의 응답률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54%의 지지자가 '출마해야 한다'고 답했고 46%의 지지자가 '출마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본인은 아직 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이후 첫 유세인 28일 노스캐롤라이나 연설에서 “예전만큼 말을 매끄럽게 하거나 토론을 잘하진 못하지만 난 진실을 말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면서 “대통령직을 하는 방법과 완수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7일 토론 후 4개 주에서 7개의 행사 일정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