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의 모기지를 구매자가 떠안는 방식으로 가능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한동안 7%대를 맴돌다 지난주 6.77%(30년 고정 기준)로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한 고금리 추세에 주택 구매 수요는 여전히 낮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매우 낮은 모기지 금리로 주택을 구입하고 이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미네소타주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스타 트리뷴>은 2%대 저금리로 주거지를 구입한 미니애폴리스 주민을 소개했다. 뎁 제리코브스키는 최근까지 살고 있던 호숫가 주택을 팔고 가족과 가까운 대도시 지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주택은 은퇴 후를 생각해 구입한 것이었지만 남편이 지난해 사망해 계획을 변경해야만 했다.

하지만 모기지 금리가 7%대로 올라 한동안 새 집을 구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딸네 집으로 우선 들어가 몇 개월이든 몇 년이든 금리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지난 10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타운하우스 매물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띄었다. 발견했다. 키친에이드 냉장고에 전자 블라이드까지 있는 집은 저금리의 모기지라는 믿기 힘든 혜택까지 걸어놓고 있었다.

모기지 금리가 2.25%라는 사실에 제리코브스키는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 같았다”고말했다.

이 거래를 통해 제리코브스키는 현재 7%대 이자율에 비해 한 달에 약 700달러를 절약했을 뿐만 아니라 새 차를 구입하고 플로리다에 있는 이모와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충분한 금전적 여유가 생겼다.

신문에 따르면 제리코브스키가 거래한 34만 9900달러짜리 타운하우스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수백 개의 매물 중 하나로, 놀랍도록 낮은 이자율은 판매자의 모기지를 그대로 취득하는 방식인 이른바 '양도가능 모기지(assumable mortgage)'에서 나왔다. 즉 판매자가 보유한 모기지 금리, 잔여 상환기간, 원금, 기타 조건 등을 구매자가 떠안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모기지 이자율이 높은 시기에 새 모기지를 취득하기 보다 판매자의 낮은 금리를 그대로 가져온 다는 것은 큰 혜택거리가 된다.

연방주택국, 재향군인회, 연방농무부 모기지만 양도 가능

현재 연방주택국(FHA), 재향군인회(VA), 연방농무부(USDA) 등 세 기관의 모기지만 양도가 가능하며, 이 모기지를 포함한 매물은 전체 매물 중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구매자나 판매자를 포함해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편이다.

일례로 미네소타의 경우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등록된 3만여 채의 주택 중 양도가능 모기지가 있는 주택은 5%에 불과하다. 이 웹사이트는 지난 2월에야 양도가 가능한 모기지 검색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양도가능 모기지가 있는 부동산을 여러 채 판매한 경험이 있는 현지 중개인 타일러 밀러는 “대부분의 중개인조차도 이 모기지의 세부사항에 어두운 편이다”라고 말했다.

밀러는 최근 블레인에 있는 침실 4개짜리 주택을 2.25%의 FHA 모기지로 리스팅했다. 이 모기지는 시중 금리를 적용하는 것에 비해 월 납입액을 약 1700달러나 낮춘다. 밀러는 이 매물을 홍보하기 위해 틱톡 동영상을 올렸으나 일부 댓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 게시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다.

양도성 모기지에도 단점은 있다. 특히 구매자는 판매자가 보유하고 있는 에퀴티(현 시가에서 모기지 잔액을 제외한 금액)을 판매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그동안 주택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온 점을 감안하면 에퀴티 액수가 상당히 클 수 있다.

또 모기지를 양도받은 구매자가 모기지를 제때 납부하지 않을 경우 판매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양도가능 모기지의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서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할 수 있다. 특히 모기지를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판매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VA 모기지 보유자는 일단 다른 구매자가 자신의 모기지를 인수할 경우 또다른 VA 모기지를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상실한다. FHA 모기지와 달리 VA 모기지는 민간 모기지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낮은 계약금과 이자율 등 혜택이 있다. 전체 VA 모기지의 약 80%가 현재 4%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VA 모기지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중개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베테랑 유나이티드 홈 론스(Veterans United Home Loans)'의 부사장인 크리스 버크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VA 모기지 인수 건수가 600% 증가했지만,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낯선 상품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