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 주사형 대체 약물 공급 부족이 원인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의약품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혁신적인 비만 치료제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기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인슐린 분비 촉진과 식욕 억제에 도움이 되는 호르몬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의 유사체이며, 이 약제 계열의 주사제로는 노보 노디스크 제약사의 비만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가 가장 주목받는다.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온라인 사기꾼들이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은 오젬픽과 유사한 약의 할인 제안으로 피해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오젬픽의 판매는 2년 전부터 "기적 같은 체중 감량 효과를 준다"라는 말이 퍼지면서 급상승했다. 의사들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자유롭게 처방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보험 없이 한 달에 1천여 달러나 드는 값비싼 약이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빚었다.

FDA는 오젬픽에 이어 2021년에는 위고비를 체중 감량 약제로 승인했고, 이후 당뇨병 치료제인 모운자로(Mounjaro)를 기반으로 하는 대체 약물인 일라이 릴리 제약사의 젭바운드(Zepbound)를 승인했다.

의학 전문가들이 '항비만 치료의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들 주사형 대체 약물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산업이 되었고, 처방전 전용 의약품의 공급이 부족해 진 것을 계기로 사기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사기꾼들은 오젬픽과 비슷하지만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은 약이라며 피해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은 결제후에는 고객이 주문하지 않은 것을 배달하기도 한다.

1월부터 4월까지 17만 6871개 피싱 이메일, 449개 악성 웹사이트

인터넷 보안 프로그램 회사인 맥아피(McAfee) 보고서 기준으로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오젬픽, 위고비, 세마글루타이드 등의 제안과 관련된 17만 6871개의 피싱 이메일과 449개의 악성 웹사이트가 발견되었다. 이 기간 동안 피싱 시도는 10월부터 12월까지보다 거의 200% 증가했다.

또 맥아피 연구원들은 사기꾼들이 페이스북에서 체중 감량 약 사기를 꾸밀 수 있는 가짜 프로필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물품 거래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에서는 4월 중 단 하루 동안 207개의 가짜 목록이 올랐다.

맥아피의 위협 연구 책임자인 아비셰크 카르니크는 사기 피해자들은 오젬픽의 처방전을 받을 수 없는 사람과 처방전은 있지만 지역 약국에서 약을 찾을 수 없는 사람 등 두가지 유형에 속한다고 전했다.

사기꾼들은 자신을 외국에서 온 의사나 약사 행세를 하며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많은 미국인들이 약값이 낮은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인슐린과 같은 진짜 약을 불법적으로 수입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은 잠재 고객에서 먹힐 수 있다.

다른 사기꾼들은 체중 감량 약제의 전형적인 형태인 주사 펜에 광고된 약 이외의 다른 것으로 채워 전달할 수 있다. 즉 인슐린 주사기나 에피펜 또는 심지어 소금물이 든 주사기일 수도 있다고 맥아피는 경고했다.

그런 종류의 위조 배송은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당뇨병 관리를 돕기 위해 오젬픽을 사용했던 한 사람은 지역 약국에 약이 동이 난 후 온라인으로 주사기를 구입했지만, 배달품 포장지가 수상해 조사한 결과 주사 펜에 인슐린이 채워져 있음을 발견했다.

사기꾼은 아스피린 혹은 주문약과는 영 다른 약을 배달시킨 후 환불 절차를 매우 복잡하고 부담스럽게 만들어 소비자가 포기하게 만드는 수법도 사용한다.

또한 사기꾼들은 젤, 캐시 앱 또는 기프트 카드와 같이 현금처럼 작동하거나 암호화폐와 같이 추적할 수 없는 시스템을 선호한다. 이들은 고객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신용카드 옵션도 제공하지만, 지불자가 사용하려고 할 때 오류 메시지를 표시하도록 설계해 다른 지불 방법을 찾게 만든다.

허가를 받은 약국에서 약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

전문가들은 사기꾼들의 웹사이트들이 부정적인 댓글을 밀치기 위해 수작을 부린다고 지적했다. 즉 짧은 시간 내 별점 5개 평가가 줄줄이 오른다거나 평가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 것은 큰 위험 신호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허가를 받은 약국에서 오젬픽류의 약제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오젬픽류의 약제는 미국에서 처방약이며 처방 없는 거래는 불법이다.

인터넷 사기를 탐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맥아피(McAfee)와 노튼(Norton)은 인터넷 사용자가 의심스러운 웹사이트로 이동하려고 할 때 경고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