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은퇴 20년째 쓴 돈 계산해 보니...

(올랜도) 송석춘 독자 = 최근 <코리아위클리>에서 '은퇴자금 100만 달러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생활 여건은 주마다 달라 웨스트버지니아의 경우 20년 4개월인 반면 하와이는 9년 8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민 초기만 해도 100만 달러란 돈은 꿈과 같은 거액이었었다. 50여년 전 우리 가족 일곱명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가장인 내 손에는 단돈 100달러 정도가 있었다. 취업 이민 와서 3D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우직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당시 일을 하며 받는 팁이 주된 소득이었던 아내에게 정직하게 세금 보고를 하라고 하였을 때 아내는 나를 향해 고함을 쳤다. "현대자동차에서 남들 먹을 때 같이 먹었으면 이민와서 내가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험악한 말로.... 그러나 아내는 내 말을 들어주었다.

우리 부부가 힘든 일을 하며 자식 다섯의 대학 등록금을 모두 해결하며 살 수 있었다는 것은 조상님의 가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자동차 정비소를 차릴 때 예기치 않은 도움의 손길이 온 것이 그렇다. 그 도움의 배경에 현대 정몽구 회장님이 있었다는 것을 후에 알았으나 아내는 이를 모르고 저세상으로 갔다.

내가 68세가 되던 해에 심장 수술을 받았다. 의사가 중노동을 하지 말라고 하여 일손을 놓았다. 그래서 은퇴한 지 올해로 20년째이다.

그렇다면 20년 동안 얼마나 돈을 쓰고 살았을까. 대략 생각나는 것만 열거해도 상당액수이다. 우선 가장 큰 것이 자동차 구입비 20여만 달러이다. 그리고 고인이 된 아내의 반 강요에 못이겨 아랫니를 복원하는 데 13만 달러를 썼다. 나는 당시 병으로 큰 수술을 받았다. 후속 치료를 하러 다닐 당시 방사선 기사는 아랫니 복원은 생각도 말라고 했었다. 그만큼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이밖에 지붕 수리 3만 달러, 각종 보험금 4만 달러, 재산세 등 세금 6만 달러, 전기세 7만 달러, 집 수리비 2만 달러, 2회 책 발간비 7만5천 달러, 자동차 수리비 5천 달러 등이다. 생활비와 여가비, 여행비, 외식비, 책 구입비, 그리고 할멈이 은퇴 후 정열을 쏟아 부었던 난꽃 기르기에 들어간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렇게 따져 보니 은퇴 후 들어간 돈이 대략 100만 달러는 되는 것 같다. 이민생활을 하면서 우리 부부가 제일 잘한 것은 개인은퇴연금(IRA)을 부은 것이다. 휴가 한 번 번번히 가지 않고 몇 년을 적금한 덕을 지금 보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마르지 않는 작은 도랑물과 같은 돈줄기를 만들어 놓은 것도 잘한 일이었다.

오늘 아침 동네에 사는 중국 여인이 망고를 얻으러 내 집에 왔다. 그녀는 집안이 무척 시원한 것에 대해 에어콘을 항상 이렇게 틀고 사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자식들이 생활비를 도와주어서 사는 지 궁금해했다. 나는 부족함 없이 사는 자식과 가게나 식당에 가도 모든 비용을 내가 결제한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죽으면 가져갈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