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운보 김기창 화백을 기억한다. 청각장애인인 그가 구축했던 예술이 사람들의 인정을, 그것도 그가 살았을 때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가 말년에 하던 일을 나는 기억한다. 그는 붓이 아니라 커다란 마대에 양동이에 담은 물감을 찍어 한 一자를 그렸다. 그 한 글자에 그는 자신의 평생을 담으려 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도 거기에 담긴 그의 세상을 이해거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모아진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렇다. 복잡했던 인생은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단순화된다. 그것은 진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자의 경우, 그것은 道라는 단 한 글자였다. 공자의 경우는 仁이었다. 예수의 경우는 이들에 비하면 조금 길지만 “서로 사랑하라”는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나는 평생 교회를 추구했다. 청년 때부터 신대원을 마치고 목사가 되고, 교회를 시작한 이후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사도행전에 묘사된 초기교회의 모습은 나침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현주 목사님은 그 초기교회가 밤하늘에 별과 같은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는 자기 자녀들에게 그 모습을 설명하면서 볼 수 있고 다가갈 수 있지만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자신의 초기교회 이해를 별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그의 교회 이해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교회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별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적절하다. 하지만 초기교회는 결코 완벽한 교회가 아님을 성서는 기록하고 있다. 그곳에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 기록되지 않았지만 아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집과 밭을 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에 묘사된 초기교회를 별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데리다와 레비나스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스트와 급진적인 메노나이트 신학자인 하워드 요더를 연결해서 쓴 책(원제: For A Church to come)이라는 책을 번역했다. 철학자들과 사회학자들까지 등장하는 복잡한 내용을 번역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통해 교회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원 제목에서 보듯이 교회는 미래형으로 존재한다. 그것은 교회를 수렴할 수는 있지만 접할 수는 없는 미분과 같이 이해한 것이다. 처음에는 책을 번역하고도 거기에 담긴 의미를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내게 교회를 이해할 수 있는 추체험이 축적되자 그 원 제목에 담긴 교회의 의미야말로 교회에 대한 참된 이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교회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교회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실험(Experiment)의 기회다.

이 사실에서 우리는 대단히 중요한 역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교회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교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가능과 불가능의 역설로 이해했다. 그렇다. 교회란 불가능하기에 가능하다. 불가능한 교회를 추구하면서(향해 가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나는 평생을 이 교회를 위해 살아왔다. 내가 교회가 우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교회에 충성하는 것을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교회는 충성의 대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이루어나가야 하는 모임이었다.

잘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는 하나님과 동일시되거나 하나님으로 오인되는 우상이 되었다. 그러나 교회란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임이며, 예수의 제자들의 사회로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다. 이런 교회는 결코 어떤 실체가 되어 우상이 될 수 없다.

최근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다>라는 제목의 책이 출판되었다. 그것은 교회에 대한 이해에서 진일보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그 책에 소개되고 있는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 교회가 되었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교회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다. 그것은 교회가 지향점으로 작동하는 것이라는 내 교회이해 탓이다. 그들도 교회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교회가 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접근 가능하지만 완성할 수 없는 교회의 본질, 혹은 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교회의 가장 중심이 되는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기에 불가능한 것인가를 파악할 수 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

예수님은 율법과 복음을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하셨다. 그것이 바로 “서로 사랑하라”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 교회의 본질, 교회의 핵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는 내용만으로는 교회의 본질과 교회의 핵이 무엇인가를 다 설명할 수 없다. 예수님이 사용하신 사랑이라는 단어가 오늘날 사람들이 이해하는 사랑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라는 단어 역시 “사랑”이라는 단어와 똑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해낼 수 있는가.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

그렇다. 나는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라는 말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보 화백이 그랬던 것처럼 평생 교회를 추구하던 내가 가장 간단하게 한 一자처럼 표현할 수 있는 교회가 바로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내가 처음 만들거나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먼저 내가 갔던 길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도착했던, 그래서 그것을 표현한 내용이 바로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다.

그러나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가 생각처럼 간단한 내용은 아니다. 그것은 교회의 본질로서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하히 사람들에게 주어진 실험으로써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는가가 관건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최선을 다해서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를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하게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룰 수는 없다. 그곳에는 언제나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와 같은 사람들은 물론 소유를 나누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자신을 온전히 드리는 사람들(바나바와 같은)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는 가능하다.

나는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가 선교에 있어서도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임인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를 보고 그들이 예수의 제자들이며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와 자신들도 예수의 제자들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열망을 피력하게 된다. 하나님 나라의 대원칙인 ‘자발적인 동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참된 선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선교이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의 본질이자 핵으로서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돌아서지 말라. 돌아서지 않는다면,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면 “소유를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는 가능하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실험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